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 숙종의 1102년 화폐 유통 제서를 통해 EU CBAM 본격 시행과 글로벌 철강 과잉공급을 해석하고, 한국 철강기업의 탄소 데이터·계약·제품전략 과제를 제시한다.
고려 상업사에서 1102년 숙종의 화폐 유통 제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는 상인의 명언이 아니라 후대에 편찬된 《고려사》에 왕의 제서로 전하는 상업정책 기록이다.
그로부터 900여 년이 지난 지금 글로벌 철강 교역에는 새로운 '전화(錢貨)'가 등장했다. 탄소배출량이다. 철강의 강도와 가격, 납기만으로 거래가 완결되던 시대에서 제품 한 톤에 얼마의 탄소가 들어갔는지를 검증 가능한 숫자로 제시해야 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富民利國,莫重錢貨。
백성을 부유하게 하고 나라를 이롭게 하는 데 전화(錢貨)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고려 숙종 · 《고려사》 권79 지 권33 식화2 화폐, 숙종 7년(1102) 12월 제서
숙종은 화폐 주조와 유통을 명하면서 해동통보 1만5000관을 재추, 문무양반과 군인에게 나눠 유통의 마중물로 삼고, 개경 거리에 점포를 설치해 화폐 사용의 이로움을 확산하도록 했다. 이는 돈 자체의 찬양보다 교환의 공통 기준과 시장 기반을 국가가 조성하려 한 정책 맥락이다.
사료 검증: 국사편찬위원회 고려시대 사료 DB의 《고려사》 번역문과 원문 계통 자료를 대조했다. 《고려사》는 조선 전기에 편찬된 정사이므로 현존하는 1102년 제서 원본은 아니라고 한다.
글로벌 철강시장, 탄소가 새로운 거래 기준으로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 8월 14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본격 시행을 위한 지침 10종을 공개했다. 역외 생산자의 모니터링 계획, 내재배출량 계산, 무상할당 조정과 함께 철강 생산공정 및 가치사슬을 다룬 별도 지침이 포함됐다. 2026년 2분기 CBAM 인증서 가격은 이산화탄소 톤당 75.28유로로 공표됐다. 실제 배출량을 쓰려면 EU 회원국 인정기관의 인정을 받은 독립 검증기관이 확인해야 하며, EU 집행위원회는 최초 검증기관 인정이 2026년 9월 전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제도는 시행됐지만 검증 역량과 실무 관행은 아직 형성 중이다. 한편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2026년 6월 세계 조강 생산은 1억5570만 톤으로 전년 동월보다 1.7% 증가했지만 상반기 누계는 0.7% 감소했다. OECD는 세계 철강 과잉설비가 2028년 7억45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철강협회의 2026년 철강 수요 증가 전망은 0.3%에 그친다. 기관별 정의와 전망 시점은 다르지만, 공급능력은 늘고 수요 회복은 완만하다는 방향은 일치한다.
한국 철강업에 미치는 영향
한국의 2026년 6월 조강 생산은 530만 톤으로 전년 동월보다 0.9% 감소했지만 상반기 누계는 2.1% 증가했다. 세계철강협회가 예상한 한국의 2026년 철강 수요 증가율은 0.3%다. 월간 생산, 누계 생산, 완제품 수요 전망은 정의가 다르므로 단순 비교할 수 없으나 강한 내수 회복을 전제로 한 경영은 위험하다. EU 수출에서는 CBAM 비용을 법적으로 부담하는 주체가 EU 수입자라 해도 실제 경제적 부담은 계약가격과 공급자 선정 과정에서 한국 생산자에게 일부 이전될 수 있다.
반대로 실제 배출량과 생산경로를 신뢰성 있게 제시하는 기업은 기본값 의존 공급자보다 고객 유지와 저탄소 제품 차별화에서 유리할 수 있다. 다만 검증기관 확보, 세부 산정 관행, 탄소가격의 변동성이 있어 비용 발생 시점과 규모에는 불확실성이 남는다.
경영 해석과 시장 대응
숙종의 말이 오늘의 철강 경영에 주는 기준은 단순하다. 시장을 바꾸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라 교환의 공통 척도다. 고려가 곡물과 포목 중심의 교환에서 화폐라는 공통 기준을 확산하려 했다면, 오늘의 철강업은 가격표 옆에 검증된 탄소 원단위를 올려놓아야 한다. 탄소 데이터는 환경 부서의 보고 항목이 아니라 견적, 계약, 제품 포트폴리오, 설비투자를 잇는 상업 데이터다.
숙종은 동전을 주조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배포 대상을 정하고 개경 거리에 점포를 두어 실제 사용처를 만들려 했다. 오늘의 경영진도 배출량을 계산하는 시스템만 도입해서는 부족하다. 영업은 그 수치를 견적에 반영하고, 구매는 원료별 배출계수를 확보하며, 생산은 공정경로를 추적하고, 재무는 탄소가격이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야 한다. 공통 기준은 조직의 여러 기능이 함께 사용할 때 비로소 시장의 언어가 된다. 화폐를 찍는 것만으로 시장이 즉시 바뀌지 않았듯 수치를 제출하는 것만으로 저탄소 경쟁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더구나 과잉설비 아래에서는 탄소비용을 판매가격에 모두 전가하기 어렵다. 데이터의 정확성, 공정의 효율, 고객이 인정하는 저탄소 가치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공통 기준을 먼저 이해하고 신뢰 가능한 원장을 갖춘 기업이 시장의 새로운 문법을 선점한다.
실행 과제
| 우선순위 | 분야 | 실행 내용 | 시기 |
|---|---|---|---|
| 1 | 탄소 데이터 | 공장, 생산경로, 제품군별 내재배출량 원장을 재무정보에 준하는 내부통제 아래 구축한다. 배경: 회사 평균값 하나로는 실제값 검증, 고객별 계약, 공정별 개선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 | 즉시 착수, 3개월 내 핵심 수출 제품 적용 |
| 2 | 시장·계약 | EU 고객 계약에 실제값과 기본값의 적용 조건, 검증 지연, 데이터 오류, 탄소가격 변동에 따른 비용 배분을 명시한다. 배경: 법적 납부 주체와 경제적 부담 주체가 다를 수 있어 모호한 계약은 마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신규·갱신 계약부터 즉시 |
| 3 | 제품전략 | 제품과 고객을 매출총이익이 아니라 탄소조정 후 공헌이익으로 재평가한다. 배경: 같은 강종도 배출량, 생산경로, 수출 목적지에 따라 실제 수익성과 고객가치가 달라진다. | 6개월 내 포트폴리오 의사결정 반영 |
| 4 | 투자·기술 | 대형 저탄소 설비투자는 단계화하되 계측, 데이터 연계, 에너지 효율 개선처럼 후회가 적은 투자는 앞당긴다. 배경: 수요와 정책, 에너지가격은 불확실하지만 측정 신뢰성과 효율은 여러 정책 시나리오에서 공통으로 가치가 있다. | 12개월 내 우선 투자 집행 |
결론
이제 철강의 품질은 쇳물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있는 탄소 숫자까지가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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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사편찬위원회 - 《고려사》 화폐의 주조 법식을 정하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 상업
- European Commission, DG TAXUD - The European Commission publishes a series of guidance documents to support CBAM implementation in the definitive period
- European Commission, DG TAXUD - Price of CBAM certificates
- European Commission, DG TAXUD - Verification of CBAM emissions
- World Steel Association - June 2026 crude steel production
- OECD - Steel excess capacity continues to weigh on global markets, with subsidies increasingly undermining fair competition
- World Steel Association - worldsteel Short Range Outlook April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