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5일 (수)

EU 철강 장벽 높아졌다…한국산 207만 톤 쿼터, 이제 ‘활용 속도’가 승부처

한국 전용 국가쿼터 207.3만 톤 확보
EU 무관세 수입 물량 46% 축소·초과 관세 50%
공용쿼터 최대 173.6만 톤, 품목·통관 전략이 관건



유럽연합(EU) 철강시장의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한국은 주요 수출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의 전용 쿼터를 확보했지만, 이제부터는 확보된 물량을 어떤 품목에 배분하고 언제 통관시키느냐가 실제 수출 실적을 좌우하게 된다.


산업통상부는 13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철강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지난 1일부터 시행된 EU 신철강 조치 이후 대EU 수출 여건과 현장 애로사항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해 국가별 쿼터 운영, 공용쿼터 활용, 품목별 수출 전략과 함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EU는 2018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8년간 철강 30개 품목을 대상으로 운영해 온 글로벌 세이프가드 조치를 종료하고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철강 수입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신조치에 따라 연간 무관세 수입이 허용되는 전체 쿼터는 기존 3,382만 톤에서 1,835만 톤으로 줄었다. 감소 규모는 1,547만 톤으로, 기존 물량의 약 46%에 해당한다.


쿼터를 넘겨 수입되는 물량에 부과되는 관세도 50%로 높아졌다.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쿼터 소진 이후 통관되는 철강재를 사실상 정상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계약 단계에서 쿼터 잔량을 확인하지 못하거나 선적과 통관 일정이 어긋날 경우, 관세 부담이 수출업체와 현지 구매자 사이의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구분기존 제도EU 신철강 조치변화 및 의미
EU 전체 무관세 쿼터3,382만 톤1,835만 톤1,547만 톤 감소, 약 46% 축소
쿼터 초과 관세-50%쿼터 소진 이후 수입 부담 급증
한국 전용 국가쿼터258만 톤207.3만 톤50.7만 톤 감소, 약 19.7% 축소
한국의 공용쿼터 활용 가능량-최대 173.6만 톤국가 간 선착순 경쟁
한국의 이론상 최대 활용 가능량-최대 380.9만 톤전용 국가쿼터와 공용쿼터 합산



한국이 확보한 전용 국가쿼터는 총 207.3만 톤이다. 기존 세이프가드 8차 연도의 한국 국가쿼터 258만 톤보다는 19.7% 줄었지만, EU 전체 쿼터가 46% 감소한 점과 비교하면 상대적인 시장 접근 여건은 상당 부분 유지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중요한 부분은 전용 쿼터가 다른 국가와 경쟁하지 않고 한국산 철강에만 배정된 물량이라는 점이다. EU 수입시장이 크게 축소되는 가운데 일정 규모의 독립된 통관 공간을 확보했다는 것은 판재류와 봉형강을 수출하는 국내 철강사와 제강사에 최소한의 판매 기반을 제공한다.


그러나 전용 쿼터만으로 기존 수출 물량을 모두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 국가별로 구분되지 않은 공용쿼터에서도 최대 173.6만 톤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지만, 공용쿼터는 여러 수출국이 동시에 경쟁하는 선착순 구조다. 수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실제 통관 시점에 쿼터가 남아 있지 않으면 50%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용쿼터 활용에서는 계약 가격보다 통관 관리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내 철강사와 수출업체는 선적 시점뿐 아니라 EU 항만 도착일, 통관 예상일, 품목별 쿼터 잔량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장거리 해상운송 중 쿼터가 소진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계약서에 관세 부담 주체와 통관 지연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도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전용 국가쿼터와 공용쿼터를 실제 판매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품목별 물량 배분과 현지 통관 시점, 수요 변화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업계는 통관 절차와 시장 수요에 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제도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에 정부가 신속히 대응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제품별 대응도 달라질 전망이다. 현지에서 대체 조달이 어려운 규격재나 장기계약 물량은 전용 국가쿼터를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면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주문 변동성이 큰 범용재는 공용쿼터 소진 속도와 현지 재고 수준을 확인한 뒤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무역상과 유통업체에는 쿼터 정보가 가격 협상의 핵심 자료가 된다. 동일한 철강재라도 무관세 통관이 가능한 물량과 50% 관세 위험이 있는 물량 사이에는 거래 조건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지 구매자가 요구하는 도착 시점과 쿼터 운영기간을 맞추지 못하면 가격 경쟁력이 있어도 수주로 연결되기 어렵다.


EU CBAM도 대EU 수출 비용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앞으로는 쿼터를 확보했다고 해서 수출 경쟁력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철강재의 탄소배출량 산정, 자료 검증, 인증서 비용과 행정 부담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특히 같은 품목을 놓고 경쟁할 경우에는 가격과 납기뿐 아니라 탄소집약도가 거래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미국·영국·캐나다 등 주요국의 철강 수입규제 강화 움직임과 EU CBAM에 대해서도 업계와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수출 환경이 크게 바뀐 만큼 정부와 업계가 확보된 쿼터를 최대한 활용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으로 한국산 철강이 유럽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본 통로는 확보됐다. 하지만 쿼터를 확보한 것과 이를 실제 주문·선적·통관으로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니라 품목 선정, 계약 조건, 선복 확보, 통관 일정, 탄소비용을 하나의 수출 전략으로 묶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EU 시장이 허용한 제한된 물량을 범용재 판매에 먼저 소진할 것인가, 아니면 고부가가치 제품과 장기 고객을 위해 남겨둘 것인가. 국내 철강업계가 내려야 할 다음 결정은 쿼터의 크기가 아니라 쿼터의 가치에 관한 선택이다.




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