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3일 (월)

[철의 산책] 사는 게 재미없다는 말



우리 모임의 한 사람이 아흔 중반의 어머니를 자주 찾아뵌다. 어느 날 모자는 마주 앉아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아들아,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아들은 잠시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엄마, 나도 재미가 없어. 사는 게 그런 거야.”



처음 들으면 무심한 대답처럼 느껴진다. “힘내세요”, “좋은 생각만 하세요”라는 위로가 먼저 나와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 짧은 대화에서 깊은 다정함을 느꼈다.


아들은 어머니의 쓸쓸함을 억지로 지우려 하지 않았다. 삶이 아름답고 행복하다고 설득하지도 않았다. 그저 어머니가 서 있는 쓸쓸한 자리로 조용히 걸어 들어갔다.

“엄마만 그런 것이 아니야. 나도 그래.”



어쩌면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는 희망을 크게 말해 주는 일이 아니라, 외롭지 않게 곁에 서 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흔을 넘긴 삶에서 재미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만나던 사람은 하나둘 떠나고, 갈 수 있는 곳은 줄어들며, 하루는 길고 세상은 점점 낯설어진다. 몸은 마음보다 먼저 지치고, 어제와 오늘의 경계마저 흐릿해진다.



그런 어머니에게 아들은 삶의 의미를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도 같은 강물을 건너고 있다고 말했다.

사는 일은 언제나 재미있을 수 없다. 어떤 날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몫을 다한 날이다. 웃을 일이 없어도 밥을 먹고,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도 아침에 눈을 뜨며,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다시 하루를 건너간다.



그래도 삶을 이어가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누군가가 찾아와 주는 일이다. 재미없는 삶도 함께 앉아 이야기할 사람이 있으면 견딜 만해진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삶이 재미없다고 말했지만, 어쩌면 그 말의 속뜻은 이것이었을 것이다.

“아들아, 네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들의 대답도 어쩌면 이런 뜻이었을 것이다.

“엄마, 나도 힘들지만 오늘도 엄마를 보러 왔어.”



삶의 재미는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늙은 어머니의 손을 잡는 일, 같은 말을 반복해도 다시 들어 주는 일, 말없이 곁에 앉아 있는 일에 있다.



인생은 재미있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남아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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