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인도 FTA 법률문안에서 인도는 기존 구성분과 FTA 우대분을 합쳐 연간 약 164만톤의 EU 철강 시장접근 물량을 확보하게 된다.
판재류, 특히 열연 배정 비중이 높아 한국산 철강과의 EU 시장 경쟁구도 변화가 예상되지만 50% 쿼터 초과관세와 CBAM은 계속 적용된다.
유럽연합(EU)과 인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철강 교역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EU가 공개한 협정 법률문안에 따르면 인도는 EU 철강시장에 연간 약 164만톤 규모의 국가별 시장접근 물량을 확보하게 된다. 기존 최혜국(MFN) 구성분 94만6,616톤에 FTA 우대분 69만4,853톤이 더해지는 구조다.
전체 물량은 164만1,469톤 수준으로, 인도가 2025년 EU에 수출한 철강 약 240만톤의 68.4%에 해당한다. 기존 구성분만으로는 지난해 수출량의 약 39.4%를 포괄하는 수준이었던 만큼 FTA가 발효되면 인도 철강업체의 EU 시장 접근 안정성이 상당폭 높아질 수 있다.
한국 철강업계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인도에 부여되는 물량의 상당 부분이 판재류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열연강판 및 열연 대강에 가장 많은 50만9,605톤이 배정되며 냉연, 금속도금강판, 유기피복강판, 후판, 스테인리스 판재류와 함께 봉강, 철근, 선재, 강관 등도 대상에 포함된다. 한국과 인도가 EU 수입시장에서 경쟁하는 제품군이 상당 부분 겹친다.
인도 철강 EU 접근 물량 164만톤…FTA 우대분 69만톤
| 구분 | 물량 | 시장 의미 |
|---|---|---|
| 기존 MFN 구성분 | 946,616톤/년 | EU 철강 규제 아래 인도 관련 기존 시장접근 물량 |
| EU-인도 FTA 우대분 | 694,853톤/년 | FTA 발효 후 추가 우대 접근 |
| 합계 | 1,641,469톤/년 | 2025년 인도 대EU 철강 수출의 약 68.4% |
| 열연강판·열연 대강 배정 | 509,605톤/년 | 품목별 최대 배정 규모 |
| 인도 2025년 대EU 철강 수출 | 약 240만톤 | 비교 기준 |
| EU 쿼터 초과 관세 | 50% | 쿼터 초과분에 적용 |
EU의 철강 수입제도 자체가 이전보다 크게 강화됐다는 점도 이번 FTA를 해석하는 중요한 배경이다. EU는 2026년 7월 1일부터 새로운 철강 규제를 시행하면서 연간 무관세 수입쿼터를 1,830만톤으로 제한했다. 이는 2024년 기준 기존 쿼터보다 약 47% 줄어든 수준이다. 쿼터를 넘어서는 물량에는 50% 관세가 적용된다.
FTA 체결국에는 전체 쿼터 가운데 절반인 약 915만톤이 별도로 배정되는 구조이며, 국가별 과거 교역량과 제품별 수입비중 등을 토대로 국가별 쿼터와 경쟁형 쿼터가 운영된다. 따라서 EU 시장에서는 단순한 FOB 또는 CFR 가격뿐 아니라 어느 국가가 어느 품목에서 얼마만큼의 무관세 쿼터를 확보하고 있는지가 실질적인 가격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한국과 겹치는 판재류…EU 수입업체 조달선 선택에 영향
인도의 추가 시장접근은 한국산 철강의 EU 수출쿼터를 직접 삭감하는 조치는 아니다. 그러나 EU 수입업체 입장에서 인도산 철강을 50%의 쿼터 초과관세 위험 없이 조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한국산과의 경쟁조건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열연은 가장 직접적인 경쟁 품목이다. 인도에 배정된 열연강판 및 열연 대강 물량은 50만9,605톤으로 전체 철강 시장접근 물량의 약 31%를 차지한다. 냉연과 도금강판, 후판, 스테인리스 판재류까지 포함하면 인도 철강사들이 EU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판재류 판매 기반은 한층 넓어진다.
한국 철강사와 트레이더 입장에서는 유럽 현지 가격과 아시아산 오퍼의 단순 비교만으로 수출 채산성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한국산 전용쿼터의 소진 속도, FTA 공동쿼터 접근 여부, 인도산 쿼터 잔량, 통관시점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특히 분기 말 쿼터가 빠르게 소진되는 품목에서는 인도산의 안정적인 국가별 접근물량이 현지 수입업체의 구매선 선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FTA가 관세장벽 모두 없애는 것은 아니다…50% 초과관세·CBAM 병존
다만 이번 합의를 인도산 철강의 전면적인 EU 무관세 진입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협정상 우대물량을 넘어서는 철강은 EU 철강 규제에 따른 50% 쿼터 초과관세에 노출된다. 더욱이 FTA 우대쿼터를 이용하더라도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별도로 적용된다.
결국 인도산 철강의 실제 EU 경쟁력은 쿼터 확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제품별 탄소배출량과 CBAM 비용, 원산지 규정, 운임, 유럽 내수 가격, 인도 제철소의 생산원가가 함께 작용한다. 탄소집약도가 높은 제품의 경우 확대된 쿼터의 이점 가운데 상당 부분이 탄소비용으로 상쇄될 가능성도 있다.
EU는 10월 1일부터 철강 수입품에 대해 실제 용해·주조국을 확인하는 'melt and pour' 증빙 의무도 본격 적용한다. 따라서 인도에서 최종 가공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소재가 실제 어느 국가에서 용해·주조됐는지까지 추적해야 한다. 제3국 소재를 이용한 재압연·가공 제품은 원산지와 공급망 추적 요건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한국 철강업계, '쿼터 경쟁력' 자체를 수출전략 변수로 봐야
이번 EU-인도 FTA는 한국산 철강에 즉각적인 관세 인상을 가하는 조치는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EU 시장의 공급국 경쟁구도를 바꿀 수 있는 정책 변화다. 그동안 한국산과 인도산의 경쟁은 가격, 품질, 납기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국가별 쿼터와 탄소비용까지 포함한 총비용 경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철강사 입장에서는 열연·냉연·도금강판·후판 등 품목별로 한국과 인도의 EU 시장접근 조건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트레이더와 유통업체는 분기별 쿼터 소진 시점과 통관 가능 시기를 계약조건에 반영해야 한다. EU 현지 수요가 역시 인도산의 추가 접근물량을 활용해 공급선을 다변화하거나 한국산과의 가격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인도 역시 이번 결과에 완전히 만족하는 상황은 아니다. 로이터가 확인한 인도 철강업계 자료에 따르면 업계는 품목별 쿼터가 현재 합의 수준보다 29~35% 더 높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협정 발효 이후에도 쿼터 재검토와 시장접근 확대를 둘러싼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협정에는 EU가 향후 다른 FTA 상대국에 더 유리한 철강 시장접근 조건을 부여할 경우 인도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지지 않도록 검토할 수 있는 장치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쿼터는 협정 발효 이후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있어 EU의 FTA 파트너별 철강 접근조건이 장기적으로 다시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직 발효 전…한국은 품목별 세부 쿼터와 발효시점 확인 필요
EU 집행위원회는 9월 11일 EU-인도 FTA의 서명과 체결을 위한 제안을 EU 이사회에 제출했다. 협정이 실제 발효되기 위해서는 이사회 절차와 서명, 유럽의회 동의, EU의 최종 체결 결정과 인도 측 비준 등이 필요하다. EU는 연내 절차 진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 단계에서 FTA 우대물량이 즉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내 업계가 우선 확인해야 할 것은 발효 예상시점과 제품별 세부 배정이다. 열연 외에 냉연·도금강판·후판·스테인리스·봉형강·강관에 각각 어느 정도의 우대물량이 돌아가는지에 따라 한국산과의 실제 경쟁 강도가 달라진다.
또 한국-EU FTA 체제에서 한국이 확보한 국가별 쿼터 및 FTA 공동쿼터와 인도의 새로운 접근조건을 품목별로 직접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인도산 오퍼가 2027년 EU 장기계약에 이미 반영되기 시작하는지, 유럽 수입업체가 한국과 인도를 대상으로 구매비중을 조정하는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EU 철강시장은 이제 수입가격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50% 쿼터 초과관세, 국가별 TRQ, FTA 우대쿼터, CBAM, 용해·주조국 추적이 동시에 작동한다. EU-인도 FTA는 이 복합적인 수입관리 체제 안에서 인도가 확보한 새로운 통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 철강업계에는 당장의 수출감소보다 향후 EU 시장에서 국가별 '쿼터 경쟁력'이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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