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열연·냉연강판 관세 단계적 철폐…도착원가 경쟁력 개선
건설중장비 관세는 즉시 철폐…철강·기계·EPC 연계 진출 기대
2025년 양국 교역 23억7,000만달러…한국 철강 수출은 5,000만달러

한국 철강업계가 1억7,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방글라데시 시장에서 새로운 수출 기회를 맞게 됐다. 지금까지 한국산 열연·냉연강판에 적용되던 5~10%의 수입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고, 굴착기와 불도저 등 건설중장비 관세도 사라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방글라데시는 8월 4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한·방글라데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의 원칙적 타결을 공동 선언했다. 원칙적 타결은 협정의 주요 쟁점에 합의해 사실상 협상을 종료했다는 의미다. 다만 잔여 기술적 사항에 대한 협의와 정식 서명, 양국의 국내 절차가 남아 있어 관세 인하가 즉시 적용되는 단계는 아니다.
이번 협정은 한국이 인도에 이어 서남아시아 국가와 타결한 두 번째 CEPA다. 단순히 상품 관세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서비스, 투자, 인프라, 공급망, 디지털무역과 산업협력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기존 자유무역협정보다 사업 범위가 넓다.
열연·냉연강판 5~10% 관세 단계적 철폐
철강업계가 주목하는 핵심 내용은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방글라데시의 수입 관세 철폐다. 방글라데시는 현재 한국산 열연·냉연강판에 5~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CEPA 발효 이후 합의된 양허 일정에 따라 이를 단계적으로 낮춰 최종적으로 철폐할 예정이다.
| 구분 | 현행 관세율 | CEPA 합의 내용 | 예상 효과 |
|---|---|---|---|
| 열연강판 | 5~10% | 단계적 철폐 | 현지 도착원가 하락 및 가격 경쟁력 개선 |
| 냉연강판 | 5~10% | 단계적 철폐 | 가공·제조업용 소재 공급 확대 가능 |
| 굴착기·불도저 등 건설중장비 | 1% | 즉시 철폐 예정 |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 여건 개선 |
| 농업용·섬유용 기계 | 품목별 상이 | 즉시 철폐 예정 | 제조업 설비 수출 확대 가능 |
| 건설·엔지니어링 서비스 | 비관세 장벽 존재 | 시장 진출 기반 확보 | 설계·시공·기자재 패키지 진출 가능 |
자료: 산업통상부·시장 및 해외 산업자료 종합
관세가 없어지면 동일한 수출가격을 유지하더라도 현지 수입업체가 부담하는 통관 후 원가는 낮아진다. 반대로 한국 철강사와 트레이더는 관세 인하분 가운데 일부를 수출가격과 마진으로 흡수하면서도 기존 공급국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를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세 인하 전 수입가격에 10%의 관세가 적용되던 품목이라면, 관세 철폐 이후에는 운임과 금융비용, 항만비용 등이 동일하다는 전제 아래 현지 구매자의 세전 조달비용이 그만큼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실제 절감 폭은 품목별 양허 일정, 부가세와 각종 수입부과금, 해상운임, 신용장 비용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이번 합의를 곧바로 ‘한국산 철강의 무관세 수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정식 협정문이 공개돼야 품목별 HS코드, 관세 철폐 기간, 적용 시점, 원산지 기준과 예외 품목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수출업체들은 계약서에 CEPA 발효 전후의 관세 부담 주체와 가격 조정 조건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철강 단품 수출보다 인프라 패키지 수주에 주목
방글라데시는 인구 증가와 도시화, 산업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로·철도·항만·공항·발전소·전력망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협정에는 철강뿐 아니라 건설중장비와 기계류의 관세 철폐, 건설·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장 진출 기반 확보가 함께 포함됐다.
이는 한국 기업이 열연·냉연강판만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넘어 철강재, 건설기계, 전기설비, 플랜트 기자재, 설계·시공 서비스를 묶은 패키지 형태로 현지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도로와 철도 사업에서는 교량·차량·역사·창고·가드레일·배수설비용 철강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항만과 발전 프로젝트에서는 구조용 강재와 판재류, 파이프 소재, 전기설비용 냉연·도금강판 수요가 연계될 수 있다. 제조업 투자가 확대되면 자동차 부품, 가전, 기계, 섬유설비에 사용되는 판재류 소비도 점진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철강업계로서는 단순 현물 수출보다 한국 건설사·종합상사·기계업체와 초기 단계부터 프로젝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은 설계 규격과 조달처가 프로젝트 초기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입찰이 나온 뒤 소재 공급을 제안하는 방식보다 설계·조달 단계에서 한국산 철강 규격을 반영하도록 접근하는 것이 실질적인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2025년 한국의 철강 수출 5,000만달러
2025년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교역액은 23억7,000만달러로 전년보다 약 20% 증가했다. 한국의 주요 대방글라데시 수출품은 석유제품 7억9,000만달러, 살충제 5,000만달러, 철강 5,000만달러 등이다.
| 주요 지표 | 내용 |
|---|---|
| 방글라데시 인구 | 약 1억7,000만명 |
| 최근 10년 평균 경제성장률 | 연평균 약 6% |
| 2025년 한·방글라데시 교역액 | 23억7,000만달러 |
| 전년 대비 교역 증가율 | 약 20% |
| 2025년 한국의 대방글라데시 석유제품 수출 | 7억9,000만달러 |
| 2025년 한국의 대방글라데시 철강 수출 | 5,000만달러 |
| 한국 상품 자유화율 | 품목 수 81.7%, 수입액 97.5% |
| 방글라데시 상품 자유화율 | 품목 수 81.4%, 수입액 87.5% |
자료: 산업통상부·시장 및 해외 산업자료 종합
현재 철강 수출 규모는 한국 전체 철강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러나 기존 수출 기반이 작다는 것은 관세 철폐와 인프라 투자가 실제 발주로 연결될 경우 성장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방글라데시가 현 정부의 통상 다변화 전략에 따라 최근 타결한 신규 자유무역협정 상대국 가운데 가장 큰 시장이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산층 확대와 제조업 고도화가 이어지면 건설용 소재뿐 아니라 가전·자동차·기계·전기전자산업에서 사용하는 고품질 판재류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
유연한 원산지 기준도 한국 철강 수출에 유리
이번 협정에서는 철강과 석유·화학제품, 전자·전기기기, 기계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에 유연한 원산지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일부 역외산 원재료나 부품을 사용하더라도 협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특혜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철강제품은 원료와 반제품, 압연·도금·가공 공정이 여러 국가에 걸쳐 이뤄질 수 있어 원산지 규정이 수출 경쟁력을 좌우한다. 지나치게 엄격한 완전생산 기준이 적용되면 해외산 슬래브나 열연을 사용하는 재압연사·리롤러는 관세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유연한 원산지 기준이 실제 협정문에도 충분히 반영된다면 국내 일관 철강사뿐 아니라 수입 소재를 가공해 냉연·도금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도 수출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세번변경 기준과 역내 부가가치 비율, 누적 기준은 정식 협정문이 공개된 뒤 품목별로 확인해야 한다.
중국·인도산과 경쟁…관세만으로 수출이 보장되지는 않아
관세 철폐가 한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방글라데시 시장 진입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수출 경쟁력은 중국·인도 등 인접 공급국의 가격과 운임, 납기, 결제조건, 현지 유통망을 함께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
방글라데시는 한국보다 중국과 인도에 지리적으로 가깝다. 한국산 제품이 5~10%의 관세 혜택을 확보하더라도 경쟁국 제품의 기초가격이 낮거나 운송기간이 짧으면 도착원가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현지 구매자들이 요구하는 소량 다품종 공급, 장기 외상 조건, 신속한 클레임 대응도 한국 업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 철강사와 트레이더는 가격만 앞세우기보다 안정적인 품질과 납기, 고강도·내식성 제품, 프로젝트 규격 대응 능력을 차별화 요소로 제시해야 한다. 현지 코일센터나 가공업체와 협력해 절단·슬리팅·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결제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발주처의 재원 조달 구조와 정부 보증 여부, 신용장 개설은행의 신용도, 환율 변동과 대금 회수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수출보험과 무역금융을 활용하고, 초기 거래에서는 물량보다 거래 안정성을 우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발효 시점과 품목별 철폐 일정이 첫 번째 관전 포인트
산업통상부는 잔여 기술적 협의를 마친 뒤 협정문 정식 서명과 발효에 필요한 후속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공식 발표에는 특정 월의 국회 상정이나 발효 시점이 명시되지 않았다.
철강업계가 앞으로 확인해야 할 첫 번째 사항은 열연·냉연강판의 정확한 양허 품목과 철폐 기간이다. 두 번째는 한국산 판재류가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원산지 요건이다. 세 번째는 방글라데시 정부의 인프라 발주 일정과 한국 건설·엔지니어링 기업의 실제 사업 참여 여부다.
관세가 철폐돼도 현지 프로젝트가 발주되지 않으면 철강 수요는 늘지 않는다. 반대로 한국 기업이 인프라 사업의 설계와 시공을 수주하고 한국산 기자재 사용을 확대하면 철강 수출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장기 공급계약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번 CEPA의 진정한 성과는 관세율이 0%가 되는 순간보다 한국 철강·기계·건설 기업이 방글라데시의 산업화 과정에 얼마나 깊이 진입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한국 철강업계는 이번 합의를 새로운 수출시장 하나가 열린 것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서남아 인프라 공급망에 진입하는 출발점으로 활용할 것인가
SEO 키워드: #한방글라데시CEPA, #방글라데시철강시장, #한국산열연, #한국산냉연, #철강관세철폐, #열연강판수출, #냉연강판수출, #서남아철강시장, #방글라데시인프라, #철강수출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