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4일 (화)

안전하게 살아라, 건강하게 살아라


어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젊은 시절 그는 보험회사 소장으로 일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조직을 이끌며 한때는 누구보다 바쁘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명예퇴직 뒤의 삶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찾아왔다.





인테리어 공사도 했고, 실내 청소 일도 했다. 새로운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몸으로 부딪치며 다시 삶의 자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진 그는 2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목수의 길을 걸었다.


인부들을 데리고 전국의 공사 현장을 누볐다. 제주에서도 여러 건의 공사를 맡아 집을 완성했다. 손으로 나무를 다듬고, 벽을 세우고, 천장을 만들며 누군가가 살아갈 공간을 지었다.


그는 성실했고 일도 잘했다. 한번 일을 맡긴 사람은 다시 그를 찾았다. 소개가 소개로 이어져 주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쉬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일감이 끊이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먼 지방까지 다니는 일이 힘에 부치자, 최근에는 경기도 인근의 공사만 맡았다. 이제는 몸을 조금 아끼며 일하려 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현장에서 일했으니 사다리도, 천장도, 공구도 누구보다 익숙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는 익숙한 곳에서 찾아왔다.


며칠 전부터 인천의 한 상가에서 인테리어 작업을 하던 그는 어제 천장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었다. 공사가 거의 끝나가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손보면 일을 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때 사다리가 쓰러졌다.


그는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고, 끝내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평생 수많은 집과 가게를 고쳐주고, 다른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물 공간을 만들어주던 친구가 정작 자신의 집으로는 돌아오지 못했다.


삶은 때때로 너무 갑작스럽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그날이 마지막 출근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함께 일하던 사람들도, 가족들도, 친구들도 그가 저녁이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우리 친구들은 함께 조문했다. 그리고 발인까지 곁을 지키기로 했다.


영정 속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젊은 날의 모습이 떠올랐다. 함께 웃고 떠들던 시절, 서로의 앞날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누가 먼저 늙을지, 누가 먼저 떠날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때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한 친구를 먼저 보내야 한다.


장례식장에서 친구들은 서로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누구도 길게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같은 생각이 흐르고 있었다.

“안전하게 살아라.”

“건강하게 살아라.”


평소 같으면 너무 당연해서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말이다. 그러나 친구의 영정 앞에서 듣는 그 말은 달랐다. 그것은 인사말이 아니라 간절한 부탁이었고, 남은 사람끼리 나누는 약속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일을 서두른다. 납기를 맞추려 하고, 약속한 날짜를 지키려 하며, 조금이라도 더 완벽하게 마무리하려 한다. “이것만 끝내고 쉬자”, “오늘까지만 하고 몸을 돌보자”고 말한다.


그러나 일은 끝이 있어도 삶은 한번 멈추면 다시 이어갈 수 없다.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함은 때때로 가장 큰 위험이 된다. 수없이 오르내린 사다리이고, 매일 사용한 공구이며, 수십 년 반복한 작업이라 해도 단 한 번의 방심이 모든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안전은 일을 방해하는 절차가 아니다.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약속이다.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며,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베풀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배려다.


친구는 평생 성실하게 살았다. 은퇴 뒤에도 주저앉지 않았고, 새로운 기술을 익혔으며, 자기 손으로 삶을 이어갔다. 누군가의 집을 고쳐주고, 누군가의 가게를 완성하며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했다.


그런 친구였기에 떠남이 더욱 아프다.


잘 살아온 사람에게는 조금 더 긴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일을 조금 내려놓고 가족과 친구들과 느긋한 시간을 누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세상은 그런 우리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친구야.

그동안 참 수고 많았다.


보험회사 사무실에서 사람들을 만나던 날도, 낯선 현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며 일하던 날도, 제주까지 내려가 집을 완성하던 날도, 너는 언제나 네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네가 만든 집과 가게에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드나들 것이다. 네 손길이 머문 벽과 천장 아래에서 사람들이 웃고, 밥을 먹고, 장사를 하고, 하루의 피로를 풀 것이다.


그곳에는 네가 남긴 시간이 있다.

이제 우리는 너를 보내지만, 네 성실함과 우직함까지 떠나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네가 살아온 이야기는 남은 친구들의 기억 속에서 오래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서로에게 말할 것이다.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 안전하게 살아라.

일을 덜 하더라도 건강하게 살아라.

약속한 날짜보다 하루 늦게 도착해도 좋으니 살아서 돌아와라.


돈도 중요하고, 일도 중요하고, 책임도 중요하지만 목숨보다 앞서는 일은 세상에 없다. 가족에게 가장 큰 선물은 많은 돈이 아니라 무사히 현관문을 열고 돌아오는 일이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떠남이 남긴 마지막 가르침은 너무나 단순하고 무겁다.


오늘 집을 나선 사람은 반드시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


친구야, 부디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어라.

남은 우리는 서로를 더 살피며 살아가겠다.

안전하게 살아가고, 건강하게 살아가겠다.


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집으로, 우리는 하루하루 무사히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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