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도입하는 설계안을 내놓으면서 철강·비철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의 비용 지형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남부지역은 1kWh당 최대 18원, 약 10%의 인하가 제시된 반면 서울 강남·경기 남부 등 수도권 남부는 사실상 현행 수준이 유지된다. 같은 수도권에서도 인천과 시화공단의 예상 혜택이 갈리면서 향후 공장 입지와 증설 투자 판단에서 전기료가 새로운 지역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 전국을 4개 권역·11개 지역으로 나눠 산업용 요금 차등 이번 설계안의 핵심은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에 별도의 ‘지역별 조정요금’을 붙여 지역별로 할인 폭을 달리하는 데 있다. 정부는 전력 수급 여건과 서울과의 거리, 인구감소 위험, 산업위기지역 여부 등을 반영해 전국을 4개 권역, 총 11개 지역으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대상에서 제외되고 산업용 전력에 한해 적용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난해 산업용 평균 판매단가인 181.9원/kWh를 기준으로 보면 남부권의 할인 폭은 약 7~10%, 중부권은 5.5~8%, 수도권 북부는 3~5.5% 수준이다. 수도권 남부는 0~1원 인하에 그쳐 사실상 동결에 가깝다.
## 남부권 13~18원 인하…전력 다소비 업종일수록 원가 효과 확대 지역별 차등요금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종일수록 체감 효과가 커지는 구조다. 철강정보원 관점에서 보면 전기로 제강, 압연, 열처리, 도금 등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 공정은 동일한 생산량이라도 공장 소재 지역에 따라 전력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경상·전라 등 남부권 공장은 13~18원/kWh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수도권 남부 공장과 비교해 에너지 비용 측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기업별 절감액은 계약종별, 시간대별 사용패턴, 부하율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번 설계안의 할인 폭을 기업별 비용 절감액으로 단순 환산해서는 안 된다.
## 시화는 동결, 인천은 할인…같은 수도권에서도 공단별 격차 산업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시화공단과 인천 공단의 차이다. 시흥·안산의 시화공단은 수도권 남부로 분류돼 0~1원/kWh 인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남동·주안·부평 등 인천 공단은 수도권 북부 권역에 포함돼 6~10원/kWh 인하가 제시됐다. 수도권이라는 동일한 시장권에 속하더라도 행정구역과 권역 구분에 따라 전기료 혜택이 달라지는 셈이다. 향후 신규 설비 투자나 공장 이전·증설을 검토하는 철강 가공업체와 재압연사, 비철 업체 입장에서는 토지가격과 물류비뿐 아니라 전력비까지 입지 판단 요소로 비교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 인천은 전력 자급률 172.7%에도 할인 폭 제한…형평성 논란 인천에서는 이번 권역 구분이 지역 전력 기여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사용자 제공 자료에 따르면 인천의 전력 자급률은 172.7%로 자체 소비량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해 다른 수도권 지역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수도권 북부로 묶이면서 할인 폭은 6~10원에 그친다. 반면 일부 비수도권 지역은 전력 자급률이 낮더라도 중부·남부 권역에 속해 더 큰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시와 지역 경제계가 보정계수나 할인 폭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연말 최종 고시 전까지 세부 구간이 조정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 한전 수입 감소 보완 위해 LMP 병행…발전업계에는 새 변수 소매요금만 지역별로 낮출 경우 한국전력의 수입 감소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제도 설계의 핵심 과제다. 제공 자료에서는 연간 약 2.8조~3조원의 수입 감소 가능성이 거론됐으며,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력 도매가격도 지역별로 달리 적용하는 지역별 한계가격제(LMP) 도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송전 제약과 발전 위치를 가격에 반영할 수 있지만, 비수도권 화력발전소 등 일부 발전사업자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어 발전업계의 반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계가 받는 소매 할인과 발전시장 개편이 동시에 추진되는 만큼 최종 제도는 전력 소비기업과 발전사업자 양쪽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구조다.
## 철강·비철업계는 환영…그러나 투자 이동은 전기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기요금 부담이 누적된 철강·비철업계와 경제단체들은 지방 기업의 비용 경쟁력 회복과 투자 촉진 측면에서 이번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요금 인하만으로 수도권 공장이 곧바로 지방으로 이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철강 유통·가공업체는 수요처 접근성, 물류비, 항만과 철도, 인력 수급, 협력업체 집적도 등을 함께 고려한다. 따라서 지역 차등요금이 실제 투자 이동으로 이어지려면 산업단지 인프라, 규제 개선, 정주 여건 등 추가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 시장 참여자별 영향 전기로 제강사와 전력 다소비 철강사는 남부·중부 생산기지의 상대적 원가 경쟁력 변화를 우선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재압연사와 가공업체는 공장 이전보다 기존 사업장의 전력 사용구조와 신규 설비의 지역별 경제성을 비교하는 작업이 현실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 유통업체와 수요가는 단기적으로 직접적인 요금 혜택보다 공급업체의 원가 구조 변화가 향후 가공비와 판매가격 협상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천 소재 기업은 할인 혜택이 예상되지만 지역 차원의 추가 조정 요구가 진행 중인 만큼 최종 확정안을 확인해야 한다.
## 관전 포인트 첫째는 11개 지역의 최종 경계와 할인 폭이다. 둘째는 인천처럼 전력 자급률과 지역 분류 사이의 형평성 논란이 보정계수에 반영될지 여부다. 셋째는 LMP 도입 방식과 시행 시점이다. 넷째는 전기요금 약관 개정 이후 실제 기업별 청구요금에서 할인 효과가 어느 정도로 나타나는지다. 정부는 공청회와 고시, 약관 개정 절차를 거쳐 2026년 안으로 제도를 최종 확정해 도입하는 일정을 제시하고 있어 연말까지 세부 설계가 핵심 변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