
미국 주요 철강단체들이 한국산 철강 수입 급증을 이유로 현행 50% Section 232 관세에 더해 별도 TRQ와 초과물량 고율관세를 요구했다.
아직 미국 정부의 공식 조사나 신규 조치는 아니지만 봉형강·강관·판재류까지 대상이 거론돼 한국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 리스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미국 철강업계가 한국산 철강 수입 급증을 문제 삼아 현행 50% Section 232 관세에 더해 한국산에 별도의 관세율쿼터(TRQ)를 적용해 달라고 미 행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단순한 품목별 반덤핑 제소가 아니라 한국산 철강 전반을 대상으로 수입량을 다시 제한하고, 쿼터 안에서도 최소 50% 관세를 유지하며 초과 물량에는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는 내용이다.
미국철강협회(AISI), 철강제조업협회(SMA), 강관수입위원회(CPTI), 미국 OCTG 제조업협회(USOMA), 미국 라인파이프 생산자협회(ALPPA), 미국철강구조협회(AISC), 미국제조업연맹(AAM), 전미철강노조(USW) 등 8개 단체는 9월 28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에게 공동서한을 보내 한국산 철강 수입 급증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와 원인 조사를 요청했다.
다만 현재 단계는 미국 철강업계의 정책 요구다. 9월 29일 현재 미국 상무부나 USTR, 세관국경보호국(CBP)이 한국산 철강을 대상으로 새로운 공식 조사에 착수하거나 추가 관세·쿼터를 확정했다는 발표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이미 발효된 신규 규제라기보다, 대미 철강 수출에 추가 장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행 통상 신호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한국산 봉형강 7월 14만5,300톤…2년 전의 6배 이상
공동서한은 미국 상무부 Steel Import Monitor 자료를 근거로 한국산 수입이 다른 공급국과 달리 빠르게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가장 두드러진 품목은 철근을 포함한 봉형강이다. 2026년 7월 한국산 봉형강 수입은 14만5,300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3만6,400톤의 약 4배, 2024년 7월 2만2,100톤의 6배를 넘는 수준이다.
| 품목·지표 | 2024년 7월 | 2025년 7월 | 2026년 7월 | 비고 |
|---|---|---|---|---|
| 한국산 봉형강 수입 | 22,100톤 | 36,400톤 | 145,300톤 | 철근 포함, 미국 업계 기준 사상 최고 |
| 한국산 강관류 수입 | - | - | 160,300톤 | 미국 철강업계가 급증 품목으로 지목 |
| 현행 Section 232 철강 관세 | 철강제품 원칙적으로 50% | 한국산도 동일 적용 | ||
| 미국 업계 추가 요구 | TRQ 도입, 쿼터 내 최소 50% 관세, 초과분 더 높은 관세 | 정부 확정 조치가 아닌 업계 요구 | ||
강관류도 핵심 표적이다. 공동서한은 7월 한국산 강관 수입이 16만300톤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속도가 이어질 경우 연간 100만톤을 웃도는 물량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업계의 계산이다. 특히 OCTG와 라인파이프처럼 미국 에너지 시장 의존도가 높은 제품을 문제 삼았다.
판재류에서도 압박 범위를 넓혔다. 미국 업계는 알루미늄-아연도금강판, 용융아연도금강판, 열연 코일 형태의 후판 등 일부 한국산 판재류가 과거 한국에 적용됐던 쿼터 기준을 크게 웃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이 한국에 과거와 같은 국가별 절대쿼터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수치는 현행 법적 쿼터 초과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업계가 과거 쿼터 수준을 비교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현행 50% 관세 위에 다시 물량 제한 요구
미국은 2025년 철강 Section 232 관세를 50%로 올린 데 이어 2026년 4월 철강제품의 전체 관세가치에 50%를 적용하는 체계를 강화했다. 한국산도 일반 철강제품에는 이 체계가 적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철강업계가 다시 한국산에 TRQ를 요구했다는 점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다.
요구안이 그대로 정책화될 경우 구조는 단순한 50% 관세보다 훨씬 강해진다. 일정 물량까지도 최소 50% 관세를 부담하고, 정해진 쿼터를 넘으면 그보다 높은 관세가 붙는 이중 장벽이 될 수 있다. 이는 2018년 이후 한국산에 적용됐던 수량 제한 방식과 현행 고율 관세를 결합한 형태에 가깝다.
미국 철강업계는 USTR, 상무부, CBP가 한국산 수입 급증의 원인을 조사하고 불공정 또는 시장왜곡적 거래가 확인될 경우 가능한 모든 통상집행 수단을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는 업계의 주장과 요청 단계이며 미국 정부가 이를 인정하거나 조사 대상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봉형강·강관부터 직접 노출…판재류까지 번질지 주목
한국 철강업계에서 가장 먼저 노출되는 품목은 봉형강과 강관이다. 봉형강은 미국 건설 수요와 연결돼 있고, 강관은 OCTG·라인파이프를 중심으로 미국 에너지 시장 비중이 높다. 이미 50% Section 232 관세를 부담하면서도 수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물량 쿼터가 추가되면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연간 선적계획 자체를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판재류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업계가 도금강판과 열연계 제품을 함께 지목한 만큼 향후 정부 검토가 시작될 경우 대상 범위가 봉형강·강관에 한정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특정 품목을 별도 반덤핑 조사로 다루는 대신 한국산 철강 전체를 Section 232 차원에서 다시 관리하는 방식이 선택될 경우 철강사뿐 아니라 재압연사, 코팅업체, 유통·트레이더의 대미 계약조건이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내와 제3국 시장에는 물량 전환 압력
추가 쿼터가 현실화되면 대미 수출이 제한된 물량이 한국 내수나 동남아·중동·유럽 등 다른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국내 공급 증가와 제3국 수출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어 미국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실제 물량 전환 규모는 쿼터 기준, 품목 범위, 기존 계약의 경과조치, 미국 고객의 관세 부담 수용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 수요가 측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건설용 철근이나 에너지용 강관처럼 한국산 비중이 높은 일부 품목은 공급선 변경과 조달비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미국 내 생산자에게는 수입 경쟁이 줄어드는 효과가 예상되지만, 실제 가격 영향은 미국 내 가동률과 재고, 다른 수입국의 공급 여력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 확인점은 ‘정부가 움직이느냐’다
향후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미국 상무부와 USTR이 이번 공동서한에 공식 대응하는지 여부다. 공식 검토나 조사에 들어갈 경우 어떤 법적 수단을 사용하는지, 한국산에 별도 TRQ를 설정할 권한과 절차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과거 쿼터 물량을 기준선으로 삼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품목별로는 철근을 포함한 봉형강, OCTG·라인파이프 등 강관, 알루미늄-아연도금강판과 용융아연도금강판, 열연계 판재류의 실제 월별 수입량을 계속 추적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특정 품목의 반덤핑·상계관세 조사와 Section 232 수량 규제를 병행할 경우 한국산의 총관세 부담과 수출가능 물량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이번 서한은 미국 정부의 확정 조치가 아니라 미국 철강업계의 요구라는 점에서 당장 통관조건이 바뀌는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현행 50% 관세에도 한국산 수입이 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주요 철강단체가 한국을 특정해 추가 물량 제한과 조사를 요구했다는 사실 자체는 대미 수출 전략에서 새 통상 리스크가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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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American Iron and Steel Institute 공동서한(2026-09-28), 미국 백악관 Section 232 철강 관세 관련 포고 및 팩트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