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전 세계 신조선 발주가 전월 대비 큰 폭으로 줄었지만, 이를 글로벌 조선 사이클의 급격한 냉각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8월 12일 국내 조선업계가 클락슨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공개한 7월 발주량은 357만CGT, 137척으로 전월 803만CGT보다 56% 감소했고 전년 동월 455만CGT보다도 22% 줄었다. 그러나 1~7월 누적 발주는 5,093만CGT, 1,778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클락슨리서치의 8월 공개 브리핑 역시 올해 1~7월 계약 속도가 2007년의 기록적 수준과 비슷하고 최근 10년 평균의 약 두 배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국가별 격차는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7월 중국은 290만CGT, 111척을 가져가며 월간 점유율 81%를 차지했다. 한국은 57만CGT, 21척으로 16%를 기록해 2위를 지켰다. 1~7월 누적 기준으로도 중국은 3,802만CGT, 1,394척으로 75%, 한국은 870만CGT, 218척으로 17%다. 수주량 자체는 중국이 압도하지만 한국 조선업계는 도크 포화와 긴 인도 슬롯을 활용해 LNG운반선, 가스선, 원유운반선과 해양설비 등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의 선별 수주로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7월 357만CGT…중국 81%, 한국 16%
| 구분 | 수주량 | 척수 | 점유율 | 비교 |
|---|---|---|---|---|
| 전 세계 7월 | 357만CGT | 137척 | 100% | 전월 대비 -56%, 전년 동월 대비 -22% |
| 중국 7월 | 290만CGT | 111척 | 81% | 월간 1위 |
| 한국 7월 | 57만CGT | 21척 | 16% | 월간 2위 |
| 전 세계 1~7월 | 5,093만CGT | 1,778척 | 100% | 전년 동기 대비 +65% |
| 중국 1~7월 | 3,802만CGT | 1,394척 | 75% | 전년 동기 대비 +107% |
| 한국 1~7월 | 870만CGT | 218척 | 17% | 전년 동기 대비 +61% |
자료: 클락슨리서치 8월 12일 기준 자료를 인용한 국내 조선업계 발표 및 보도.
수주잔량도 중국 쏠림이 이어지고 있다. 7월 말 세계 수주잔량은 2억1,175만CGT로 집계됐으며 중국이 1억4,022만CGT로 66%, 한국이 3,823만CGT로 18%를 차지했다. 한 달 사이 중국의 잔량은 361만CGT 늘어난 반면 한국은 48만CGT 줄었다. 신규 계약에서 벌어진 격차가 중장기 건조 물량의 국가별 배분에도 누적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조선 3사, HD한국조선해양 77.6%·삼성중공업 73%…한화오션은 목표 미공개
| 기업 | 2026년 누적 수주 | 연간 목표 | 달성률 | 기준일·특징 |
|---|---|---|---|---|
| HD한국조선해양 | 180.8억달러·162척 | 233.1억달러 | 77.6% | 8월 24일 기준, LPG선 4척 추가 수주 반영 |
| 삼성중공업 | 102억달러 | 139억달러 | 73% | 8월 3일 기준, 상선만 보면 58억달러/57억달러로 102% |
| 한화오션 | 43.5억달러 | 미공개 | 산정 불가 | 6월 말 기준, 연간 수주 목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음 |
자료: 각사 발표·공시 및 공개자료. 한화오션은 연간 수주 목표를 공개하지 않아 달성률을 임의 계산하지 않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8월 24일 오세아니아 선사로부터 LPG운반선 4척을 수주하면서 연간 목표의 77.6%를 채웠다. 올해 수주 선종은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 LPG·암모니아·이산화탄소 운반선, 원유운반선, 석유제품운반선 등으로 분산돼 있다. 도크를 무조건 채우기보다 2029~2030년 인도 슬롯을 어떤 선종과 선가로 채울 것인지가 향후 수익성을 좌우하는 단계다.
삼성중공업은 상선 부문만 놓고 보면 이미 목표를 넘어섰다. 8월 3일 기준 상선 수주는 34척, 58억달러로 연간 상선 목표 57억달러의 102%다. LNG운반선 14척, 에탄운반선 2척, 가스운반선 4척, 컨테이너선 2척, 원유운반선 12척이 포함됐다. FLNG 2기 등 해양 부문을 합친 전체 수주액은 102억달러로 연간 139억달러 목표의 73%다. 이는 물량 경쟁보다 고마진 LNG선과 해양 프로젝트를 결합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화오션은 비교 방식이 다르다. 회사가 연간 수주 목표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목표 달성률 자체를 제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 공개자료상 상반기 신규 수주는 43.5억달러로 LNG운반선 6척, VLCC 15척,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3척, 해상풍력설치선 1척이 포함됐다. 한국 조선 3사의 ‘목표 달성률’을 한 표에 놓을 때 한화오션에 임의 목표치를 대입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신조선가지수 185.49…높지만 2008년 역사적 고점은 아직 못 넘었다
| 지표·선종 | 2025년 7월 | 2026년 3월 | 2026년 6월 | 2026년 7월 | 전년 동월 대비 |
|---|---|---|---|---|---|
| 클락슨 신조선가지수 | 186.65 | 182.07 | 185.15 | 185.49 | 약 -0.6% |
| LNG운반선 17.4만㎥ | 2억5,100만달러 | 2억4,850만달러 | 2억4,850만달러 | 2억4,850만달러 | 약 -1.0% |
| VLCC | 1억2,600만달러 | 1억2,950만달러 | 1억3,050만달러 | 1억3,050만달러 | 약 +3.6% |
| 초대형 컨테이너선 2.2만~2.4만TEU | 2억7,300만달러 | 2억6,000만달러 | 2억6,150만달러 | 2억5,950만달러 | 약 -4.9% |
자료: 클락슨리서치, 각사 공시. 선가는 표준선형 기준의 지표가격으로 실제 계약가는 사양·납기·연료체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7월 신조선가지수는 185.49로 6월 185.15보다 0.34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전년 동월 186.65보다는 낮아 ‘전 선종이 일제히 오르는 장세’로 보기는 어렵다. LNG운반선은 2억4,850만달러에서 안정됐고, VLCC는 1년 전보다 450만달러 높아졌다. 반면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1년 전 2억7,300만달러에서 2억5,950만달러로 내려왔다. 선종별 발주 사이클의 차이가 선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또 한 가지 바로잡을 대목은 역사적 고점이다. 2026년 7월 지수 185.49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2008년 8월의 역사적 고점 약 191.5를 넘지 않았다. 현재 수준은 2008년 최고치의 약 97%에 해당한다. 따라서 ‘2007~2008년 고점을 돌파했다’기보다 ‘역사적 고점에 다시 근접한 고선가 구간을 유지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중국 독주는 단순 저가 수주가 아니다…설비·선종·금융·철강 생태계가 동시에 움직인다
중국 조선소의 독주는 생산능력 확장과 선종 포트폴리오 확대가 동시에 진행된 결과다. 로이즈리스트는 한국과 일본이 인력 부족과 제한된 도크, 장기간 채워진 인도 슬롯 때문에 물량 확대에 제약을 받는 반면 중국은 유휴 조선소를 재가동하고 기존 설비를 증설해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6년 1분기 기준 중국은 신규 컨테이너선 120척 가운데 96척, 벌크선 발주의 약 80%, 원유운반선 발주의 74%를 확보했다.
고부가 선종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1분기 발주된 LNG운반선 31척 가운데 중국 조선소가 19척을 가져갔고 한국은 12척을 수주했다. 한국이 여전히 대형 LNG선 기술과 선가 프리미엄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중국이 범용 선종에서 확보한 규모와 학습효과를 가스선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점은 경계할 부분이다. 중국 조선업의 강점은 대규모 조선소뿐 아니라 국내 철강 생산, 기자재 공급망, 선박금융과 연결된 산업 생태계에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통계에서도 상반기 신규 수주, 건조량, 수주잔량이 모두 크게 늘었다. 특히 벌크선·컨테이너선·탱커의 3대 주력 선종에서 중국이 신규 수주 1위를 유지했다. 한때 ‘중국은 범용선, 한국은 고부가선’이라는 단순 구도가 통했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컨테이너선·탱커·LNG선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경쟁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
미국·유럽의 대중 압박은 변수…그러나 당장 중국 점유율을 꺾지는 못했다
중국 조선업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무역·산업정책 압박은 향후 발주처의 조선소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다만 2026년 상반기와 7월까지의 실제 계약 데이터만 보면 정책 압박이 중국의 점유율 확대를 구조적으로 꺾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로이즈리스트 역시 지정학적 압력과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에도 중국의 리드가 아직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단기 제약은 공급능력 자체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대형 상선의 인도 슬롯은 2029년까지 길어졌고, 중국 역시 무한정 도크를 늘릴 수는 없다. 이 구간에서는 선주가 납기와 기술사양, 금융, 선가를 동시에 비교하게 된다. 한국 조선업계에는 수주 점유율을 물량으로 되찾는 것보다 높은 선가와 이익률을 유지하면서 LNG·가스선, 특수선, 해양설비 등에서 기술 프리미엄을 확보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철강업계에는 ‘7월 발주 급감’보다 수주잔량과 건조 믹스가 중요
후판 수요 관점에서는 7월 한 달의 신규 발주 감소를 곧바로 조선용 후판 수요 둔화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 선박은 계약 후 설계와 블록 제작, 탑재, 진수까지 장기간의 건조 공정을 거친다. 한국 조선소가 보유한 3,823만CGT의 수주잔량은 앞으로 수년간의 작업물량을 의미하기 때문에 단월 발주량보다 실제 건조 스케줄과 선종 믹스가 후판 출하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국내 철강사 입장에서는 한국 조선업계가 고부가 선종 중심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물량뿐 아니라 품질 요구 수준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LNG운반선, 대형 탱커, 해양구조물은 후판의 강도·저온특성·용접성 등 사양 관리가 핵심이어서 범용재와 다른 공급경쟁이 형성된다. 반면 중국 조선소의 수주잔량이 세계의 66%까지 확대된 것은 글로벌 조선용 후판 소비의 무게중심이 중국 쪽으로 더 기울 수 있음을 뜻한다.
조선사와 철강사 간 후판 가격협상에서도 양쪽의 논리가 복잡해진다. 조선사는 중국 업체와의 선가 경쟁을 이유로 원가 절감을 요구할 수 있고, 철강사는 장기간의 조선 호황과 높은 수주잔량을 근거로 안정적인 가격과 공급계약을 중시할 가능성이 크다. 후판 유통과 가공업체는 단순 발주량보다 조선소별 건조량, 도크 회전, 프로젝트별 강종·규격, 중국산 조선용 후판의 가격경쟁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발주량보다 ‘어떤 배가 어느 조선소로 가는가’
하반기 조선시장을 볼 때 첫 번째 변수는 월별 발주량의 반등 여부가 아니라 탱커·LNG선·컨테이너선 가운데 어느 선종이 발주를 주도하느냐다. VLCC 선가는 1년 전보다 높아졌고 에너지 물류 불확실성도 탱커 발주를 자극하고 있다. LNG선은 절대 선가가 여전히 높지만 중국의 수주 비중 확대가 한국 조선소의 프리미엄을 얼마나 압박하는지가 핵심이다.
두 번째는 2029~2030년 슬롯 경쟁이다. 한국 조선 3사가 이미 상당한 일감을 확보한 상황에서는 신규 계약을 많이 따내는 것보다 선가와 수익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세 번째는 중국의 추가 조선능력 확대 속도와 미국·유럽의 대중 조선정책이 실제 선주 행동을 바꾸는지 여부다. 마지막으로 철강업계는 조선 수주 통계보다 실제 건조량과 조선용 후판 구매계약, 선종별 고급강 수요 변화를 함께 추적해야 한다.
결국 7월의 56% 급감은 강한 상반기 발주 뒤에 나타난 월간 숨 고르기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중국은 규모에서 격차를 더 벌리고 있고, 한국은 도크와 기술의 희소성을 활용해 고선가·고부가선 중심으로 방어하는 국면이다. 철강시장에는 이 경쟁이 단순한 조선 수주 점유율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몇 년간 후판 수요의 지역 배분과 품질 믹스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출처: 클락슨리서치,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공개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KRX, 로이즈리스트, 중국 공업정보화부, 시장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