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철강시장이 여름철 거래 공백에도 좀처럼 약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실수요와 구매 활동은 둔화했지만, 수입 쿼터 축소와 고율 관세, 라인강·다뉴브강 저수위에 따른 물류 차질이 역내 공급의 방어막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 주요 철강사의 고로 재가동까지 맞물리면서 시장은 ‘단기 공급 제약’과 ‘중기 생산 회복’이 충돌하는 구간에 들어섰다.
열연부터 후판까지…북서유럽 가격 방어력 뚜렷
유럽 철강시장에서는 제품별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북서유럽 열연코일은 거래 가능 가격이 철강사 오퍼보다 낮지만, 수입 대체재의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추가 하락 압력은 제한적이다. 냉연강판과 용융아연도금강판은 휴가철의 얇은 거래 속에서도 톤당 830유로 수준을 지켰다.
후판은 남·북유럽 간 가격 격차가 여전히 크다. 남유럽 내수 후판은 톤당 690~710유로인 반면 북유럽은 820~850유로로 평가됐다. 유럽 후판사들은 9월 출하분에 대해 톤당 40~60유로 인상을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 성약 여부는 휴가철 이후 수요 회복 강도에 달렸다.
| 지역·품목 | 가격 | 달러 환산 | 시장 상황 |
|---|---|---|---|
| 북서유럽 열연코일 거래 | €720~730/t EXW | $829~841/t | 대형 거래 부재, 재고 소진 대기 |
| 북서유럽 열연코일 오퍼 | €740~760/t EXW | $852~876/t | 철강사 가격 방어 지속 |
| 이탈리아 열연코일 거래 | €700~720/t EXW | $806~829/t | 남유럽 수요 부진 반영 |
| 북서유럽 냉연강판 | €830/t EXW | $956/t | 전일 대비 보합 |
| 북서유럽 용융아연도금강판 | €830/t EXW | $956/t | 전일 대비 €5/t 상승 |
| 남유럽 내수 후판 | €690~710/t EXW | $795~818/t | 이탈리아 실거래는 하단 중심 |
| 북유럽 내수 후판 | €820~850/t EXW | $945~979/t | 오퍼 대비 협상 가능 가격 |
| 남유럽 수입 후판 | €710~750/t CFR | $818~864/t | 가격 범위 하단 확대 |
| 북유럽 수입 후판 | €700~750/t CFR | $806~864/t | 통상·물류 비용 반영 필요 |
| 후판사 9월 인상 제시 | €40~60/t | $46~69/t | 성약 여부는 수요 회복이 관건 |
주: 달러 환산은 €1=$1.152 적용.
수요는 약하지만 수입재가 가격을 끌어내리지 못한다
통상적인 비수기라면 거래 부진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이번 여름은 다르다. 북서유럽 유통업계에서는 최근 대형 계약이 거의 없고, 구매자들이 보유 재고 소진을 기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역외 저가재가 내수가격의 하단을 압박하는 기능은 크게 약해졌다.
유럽연합의 새 철강 세이프가드 체계는 수입 물량을 줄이고 쿼터 초과분의 비용 부담을 높였다. 냉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치와 탄소국경조정제도까지 더해지면서 수입업체는 선적 시점의 가격만으로 채산성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통관 시점의 쿼터 잔량, 원산지별 관세, 탄소 비용을 함께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 통상 변수 | 변화 | 시장 영향 |
|---|---|---|
| EU 철강 수입 쿼터 | 총 허용 물량 47% 축소 | 역외재 공급 여력 감소 |
| 쿼터 초과 관세 | 25%에서 50%로 상향 | 초과 물량의 가격 경쟁력 약화 |
| 냉연강판 반덤핑 관세 | 5.6~28% | 대상국 수입 위험 확대 |
| 탄소국경조정제도 | 탄소비용 반영 | 도착원가와 계약 불확실성 상승 |
라인강·다뉴브강 저수위…공급 부족보다 ‘이동 불능’이 문제
유럽 철강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내륙 수운이다. 라인강과 다뉴브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원료와 철강제품을 실은 선박의 적재량이 줄었고, 일부 물량은 철도와 트럭으로 전환됐다. 독일 철강 물류에서 내륙 수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는 단순한 운송 지연을 넘어 생산과 출하 계획을 흔드는 요인이다.
독일 서비스센터 업계에서는 대체 운송을 사용할 경우 운임이 평소보다 크게 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르셀로미탈 뒤스부르크는 일부 생산을 조정했고, 티센크루프도 원료 공급 제약에 대응해 용선 생산을 조절했다. 타타스틸 네덜란드는 일부 물류를 철도로 돌렸다. 지역 내 철강이 존재하더라도 필요한 장소와 시점에 도착하지 못하면 단기적으로는 공급 부족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 물류 지표·사례 | 수치·조치 | 시사점 |
|---|---|---|
| 라인강 관측소 | 44%가 극심한 저수위 기록 | 선박 적재량과 운항 효율 저하 |
| 다뉴브강 관측소 | 78%가 극심한 저수위 기록 | 중·동부 유럽 물류 부담 확대 |
| 독일 철강 화물의 내륙 수운 비중 | 약 3분의 1 | 수위 변화가 생산·출하에 직접 영향 |
| 트럭 등 대체 운송비 | 최소 4배 | 유통 마진 압박과 도착원가 상승 |
고로 재가동은 중기 공급 회복 신호
물류와 수입 규제가 단기 가격을 지지하는 반면, 생산 측면에서는 공급 회복 신호가 나타난다. 아르셀로미탈은 프랑스 포스쉬르메르 제1고로를 재가동했으며, 앞서 스페인 아스투리아스와 폴란드 동브로바구르니차에서도 고로를 다시 가동했다. 재가동 설비가 안정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면 가을 이후 역내 소재 수급은 지금보다 느슨해질 수 있다.
| 설비 | 재가동·운영 상황 | 공급 의미 |
|---|---|---|
| 프랑스 포스쉬르메르 제1고로 | 7월 말 재가동 | 장기 휴지 설비의 생산 복귀 |
| 프랑스 포스쉬르메르 제2고로 | 2025년 12월 재가동 | 화재 이후 생산 정상화 |
| 스페인 아스투리아스·폴란드 동브로바구르니차 | 2026년 재가동 | 서·중부 유럽 공급 기반 확대 |
| 재가동 고로 합산 능력 | 연간 약 700만t의 용선 | 가을 이후 공급 완화 가능성 |
구매자는 재고보다 도착 가능성을 봐야
유럽 수요업체와 유통업체의 판단 기준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당장의 주문량만 보면 추가 하락을 기다릴 이유가 있지만, 수입재는 쿼터와 관세 위험이 커졌고 역내재는 운송 차질 가능성이 높다. 낮은 가격보다 납기와 최종 도착원가를 우선 확인해야 하는 시장이다.
철강사에는 9월 가격 인상의 명분이 생겼지만 수요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인상분 전체를 관철하기 어렵다. 반대로 고로 재가동 물량이 시장에 본격 유입되기 전에 수위가 더 낮아질 경우, 공급 회복 효과는 물류 병목에 가려질 수 있다. 자동차와 건설 등 최종 수요산업의 주문 회복 여부도 제품별 가격 차를 확대할 변수다.
단기적으로 확인할 지표는 휴가철 이후 성약량, 라인강 수위, 수입 쿼터 소진 속도, 재가동 고로의 실제 출선 안정성이다. 유럽 철강시장은 지금 수요만으로 가격을 설명하기 어려운 구간에 있다. 가을 시장의 방향은 ‘얼마나 생산하느냐’보다 ‘얼마나 제때 이동시키고 통관할 수 있느냐’가 먼저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출처: 해외 산업자료 종합, 유럽 철강업계 및 물류업계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