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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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딩 비즈니스 ①] 시황의 시차를 읽어라 — 아비트라지의 출발점

[철강영업의 비밀 ③ 트레이딩 비즈니스 1] 시황의 시차를 읽어라 — 아비트라지의 출발점


철강 트레이딩을 처음 접하면 가장 먼저 가격표를 비교하게 된다.

중국 열연이 톤당 480달러이고 동남아 시장에서 비슷한 제품이 550달러에 거래된다면 얼핏 70달러의 가격차가 보인다. 중국에서 사서 동남아에 팔면 될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트레이더의 계산은 여기서 시작할 뿐이다.

중국 제철소에서 오늘 480달러에 계약한 열연이 오늘 동남아 시장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산 일정이 있고, 선적항까지 이동해야 하며, 선박을 잡아야 하고, 바다를 건너야 한다. 통관을 마치고 바이어에게 인도되기까지 한두 달이 걸릴 수도 있다.


그 사이 중국 가격도 바뀌고 동남아 가격도 움직인다. 운임이 오를 수도 있고 환율이 달라질 수도 있다. 바이어가 재고를 줄이기 시작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철강 트레이더가 실제로 거래하는 것은 단순한 ‘지역 간 가격차’가 아니다.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시장 사이의 시간차다.

이것이 철강 아비트라지(Arbitrage)의 출발점이다.


같은 열연인데 시장의 시계는 다르게 간다

글로벌 철강시장은 하나의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는 구조에 가깝다.

중국 시장이 먼저 하락하고 몇 주 뒤 동남아 가격이 따라 움직일 수 있다. 반대로 중국 내수가 반등해 수출 오퍼가 상승했는데 중동이나 유럽의 수입가격은 아직 이전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어느 지역에서는 제철소가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 다른 지역 유통업체들은 높은 재고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시장의 시계트레이더가 확인할 내용
생산 시계제철소 생산계획, Rolling, 출하 가능 시점
가격 시계현물가격, 수출 오퍼, 선물가격의 방향
물류 시계선박 확보, Laycan, 항해기간, 항만 혼잡
수요 시계바이어 재고, 구매주기, 계절 수요
정책 시계관세, AD·CVD, 쿼터, 세이프가드, CBAM
금융 시계환율, 금리, Usance, 금융비용
재고 시계목적지 시장 재고량과 소진 속도


좋은 트레이더는 이 시계들을 하나의 화면에서 본다.


중국 가격이 낮다는 사실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 가격이 왜 낮아졌는가, 그리고 목적지 시장이 언제 그 영향을 받을 것인가다.

중국의 가격 하락이 공급과잉 때문이라면 주변 수출시장으로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 동남아 가격이 높더라도 몇 주 뒤 중국산 저가 오퍼가 집중되면서 현지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 보이는 가격차는 아비트라지가 아니라 이미 소멸하고 있는 가격차일 수도 있다.


70달러의 가격차가 실제로는 35달러가 되는 과정

가상의 거래를 하나 생각해 보자.


한 트레이더가 중국산 열연 5,000톤을 동남아 시장에 판매할 기회를 발견했다고 가정한다.

중국 제철소의 FOB 오퍼는 톤당 480달러이고 현지 시장가격은 560달러다.

표면적으로는 80달러의 차이가 난다.


그러나 트레이더의 계산표는 다르다.

항목가상 거래 조건
중국산 열연 FOB480달러/톤
해상운임28달러/톤
보험·서류 등2달러/톤
금융비용8달러/톤
현지 통관·하역 등7달러/톤
예상 도착원가525달러/톤
현재 현지 판매가격560달러/톤
표면상 예상 마진35달러/톤
거래량5,000톤
예상 Gross Margin17만5,000달러

※ 위 수치는 거래구조 설명을 위한 가상 시뮬레이션이다.


가격표만 보면 상당히 괜찮은 거래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숫자가 하나 빠져 있다.


제품이 도착할 때의 현지 판매가격이다.

계약부터 도착까지 6주가 걸리고 그동안 현지 열연가격이 톤당 30달러 하락해 530달러가 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35달러였던 예상 마진은 5달러로 줄어든다.


5,000톤 전체를 팔아도 2만5,000달러다. 여기에 판매 지연에 따른 창고비나 추가 금융비용이 발생하면 이익은 거의 사라진다.

반대로 목적지 시장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580달러로 오른다면 마진은 55달러까지 확대된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수입 트레이딩은 단순한 저가 구매가 아니라 일정 부분 도착 시점의 시장에 대한 판단이 된다.


트레이더는 오늘 가격과 오늘 가격을 비교하지 않는다

초보적인 시장 비교는 이렇다.

“중국 480달러, 동남아 560달러. 80달러 차이가 난다.”


트레이더의 질문은 다르다.

“중국에서 오늘 계약한 480달러짜리 제품이 동남아에 도착하는 날 얼마에 팔릴 것인가.”

여기에 트레이딩의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수출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나 일본의 철강사가 오늘 수출 오퍼를 냈다고 해서 해외 바이어가 현재 자신의 현지 시장가격만 보고 계약하는 것은 아니다.


바이어 역시 제품이 도착할 시점의 시장을 계산한다.

결국 수출자와 수입자가 모두 미래를 보고 협상한다.


판매자는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격을 쉽게 낮추지 않는다. 구매자는 “도착할 때쯤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격을 낮추려 한다.

협상의 표면에는 5달러, 10달러가 놓여 있지만 그 뒤에서는 서로 다른 미래 시장 전망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진짜 아비트라지는 가격차가 아니라 가격차의 지속시간을 찾는 일이다

글로벌 시장에는 거의 언제나 지역별 가격차가 존재한다.

미국과 아시아의 열연가격이 다르고, 유럽과 아시아도 다르다. 철근, 선재, 후판, 빌렛도 지역별 가격이 제각각이다.


그렇다고 모든 가격차가 거래 기회는 아니다.

운임이 가격차보다 크면 제품을 이동시킬 수 없다. 관세가 높아도 마찬가지다. 반덤핑관세가 부과되거나 수입쿼터가 소진됐다면 가격차가 아무리 커도 시장 접근 자체가 어려워진다.


제품 규격이나 인증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가격차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가다.


예를 들어 A시장과 B시장 사이에 톤당 60달러의 차이가 발생했는데 제품 이동에 8주가 걸린다면 트레이더는 8주 뒤에도 그 가격차가 남아 있을지를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실행 가능한 아비트라지 마진은 단순히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없다.

판매가격 - 구매가격 = 마진


실제 계산은 훨씬 복잡하다.

예상 도착시점 판매가격 - 매입가격 - 해상운임 - 관세·통관·하역비 - 금융비용 - 환율변동 위험 - 품질·납기 위험 - 재고 위험 = 실행 가능한 트레이딩 마진

좋은 트레이더가 높은 가격차를 찾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가격차가 사라지기 전에 물건을 이동시킬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사람이 좋은 트레이더다.


중국 가격이 떨어졌다고 바로 사지 않는 이유

철강 트레이딩 현장에서 특히 경계해야 하는 상황 가운데 하나가 급락장에서 나오는 싼 오퍼다.

제철소 가격이 전주보다 20달러 떨어지면 처음에는 매력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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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레이더는 오히려 질문을 하나 더 해야 한다.

“왜 20달러나 내렸는가.”


제철소가 일시적으로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 것인지, 내수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기 시작한 것인지, 여러 철강사가 동시에 수출 확대에 나선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공급과잉이 시작된 것이라면 오늘의 20달러 하락이 끝이 아닐 수 있다.

다음 주 다른 제철소가 15달러를 추가로 내리고, 그다음 주 경쟁 공급자가 또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먼저 계약한 트레이더의 물량은 도착하기도 전에 비싼 재고가 된다.


그래서 트레이딩에서는 때때로 싸게 사는 능력보다 싸 보이는 물건을 사지 않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가격 하락의 첫 단계에서 매수하는 것과 하락이 멈추는 신호를 확인한 뒤 매수하는 것은 전혀 다른 거래다.


정보가 빠른 것과 판단이 빠른 것은 다르다

트레이딩 회사들은 가격정보를 얻기 위해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인다.

제철소 오퍼, 바이어 비드(Bid), 선박 운임, 항만 상황, 재고, 선물가격, 환율, 통상정책을 끊임없이 확인한다.


그러나 정보를 먼저 받는다고 반드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오전 9시에 중국 제철소로부터 480달러의 오퍼를 받은 트레이더와 오전 11시에 같은 오퍼를 받은 트레이더의 정보 차이는 두 시간에 불과하다.


더 큰 차이는 그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에서 생긴다.

한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지난주보다 10달러 싸졌다. 빨리 물량을 잡아야 한다.”


다른 사람은 이렇게 볼 수 있다.

“왜 제철소가 가격을 낮췄지? 다른 제철소도 따라 내려오는가? 목적지 시장의 바이어들은 지금 재고를 늘리는가 줄이는가? 선물가격은 현물보다 먼저 하락하고 있지 않은가?”


첫 번째 트레이더는 가격을 본다.

두 번째 트레이더는 가격이 움직이게 된 원인과 다음 시장으로 전달되는 경로를 본다.


트레이딩에서 정보의 우위는 단순한 속도가 아니다.

정보와 정보 사이의 관계를 먼저 읽는 능력에 가깝다.


시장의 파동은 국경을 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철강가격의 변화는 물결처럼 이동한다.

원료가격이 움직이고, 중국 내수와 선물이 반응하고, 제철소 오퍼가 달라진다. 그 변화가 수출시장에 전달되고, 다시 동남아·중동·유럽 등의 수입가격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모든 시장이 같은 날 움직이지 않는다.

기존 재고가 많으면 반응이 늦어진다. 장기계약 비중이 높아도 가격 전파 속도가 느려진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시장은 해외 가격 변화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트레이더에게 중요한 것은 어느 시장이 먼저 움직였는지뿐 아니라 아직 움직이지 않은 시장이 어디인가를 찾는 것이다.


선행시장이 이미 상승했는데 후행시장이 아직 반응하지 않았다면 판매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선행시장이 급락했는데 목적지 시장의 가격이 아직 높게 유지되고 있다면 현재의 높은 가격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이미 시장의 파도는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레이더는 ‘어디가 싼가’보다 ‘다음은 어디인가’를 묻는다

철강 트레이딩에서 시장조사의 목적은 가장 싼 제철소를 찾는 데 있지 않다.


세 가지를 동시에 찾아야 한다.

어디에서 공급가격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가.

어디에서 수요와 재고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가.

그리고 두 시장 사이의 차이가 실제 물류기간 동안 유지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가 맞을 때 비로소 가격차가 거래가 된다.

그래서 경험 많은 트레이더의 화면에는 가격표 하나만 떠 있지 않는다.

중국 내수와 수출 오퍼가 있고, 선물가격이 있다. 동남아 바이어의 비드가 있고 현지 재고가 있다. 선박 운임과 환율도 있다. 미국과 유럽의 가격도 보면서 어느 지역으로 철강재가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살핀다.

각각의 숫자는 별개의 정보지만 트레이더에게는 하나의 흐름이다.


하지 않는 거래도 트레이딩이다

아비트라지를 이야기하면 흔히 가격차를 발견해 빠르게 계약하는 능력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 영업에서는 거래하지 않는 판단도 매우 중요하다.


톤당 25달러의 예상 마진이 보여도 선적까지 두 달이 걸린다면 포기할 수 있다.

마진이 40달러라도 바이어의 신용이 불확실하면 거래하지 않을 수 있다.

가격차가 충분하더라도 해당 시장에서 반덤핑 조사 가능성이 커졌다면 물량을 줄일 수 있다.

제철소 오퍼가 유난히 싸지만 납기 신뢰성이 떨어진다면 다른 공급자를 선택할 수도 있다.


철강 트레이딩의 손실 가운데 상당 부분은 계산을 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계산표에 넣기 어려운 위험을 무시했을 때 발생한다.

그래서 좋은 트레이더는 거래할 이유를 찾는 동시에 거래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찾는다.


트레이딩의 첫 번째 질문

새로운 오퍼가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얼마나 싸지?”라고 묻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다음 질문이 더 중요하다.

“왜 지금 이 가격이 나왔지?”


그리고 세 번째 질문이 트레이더의 수준을 가른다.

“이 물건이 도착할 때 시장은 어디에 있을까?”


글로벌 철강시장은 서로 연결돼 있지만 동시에 움직이지 않는다. 가격, 재고, 선박, 환율, 정책, 생산계획이 각각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그 사이에 시차가 생긴다.


그 시차가 때로는 톤당 10달러의 기회가 되고, 때로는 50달러의 손실이 된다.

결국 철강 아비트라지는 단순히 싼 곳에서 사서 비싼 곳에 파는 일이 아니다.


먼저 움직인 시장과 아직 움직이지 않은 시장을 찾아내고, 두 시장의 시간이 만나는 지점까지 위험을 통제하는 일이다.

철강은 제품이지만 트레이딩이 실제로 사고파는 것은 가격차만이 아니다.

시장과 시장 사이의 시간, 정보 그리고 위험이다.


다음 회 예고

[트레이딩 비즈니스 2] 싼 오퍼가 반드시 좋은 계약은 아니다

FOB 가격은 경쟁사보다 낮았다. 예상 마진도 충분했다. 그런데 왜 경험 많은 트레이더는 계약을 포기했을까. 제철소의 납기, 품질, 생산능력과 계약 이행 가능성까지 포함해 ‘오퍼 가격’과 ‘오퍼의 가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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