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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5] 다음 공급과잉은 인도인가 ASEAN인가…‘증설의 속도’보다 ‘수출의 출구’를 봐야 한다

인도 2025년 조강 생산능력 1억8,530만 톤, 2028년 최대 2억1,710만 톤
ASEAN은 2025년 8,600만 톤에서 최대 9,200만 톤…베트남 생산 급증이 가장 빠른 신호


아시아 철강시장의 다음 공급축을 두고 시장의 시선이 중국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가장 자주 거론되는 곳은 인도와 동남아시아다. 두 지역 모두 신규 제철소 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중국·일본 중심이던 아시아 생산지도가 점차 남쪽과 서쪽으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와 ASEAN을 단순히 ‘제2의 중국’으로 묶어 해석하면 시장의 방향을 잘못 읽을 수 있다. 인도는 지난 5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생산능력을 늘린 국가 가운데 하나지만, 내수 철강수요도 함께 커지면서 2024~2025년에는 오히려 수입이 수출을 소폭 웃도는 구조로 바뀌었다. 반면 ASEAN은 지역 철강수요가 성장하고 있음에도 수입 침투율이 여전히 60%를 넘고, 여기에 현지 대형 제철소 증설이 겹치고 있다. 결국 같은 ‘증설’이라도 시장에 미치는 압력의 경로가 다르다.


인도, 4년간 4,140만 톤 늘렸지만 아직은 내수가 먼저 먹는다

OECD Steel Outlook 2026에 따르면 인도의 명목 조강 생산능력은 2021~2025년 사이 4,140만 metric ton 늘었다. 2025년 능력은 1억8,530만 metric ton으로 집계됐고, 2026~2028년에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 600만 metric ton과 계획 단계 2,580만 metric ton을 합쳐 최대 3,180만 metric ton의 추가 능력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 모두 현실화될 경우 2028년 능력은 2억1,710만 metric ton까지 올라간다.


숫자만 보면 분명 대규모 증설이다. 그러나 현재 인도의 수급을 보면 이 물량이 곧바로 세계 수출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세계철강협회는 2026년 인도 철강수요가 7.4% 증가하고 2027년에는 9.2%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프라 투자, 자동차, 철도, 자본재, 내구재가 동시에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OECD도 인도가 최근 생산능력보다 철강수요가 더 빠르게 늘면서 2024년과 2025년에는 수입이 수출을 소폭 웃도는 구조로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즉, 인도의 신규 설비는 현재까지는 글로벌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설비라기보다 빠르게 커지는 자국 수요를 따라잡기 위한 성격이 더 강하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인도 정부가 2030~2031 회계연도 3억 metric ton 생산능력 목표를 유지하고 있고, 대형 일관제철 프로젝트가 장기간에 걸쳐 계속 가동될 경우 수요 성장률이 둔화하는 시점부터 잉여 물량이 생길 수 있다. 현재의 내수 흡수력이 영구적인 안전판은 아니라는 뜻이다.


ASEAN은 다르다…수입이 60% 넘는데 현지 생산까지 커진다

ASEAN의 구조는 인도보다 복잡하다. OECD에 따르면 ASEAN의 조강 생산능력은 2021~2025년 550만 metric ton 증가해 2025년 8,600만 metric ton에 도달했다. 2026~2028년에는 최대 600만 metric ton이 추가될 수 있어 2028년 능력은 9,200만 metric ton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이 수치만 보면 인도보다 증설 규모가 작다. 하지만 시장 충격은 반드시 설비 증가량에 비례하지 않는다. 동남아철강협회(SEAISI)는 ASEAN-6의 2026년 철강수요를 8,790만 metric ton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2.6% 증가하는 수준이다. 동시에 지역 내 수입 침투율은 60% 이상으로 평가된다. ASEAN이 성장 시장인 것은 맞지만, 이미 많은 물량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시장에 신규 현지 생산이 추가되는 구조다.


SEAISI 자료에 따르면 2024년 ASEAN-6 철강 수입은 10.4% 증가하며 약 500만 metric ton 늘었다. 2025년 수입량은 약 5,000만 metric ton으로 추정된다. 현지 생산이 늘어나는 데도 수입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은 ASEAN이 아직 품목별로 공급 공백이 크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신규 설비가 가동되면 가장 먼저 대체할 물량도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특히 동남아 대형 신규 제철소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계 자본의 직접투자와 연결돼 있다. OECD는 동남아 생산능력 확대의 주요 배경으로 역내 수요 증가와 함께 중국 철강사의 해외 직접투자를 지목했다. 이는 단순한 수출 확대와 다르다. 중국에서 생산한 철강재를 동남아로 보내는 대신 생산설비 자체가 현지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베트남 7월 조강 34.7% 증가…‘생산거점 남하’가 숫자로 보이기 시작

2026년 들어 가장 빠른 변화가 확인되는 곳은 베트남이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베트남의 7월 조강 생산은 270만 metric ton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7% 증가했다. 1~7월 누계는 1,790만 metric ton으로 28.0%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 조강 생산이 3.1%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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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생산 증가만으로 구조적 공급과잉을 단정할 수는 없다. 베트남은 수요도 빠르게 성장해왔고, 2024년 철강수요가 20% 이상 늘어난 ASEAN 최대 성장시장 가운데 하나였다. 다만 생산 증가 속도가 수요를 장기간 웃돌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자국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열연, 봉형강, 반제품이 동남아 주변국이나 중동·유럽·미주 등 제3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제2회에서 다룬 중국의 공급과잉과 연결된다. 미국과 유럽, 한국 등 주요 시장의 무역장벽이 높아지면 중국산 완제품 수출의 직접 경로는 좁아질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계 자본이 동남아 현지 설비를 확보하고, 현지 생산품이 역내와 제3국 시장으로 나가게 되면 경쟁의 형태는 ‘중국산 수입’에서 ‘동남아 현지산’으로 바뀐다. 생산거점의 국적과 제품의 원산지가 달라지는 단계다.


같은 증설, 다른 위험…인도는 ‘시점’, ASEAN은 ‘시장 잠식’이 변수

구분인도ASEAN
2025년 명목 조강 생산능력185.3백만 metric ton86.0백만 metric ton
2026~2028년 최대 추가능력31.8백만 metric ton6.0백만 metric ton
2028년 최대 능력217.1백만 metric ton92.0백만 metric ton
최근 수요 흐름2026년 +7.4%, 2027년 +9.2% 전망ASEAN-6 2026년 87.9백만 metric ton, +2.6%
무역 구조2024~2025년 소폭 순수입 전환수입 침투율 60% 이상
시장 위험향후 수요 둔화 시 잉여 수출 확대 가능성현지 생산 증가로 기존 수입시장 대체와 제3국 수출 동시 확대 가능성

자료: OECD, worldsteel, SEAISI


두 지역을 비교하면 인도의 리스크는 ‘언제 내수 흡수력이 약해지는가’에 있다. 현재는 설비 확대와 수요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세계 시장에 즉각적인 공급 충격을 주는 단계가 아니다. 반면 ASEAN의 리스크는 ‘누구의 물량을 대체하는가’에 더 가깝다. 이미 수입 비중이 높은 시장에서 현지 생산이 증가하기 때문에 한국·일본·중국·대만 등 기존 공급국이 먼저 경쟁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한국 철강사와 트레이더에게 동남아는 단순한 수출시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중국산 저가 오퍼가 밀려오는 시장이면서 동시에 한국산 열연, 냉연도금, 후판, 봉형강, 반제품이 경쟁하는 대표적인 제3시장이다. 동남아 현지 철강사가 공급능력을 늘리면 한국산은 중국산과의 가격경쟁뿐 아니라 현지산과의 납기·원산지·관세·물류 경쟁까지 동시에 대응해야 한다.


한국 철강업계, ‘중국산 가격’만 보면 시장을 놓칠 수 있다

그동안 아시아 수출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선은 중국산 가격이었다. 중국 열연과 빌렛 오퍼가 내려가면 동남아 가격도 함께 밀렸고, 한국 수출가격도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이 구조에 현지 신규 생산이라는 변수가 추가된다.


한국 철강사는 동남아 시장을 국가별·품목별로 다시 나눠 볼 필요가 있다. 현지 신규 제철소가 먼저 대체할 품목은 범용 열연인지, 봉형강인지, 반제품인지가 설비 구성에 따라 다르다. 동시에 고급 냉연도금, 자동차강판, 후판, 특수강처럼 현지 자급이 어려운 품목은 오히려 시장이 커질 수 있다. ‘ASEAN 증설=한국 수출 감소’라는 단순 공식보다 어떤 품목의 자급률이 올라가고 어떤 품목의 수입이 남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트레이더 입장에서는 원산지 규정과 무역구제도 더 중요해진다. 중국계 자본이 투자한 동남아 제철소의 제품이라도 생산국과 원산지 판정에 따라 관세·쿼터·반덤핑 적용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우회수출과 원산지 규정을 강화할수록 생산거점의 위치만 바꾸는 전략이 계속 유효할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번 회차의 결론은 증설 그 자체보다 ‘증설된 철강이 어디로 가는가’를 봐야 한다는 데 있다. 인도는 아직 내수가 먼저 흡수하고 있다. ASEAN은 수입을 대체하면서 동시에 수출 공급기지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공급과잉 이후 아시아 가격질서를 흔들 다음 변수는 단순한 생산량 증가가 아니라 생산거점의 이동과 수출 출구의 재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확인할 변수

첫째, 인도 철강수요 증가율이 신규 생산능력 증가 속도를 계속 따라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베트남의 2026년 하반기 조강 생산 증가가 일시적 기저효과인지 구조적 증산인지가 중요하다. 셋째, ASEAN 신규 제철소의 실제 상업가동 시점과 제품 믹스, 가동률을 봐야 한다. 넷째, 동남아 각국의 반덤핑·세이프가드 확대가 역내 교역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중국계 해외 생산거점의 제품이 미국·EU 등에서 원산지·우회수출 규제의 새로운 대상이 되는지도 지켜볼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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