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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제철 승부, 이제 ‘쇳물’ 넘어 고급강으로…中 바오산 전기강판에 韓 포스코·현대제철도 속도

바오산강철 잔장, 수소 기반 샤프트로-EAF로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
포스코는 HyREX 유동환원로, 현대제철은 Hy-Cube·Hy-Arc…상용화 경로는 ‘3사 3색’





수소환원제철 경쟁의 무게중심이 달라지고 있다. 철광석에서 탄소를 얼마나 줄여 철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겨루던 기술 경쟁이 이제는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같은 고부가 제품을 실제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느냐는 상업화 경쟁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중국 바오우그룹 산하 바오산강철 잔장철강이 수소 기반 샤프트환원로와 전기로를 연결한 공정에서 무방향성 전기강판 코일을 생산하면서 이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 한국에서는 포스코가 분광을 직접 사용하는 HyREX 유동환원 기술을, 현대제철이 전기로 경험을 기반으로 한 Hy-Cube와 Hy-Arc를 각각 추진하고 있다. 세 철강사가 출발점과 기술 경로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시장은 탄소배출이 낮으면서도 품질이 높은 미래 고급강 시장이라는 점에서 같다.



바오산강철, 수소환원철을 ‘전기강판’까지 연결

바오산강철 잔장철강은 2026년 8월 11일 수소 기반 샤프트로와 전기로를 연결한 단공정에서 중국 최초의 상업용 무방향성 전기강판 코일을 생산했다. 이번 공정은 수소 기반 샤프트로에서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하고 이를 전기로에서 용해한 뒤 고급 판재류로 이어가는 구조다.


이번 성과에서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저탄소 쇳물을 만들었다는 점이 아니다.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전기자동차 모터와 산업용 모터, 발전기, 가전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고부가 철강재다. 화학성분과 청정도, 압연·열처리 제어뿐 아니라 최종 자기특성까지 관리해야 해 범용 열연이나 일반 판재류보다 생산 난도가 높다.


결국 잔장철강은 수소 기반 DRI-EAF 공정을 범용 저탄소 철강재 단계에서 고급 판재류 영역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바오산강철은 글로벌 전기·자동화 기업 ABB와 전기모터용 소재 적용 가능성도 논의하고 있어 향후 저탄소 전기강판을 글로벌 모터와 전기차 공급망에 연결하는 전략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생산을 곧바로 ‘100% 그린수소 기반 완전 무탄소 전기강판’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바오우그룹 자료에 따르면 잔장철강의 연산 100만 톤급 수소 기반 샤프트로는 2024년 8월 168시간 연속 전부하 생산을 달성하면서 환원가스 내 수소 함량 70% 조건의 안정 조업을 검증했다. 따라서 현재 핵심 의미는 순수 수소 공정의 완결보다는 대형 수소 기반 샤프트로를 실제 철강제품 생산체계에 연결하고 있다는 데 있다.


바오우가 제시한 장기 방향은 수소 기반 샤프트로를 출발점으로 DRI와 스크랩을 전기로에 투입하고, 향후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 장공정 대비 탄소배출을 대폭 낮추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포스코 HyREX, ‘펠릿 없이 분광 직접 사용’이 승부수

바오산강철이 샤프트로를 앞세워 상용 제품 생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면 포스코는 기술 구조 자체가 다르다. 포스코의 HyREX는 FINEX에서 축적한 유동환원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샤프트환원로가 일정 크기와 강도를 갖춘 고품위 펠릿을 위에서 아래로 이동시키면서 환원가스를 통과시키는 방식이라면 HyREX는 가루 형태의 철광석인 분광을 유동시켜 수소와 반응시키는 방식이다.


철강업계가 이 차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원료다. 기존 DRI용 샤프트로는 가스 통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품질 이상의 펠릿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HyREX는 분광을 직접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펠릿화 과정을 줄이고 철광석 선택 폭을 넓힐 가능성이 있다.


포스코는 현재 포항제철소에 연산 30만 톤 규모의 HyREX 실증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신 로드맵은 이 설비를 활용해 2030년까지 HyREX 상용화 기술을 완성하고 이후 기존 고로를 단계적으로 탈탄소 생산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전까지의 가교 역할은 전기로가 맡는다. 포스코는 2026년 6월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 톤 규모의 국내 최대 전기로를 준공했다. 향후 스크랩 선별과 불순물 제어, 정련기술을 고도화해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생산 능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HyREX의 장기 경쟁력은 원료 유연성이지만 넘어야 할 벽도 적지 않다. 100% 수소환원 조건에서 대형 유동환원로를 안정적으로 가동하고, 탄소 함량이 매우 낮은 DRI를 전기용융로에서 효율적으로 녹이는 기술을 산업 규모에서 검증해야 한다. 기존 천연가스 DRI 산업을 기반으로 수십 년간 조업 경험이 축적된 샤프트로와 비교하면 상용화 속도에서는 후발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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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완전 수소’보다 전기로 고급강부터 단계적 접근

현대제철은 또 다른 길을 택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Hy-Cube는 하나의 환원로 기술을 의미하기보다 철스크랩과 DRI, 저탄소 용선, 전기로, 수소 기술을 유연하게 결합하는 탄소중립 생산체계에 가깝다.


중단기 전략의 첫 단계는 전기로와 고로를 연결하는 복합공정이다. 현대제철은 철스크랩과 HBI 등을 전기로에서 먼저 용해한 뒤 이 쇳물을 고로 용선과 함께 전로에 투입하는 Pre-melting 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이 방식으로 기존 고로 판재류보다 탄소배출을 낮추면서 자동차용 강판 품질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다음 단계가 Hy-Arc다. 현대제철은 고로 용선을 대형 고속 용융 전기로에 직접 투입하고 향후 DRI와 스크랩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Hy-Arc는 아직 연구개발 단계이며, 장기적으로는 환원제 자체를 수소로 전환해 2050년 수소환원제철 체제로 이동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제철의 강점은 전기로 경험과 자동차강판 수요처가 동시에 있다는 점이다. 전기로를 이용한 고강도 판재 시험생산 경험에 현대자동차·기아로 이어지는 그룹 내 자동차 공급망이 결합돼 저탄소 자동차강판 개발 이후 실제 차량 적용까지 연결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짧을 수 있다.


기술은 달라도 목표는 하나…‘고급강의 탄소발자국’을 잡아라

구분바오산강철 잔장포스코현대제철
핵심 기술축수소 기반 샤프트로+EAFHyREX 유동환원로+전기용융Hy-Cube·Hy-Arc
주요 철원펠릿 기반 DRI, 스크랩분광 기반 수소환원 DRI스크랩, HBI·DRI, 용선
주요 설비·규모수소 기반 샤프트로 연산 100만 톤급HyREX 실증 연산 30만 톤, 광양 EAF 연산 250만 톤Pre-melting 적용, Hy-Arc 연구개발
2026년 현재 위치무방향성 전기강판 상업 코일 생산HyREX 실증사업 추진·대형 EAF 가동전기로-고로 복합공정 단계적 적용
주요 목표 제품고급 박판·전기강판자동차강판·전기강판 등 고급강자동차강판·후판·고급 판재류
주요 경쟁력대형 샤프트로 상용 경험 및 제품화 속도분광 직접 사용에 따른 원료 유연성전기로 경험 및 자동차 공급망
핵심 과제그린수소 비중·제품 LCA·원가대형 유동환원·용융 안정성Hy-Arc 상용화·저탄소 DRI 확보

자료: 각사 공개자료 및 시장


기술 경쟁만 놓고 보면 현재 상용화 속도에서는 샤프트로가 앞서 있다. 천연가스 기반 DRI 산업을 통해 설비와 조업기술이 이미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기존 DRI 공정을 수소 비중이 높은 환원가스로 단계적으로 전환할 수도 있어 투자 리스크를 나눠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HyREX는 대형 실증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하지만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분광 직접 사용이라는 원료 측면의 이점이 커질 수 있다. 향후 세계 각국에서 DRI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면 고품질 DR 펠릿의 공급 부족과 프리미엄 상승이 새로운 비용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기존 고로와 전기로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탄소배출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데 무게를 둔다. 그 과정에서 최종 수요자인 자동차업계가 요구하는 탄소발자국과 품질을 동시에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수소 가격보다 먼저 시작된 ‘저탄소 제품’ 경쟁

수소환원제철의 최대 변수는 여전히 수소와 전력이다. 값싼 청정수소를 대량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기술적으로 철광석을 수소로 환원할 수 있어도 고로 제품과 가격경쟁을 벌이기 어렵다. 전기로와 전기용융로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얼마나 저탄소 전원으로 조달할지도 제품의 실질적인 탄소발자국을 결정한다.


그러나 철강사들은 청정수소 가격이 충분히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있다. 철스크랩 사용 확대, HBI·DRI 투입, 고로-전기로 복합조업, 함수소가스 취입 등 기존 설비를 활용한 브릿지 기술을 먼저 상용화하면서 저탄소 제품 시장을 만들어가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전기강판과 자동차강판은 전략적 의미가 더욱 커진다. 일반재와 달리 제품가격에서 기술·품질 프리미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초기 그린 프리미엄을 흡수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최종 수요기업들도 공급망의 탄소배출을 줄여야 해 저탄소 고급강에 대한 구매 명분 역시 강하다.


한국 철강업계, ‘기술 완성 시점’보다 제품 인증 속도가 중요

국내 철강업계에는 이번 바오산강철의 움직임을 단순히 중국의 수소제철 기술이 한국보다 앞섰다는 관점으로 볼 필요가 없다. 세 업체의 공정과 기술 성숙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서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오히려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수소 100%를 선언하느냐보다 탄소배출을 객관적으로 줄인 철강재를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과 가격, 물량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다. 특히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비롯해 자동차·가전·에너지 기업의 공급망 탄소 관리가 강화될수록 제품별 탄소발자국과 제3자 인증은 수출 경쟁력 자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판매 측에서는 전기강판과 자동차강판 등 저탄소 프리미엄을 인정받기 쉬운 고급 제품의 장기 공급계약을 먼저 확보하는 전략이 유리하다. 반대로 구매업체는 당장 ‘제로카본’이라는 명칭만 볼 것이 아니라 제품별 실제 탄소배출량, 산정 경계, 수소·전력의 조달 방식과 제3자 인증 여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소환원제철의 진짜 승부는 환원로 안에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품질의 철강재를 더 적은 탄소로, 더 낮은 비용에, 더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업이 결국 시장을 가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바오산강철의 전기강판 생산은 그 경쟁이 이미 실험실을 넘어 제품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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