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은 반덤핑·최저수입가격 효과로 가격 방어, 철근은 원가 부담과 건설 부진에 적자 지속
8월 초 철강 수출 4.3% 증가했지만 중국 가격 하락·재고 증가는 추가 상승을 제약

국내 철강시장의 품목별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열연강판은 중국·일본산 반덤핑 조치와 최저수입가격(MIP)에 힘입어 비수기에도 가격을 방어하고 있지만, 철근·형강·선재·스테인리스 유통시장은 실수요 부진과 수입재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 시장의 핵심은 ‘전반적 회복’이 아니라 ‘정책으로 방어되는 판재류와 수요에 그대로 노출된 봉형강류의 분화’다. 상반기 조강 생산이 3년 만에 증가했지만 과거 생산 수준에는 못 미쳤고, 포항 철강산단 수출은 두 자릿수 감소했다. 생산 회복만으로 내수 규모나 체감 경기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의 8월 14일 집계는 상반기 조강 생산이 감소세를 끊었다고 전하면서도 하반기 수요 회복 여부를 변수로 남겼다.
열연, 중국 가격과 분리…수입 규제가 국내 가격 결정력 높여
판재류 가운데 열연은 가장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8월 11일 하절기 수요 부진에도 국내 열연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7월 포스코·현대제철의 열연 내수 판매는 5개월 연속 60만톤을 웃돌았고, 1~7월 누적 내수 판매는 2021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수출은 감소했다.
이는 국내 수요가 강하게 회복됐다기보다 반덤핑 조치 이후 국산재가 수입재를 일부 대체한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 중국산 열연 수입은 6월 급증 뒤 7월 다시 감소했고, 가격약속을 체결한 업체들은 MIP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유지했다. 일본산 수입은 증가했다.
특히 국내 열연가격이 중국 가격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이 나타났다. 반덤핑과 MIP 도입 이후 중국 시세보다 국내 공급량과 제조사 판매정책의 영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철강금속신문, 8월 10일 이는 고로사와 열연 유통업체의 가격 협상력을 단기적으로 높여주는 구조적 변화다.
다만 방어력이 곧 수요 회복을 뜻하지는 않는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인용한 8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8월 상순 중국의 6개 철강 품목 유통가격이 열흘 사이 톤당 47~61위안 하락했고, 유통재고는 수개월 사이 20% 이상 증가했다. 열연·철근·선재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철강금속신문, 8월 18일 중국 및 베트남 업체가 수출 오퍼를 낮추면 MIP 적용 품목 밖의 수입재가 다시 국내 가격을 압박할 수 있다.
철근·형강·선재, 감산보다 빠른 수요 위축
봉형강류는 약세가 더 깊다. 철강금속신문 8월 17일자 주간시장동향은 철근 가격 약세가 지속되면서 제강사의 가격 고시가 철회됐고, 형강은 휴가 이후에도 관망세가 이어졌다고 정리했다. 선재는 국내 생산 감소에도 수입재가 늘었으며, STS 유통은 ‘거래절벽’ 상태가 이어졌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대한제강·한국철강·환영철강 등 철근 전문 3사는 상반기 합산 20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철근 가격을 약 5% 인상하는 동안 철스크랩 구매비는 20% 급등해 수출 확대를 통한 돌파구도 제약받았다.
이번 주 국내 철스크랩 가격은 6주 만에 톤당 1만원 하락했다. 철강금속신문, 8월 18일 원료 조정은 전기로사의 향후 원가에는 긍정적이지만, 제품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는 스크랩 하락분이 철근 가격 인하 요구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마진 회복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철스크랩 소비 자체는 상반기에 5년 만에 반등했고 자급률은 94.7%를 기록했다. 철강금속신문, 8월 18일 그러나 이는 철근 수요 회복보다는 국내 구매 확대와 생산 기저효과가 섞인 수치다. 철근·형강 유통업체에는 재고 확대보다 현금 회전과 거래처 신용 관리가 우선되는 국면이다.
고로 원가는 내려가지만 가격 인상 명분도 약해져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 하락으로 제선원가는 3개월 연속 낮아졌고, 8월에는 톤당 3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중국 수요 부진과 원료 공급 부담이 동시에 작용했다.
이는 포스코·현대제철의 하반기 수익성에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원가 하락은 자동차강판·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 협상에서 수요업체가 제시할 반론이기도 하다. 8월 초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상반기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자동차강판과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을 추진했으며, 당시 후판 유통가격은 톤당 약 101만원이었다.
따라서 판재류 가격 인상은 일괄 인상보다 품목·고객별 차등 적용 가능성이 높다. 조선·자동차·전력 인프라용 고급재는 상대적으로 인상 여지가 있지만 범용 열연·냉연과 유통향 제품은 중국 가격 하락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수출은 플러스 전환했지만 ‘강한 회복’과는 거리
관세청의 8월 1~10일 잠정 집계에서 철강제품 수출은 9억1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3% 증가했다. 전체 수출은 45.3% 늘어난 212억8,600만달러였고, 무역수지는 17억9,800만달러 흑자였다. 미국향 전체 수출은 0.2% 감소했다. 관세청 자료, 8월 14일
철강 수출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증가율은 전체 수출에 크게 못 미친다. 포항 철강산단의 상반기 수출도 전년 대비 12.9% 감소했다. 단기 통관실적 개선을 구조적 반등으로 해석하기보다 지역·품목별 편차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통상 측면에서는 미국의 고율 품목관세, EU의 수입쿼터와 CBAM, 일본의 한국산 GI·열연·냉연 반덤핑 조사 등이 계속 수출 경로를 좁히고 있다. 국내 열연 MIP는 내수 가격을 지지하지만 동시에 일본산·동남아산 또는 가공품 형태의 우회 유입을 늘릴 수 있어 원산지별 수입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
기술·투자는 ‘증설’보다 생산성 개선과 고부가 전환
신규 범용 설비 증설보다 현장 생산성과 품질 대응을 높이는 투자가 두드러진다. 광양제철소는 직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생산·품질·설비관리용 생성형 AI 에이전트 57건을 발굴했다. 도금 품질결함 데이터를 분석해 원인과 개선책을 제시하는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데이터센터·전력망용 고부가 강재를 신수요로 개발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데이터센터 관련 물량은 인허가와 전력망 확보 이후 발주되므로 당장의 건설용 강재 부진을 상쇄할 규모는 아니다.
경영 판단의 초점
첫째, 가격 전략은 품목별로 분리해야 한다. 열연·후판·자동차강판은 국산 대체와 장기 수요처를 근거로 가격을 방어하되, 원료가격 하락분을 반영한 고객별 조건 조정이 필요하다. 철근·형강·선재는 명목가격보다 실제 출하가격과 할인 폭을 관리해야 한다.
둘째, 유통재고는 보수적으로 운용할 시점이다. 특히 철근·형강·STS는 거래량 회복을 확인하기 전 선매입을 자제하고, 열연은 중국·일본·베트남 오퍼와 MIP 충족 물량의 국내 도착 시점을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조달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셋째, 건설향 거래처의 신용위험을 가격위험보다 앞에 둬야 한다. 저가 출하 경쟁이 심해질수록 매출 확대보다 회수기간, 담보, 한도 관리가 중요하다.
넷째, 수출은 미국·EU의 물량 확대보다 고객별 채산성과 탄소자료 대응력을 우선해야 한다. 8월 초 수출 증가만으로 생산계획을 높이기에는 미국향 정체와 포항지역 수출 감소 신호가 더 무겁다.
향후 1~2주에는 중국 열연·철근 가격과 유통재고, 동남아산 신규 오퍼, 국내 열연 MIP 물량의 실제 입항, 철근 제강사의 추가 감산·출하정책, 자동차강판·조선용 후판 협상 결과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