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3일 (수)
누적 방문자 161,282
일일 방문자 5,901
~

강철의 계절 ㊱ — 116만원의 신뢰

강철의 계절 ㊱ — 116만원의 신뢰

이 작품은 실제 철강시장 자료를 모티프로 창작한 픽션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일부 기업·사건은 허구이며, 실제 기업·단체·사건과 관련이 없다. 실제 기업명은 공개된 시장정보와 가격정책을 설명하기 위한 범위에서만 사용했다.


부제: 수입재와의 격차가 줄어들수록 형강 영업은 가격보다 약속을 팔아야 했다

2026년 9월 11일 금요일 | 수도권 H형강 창고·구조물 제작사·주말 배차장


금요일 아침, 118만원 견적이 거절됐다

금요일 오전 8시, 한성형강 영업소장 윤재호는 첫 번째 견적 거절 메일을 받았다. 국산 중소형 H형강 유통가격은 톤당 116만~118만원 수준으로 내려왔고 일부 저가 판매는 그보다 낮았다. 베트남산은 113만원 수준이었다. 국산과 수입재의 차이가 빠르게 좁혀지는 듯했지만 고객들은 그 몇 만원의 차이를 끝까지 따졌다.

영업사원 이선호가 말했다. “고객이 113 기준으로 다시 내달랍니다. 국산이라고 118을 줄 이유가 없답니다.”


재호가 물었다. “납기는?”

“월요일 오전 현장 반입입니다.”

창고팀 박동규가 웃었다. “113짜리 물건이 월요일 오전에 현장에 있답니까?”


선호가 답했다. “그건 아직 모른답니다.”

재무과장 허민정은 거래처 채권현황을 보며 말했다. “저 고객 지난번 대금이 이틀 늦었습니다. 가격만 맞추지 말고 결제조건도 같이 봐야 합니다.”


재호는 견적서를 다시 열었다. 시장에서는 국산 가격이 내려오면서 수입재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거래가 같은 조건은 아니었다. 형강은 가격과 함께 재고 위치, 규격, 운송시간이 거래를 결정했다.


창고 안에서 가격이 바뀌었다

오전 10시 고객이 요구한 규격을 확인하러 창고로 내려갔다. 필요한 H형강은 있었지만 적치 순서가 문제였다. 긴급 물량이 아래쪽에 깔려 있었고 그 위에는 다른 고객의 월요일 출하분이 쌓여 있었다.


동규가 말했다. “지금 꺼내려면 상단 물량 두 묶음을 전부 옮겨야 합니다. 지게차 작업이 반나절 추가됩니다.”

선호가 말했다. “그래도 계약 잡으려면 해야죠.”


민정이 물었다. “추가 작업비와 주말 운송비를 누가 부담합니까?”

재호가 계산해 보니 단가를 113만원까지 낮추고 추가 물류비까지 회사가 떠안으면 사실상 남는 게 거의 없었다.

“그럼 116에 납기 보증을 붙입시다.” 재호가 말했다.


선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고객이 가격부터 낮추라는데요.”

“113은 물건값이고 116은 월요일 오전까지 현장에 도착하는 값이라고 설명해.”

동규가 웃었다. “창고팀이 이제 프리미엄을 파는 겁니까?”

“약속을 파는 거죠.”


현장소장의 한마디가 계산을 뒤집었다

오후 1시 고객 현장소장과 직접 통화가 연결됐다.

재호가 물었다. “월요일 오전에 전량이 꼭 필요합니까?”

“기둥 작업 시작분만 있으면 됩니다. 나머지는 오후까지 들어와도 됩니다.”


재호는 즉시 물류팀을 불렀다. 전량을 한 번에 꺼내지 않고 상단 재고를 최소한만 옮겨 1차분을 먼저 확보하면 추가 작업비를 줄일 수 있었다.

동규가 말했다. “그 방식이면 토요일 오전에 1차 상차 가능합니다.”


선호가 고객에게 조건을 설명했다. “단가는 116만원, 대신 월요일 오전 1차분 현장 도착을 저희가 보증하겠습니다. 잔량은 오후 반입입니다.”

고객 구매담당자가 말했다. “베트남산은 113입니다.”


재호가 답했다. “그 물량의 실제 반입시간과 규격 재고가 확정돼 있다면 그 선택도 합리적입니다. 다만 월요일 공정이 멈추면 3만원 차이보다 비용이 커질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잠시 뒤 상대가 말했다. “좋습니다. 대신 납기 어기면 다음 건은 없습니다.”

“그 조건으로 가죠.”


마진을 조금 버리고 다음 주문을 남겼다

금요일 오후 회사는 116만원 조건으로 계약을 확정했다. 시장 상단 118만원보다 낮췄지만 수입재 113만원까지 따라가지는 않았다. 대신 긴급 배차와 분할 출하를 회사가 책임지고 결제기간은 기존보다 짧게 조정했다.


민정이 말했다. “가격은 조금 내렸지만 회수기간이 짧아져 금융비용은 줄어듭니다.”

동규는 주말 작업조를 편성했다. “토요일 오전 작업이면 인건비 추가됩니다.”


재호가 답했다. “그 비용은 감수합시다. 다만 다음부터 긴급납기는 견적서에 별도 조건으로 넣죠.”

선호가 물었다. “가격표에 없는 걸 팔겠다는 겁니까?”


“형강은 원래 물건만 파는 게 아니야. 재고 위치와 절단, 상차, 배차, 시간을 같이 파는 거지.”

토요일 작업을 준비하며 재호는 창고의 H형강 묶음을 바라봤다. 이번 주 시장에서는 가격이 내려갔고 일부 저가 판매도 나타났다. 그러나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최저가가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지킬 수 있는 거래조건을 찾아야 했다.


즉각적인 비용은 주말 작업비와 일부 할인분이었다. 대신 고객의 공정은 멈추지 않았고, 대금 회수조건도 개선됐다. 무엇보다 고객은 다음 구조물 프로젝트의 견적을 먼저 보내겠다고 했다. 재호는 그 말을 듣고 이번 주 다섯 편을 관통한 공통점을 떠올렸다. 열연은 회전, 후판은 승인, 도금재는 규격, 철근은 여신, 형강은 납기였다. 가격은 언제나 앞에 적혀 있었지만 실제 거래를 움직인 것은 그 뒤의 조건들이었다.


금요일 밤, 다음 프로젝트의 첫 전화

저녁 7시가 넘어 주말 작업조가 확정됐을 때 재호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같은 고객사의 본사 구매팀이었다. 월요일 긴급 납품 건과 별도로 다음 달 구조물 프로젝트 견적을 미리 받아보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아직 수량도 확정되지 않은 초기 문의였지만 선호는 얼굴이 밝아졌다.


“소장님, 이번에 3만원을 지킨 값이 있네요.”

재호가 말했다. “아직 계약도 아니야. 납기 한 번 잘 지켰다고 다음 주문이 보장되는 건 아니지.”

민정이 웃었다. “그래도 외상보다 좋은 신호입니다.”


동규는 주말 작업계획서를 내밀었다. “이번 출하 때문에 토요일 인건비가 추가됩니다. 자투리 절단 손실도 조금 생깁니다.”

재호는 승인란에 서명했다. “이번 비용은 기록해 둡시다. 다음 견적부터 긴급 납기는 별도 조건으로 명확히 넣고요.”

선호가 물었다. “그럼 다음에는 116에 안 해주는 겁니까?”


“가격은 그때 시장을 봐야지. 대신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 비용을 숨기지 말자는 거야.”

형강 영업은 오랫동안 톤당 가격 경쟁으로 설명돼 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규격 확보, 상차 순서, 절단 가능 여부, 운송시간이 한꺼번에 움직였다. 수입 H형강이 113만원이라 해도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규격으로 현장에 도착하지 않으면 그 가격은 비교표에만 존재한다. 반대로 국산 118만원도 납기 보증이 없으면 높은 가격일 뿐이었다.


재호는 이번 거래의 손익을 다시 계산했다. 판매단가를 시장 상단보다 조금 낮췄고 주말 작업비를 부담했다. 그러나 결제기간을 줄였고 추가 프로젝트 문의를 얻었다. 숫자로만 보면 마진은 줄었지만 거래 관계의 옵션은 늘었다.


밤 9시, 창고등이 꺼지기 전 동규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소장님, 결국 이번 주 가격은 오르는 겁니까 내리는 겁니까?”

재호는 웃었다. “우리가 그걸 알았으면 철강 팔지 말고 선물만 했겠지.”


동규도 웃었다. 재호는 이어 말했다. “다만 하나는 알겠어. 가격이 내려갈 때는 약속의 값이 더 커진다는 것.”

그는 다음 주 월요일 첫 배차 시간을 확인한 뒤 사무실을 나왔다. 116만원이라는 숫자는 다음 주면 다시 바뀔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주 고객이 기억할 것은 숫자 하나가 아니라 월요일 아침 현장에 철이 도착했는지 여부였다. 그 기억이 다음 거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형강 한 다발의 가장 비싼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토요일 새벽 작업조 명단까지 확인한 재호는 물류팀에 월요일 첫차의 대체 차량도 확보하라고 했다. 운송차량 한 대의 고장이 전체 약속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민정은 예비 배차비까지 비용으로 잡았지만 재호는 승인했다. 납기를 판다고 말한 이상 실패 가능성까지 관리해야 했다. 그는 이번 거래를 계기로 영업·창고·물류가 함께 보는 ‘납기 확약표’를 만들기로 했다. 다음 견적부터는 가격 옆에 재고 위치, 절단 필요 여부, 배차 확정 여부가 함께 표시될 예정이었다.


그날의 가격

품목가격주간 변동
국산 중소형 H형강116~118만원/톤주간 추가 하락
베트남산 H형강113만원/톤국산과 가격 격차 축소

※ 가격과 시장상황은 선택한 K스틸 2026-09-04 원자료 범위에서 사용했으며, 소설 속 기업·인물·거래조건·사내 판단은 허구다.

ADVERTISEMENT
RECOMMENDED CONTENT
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