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246만 톤 정점 이후 7년 동안 1,026만 톤 감소
2025년 철강 명목소비 4,360만 톤…2002년 이후 최저 수준
2026년 상반기 생산 반등에도 건설 침체·수출 장벽으로 회복은 불투명

세계 6위라는 순위만 놓고 보면 한국 철강산업의 위상은 여전히 견고해 보인다. 그러나 생산량과 국내 소비를 함께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강 생산은 15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국내 철강 소비는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려났다.
한국 철강산업이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경기순환형 감산이 아니다. 건설 수요의 장기 침체와 제조업 성장 둔화, 수입재와의 경쟁, 수출시장의 보호무역 강화가 겹치면서 생산 기반 자체가 축소되는 구조적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조강 생산 6,220만 톤…세계 6위는 유지
세계철강협회가 집계한 2025년 한국의 조강 생산량은 6,220만 톤으로 전년의 6,360만 톤보다 2.2% 감소했다. 생산량 기준 세계 순위는 중국, 인도, 미국, 일본, 러시아에 이어 6위를 유지했다. 7위 튀르키예의 생산량은 3,810만 톤으로 한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순위만 보면 한국은 여전히 세계적인 철강 생산국이다. 그러나 생산량은 2018년 기록한 7,246만 톤에서 2025년 6,220만 톤으로 1,026만 톤 감소했다. 감소율은 14.2%에 달한다. 국내에서 대형 고로 또는 전기로 제철소 한 곳의 연간 생산량에 해당하는 물량이 7년 사이 사라진 셈이다.
| 연도 | 국내 조강 생산량 | 전년 대비 | 시장 의미 |
|---|---|---|---|
| 2010년 | 5,891만 톤 | +21.3% | 대형 설비 증설 이전 단계 |
| 2011년 | 6,852만 톤 | +16.3% | 생산능력 급증 |
| 2018년 | 7,246만 톤 | +2.0% | 역대 최고 수준 |
| 2021년 | 7,042만 톤 | +5.0% | 코로나19 이후 수요 회복 |
| 2023년 | 6,668만 톤 | +1.3% | 일시적 반등 |
| 2024년 | 6,351만 톤 | -4.8% | 건설·제조업 수요 둔화 |
| 2025년 | 6,220만 톤 | -2.2% | 15년 전 수준으로 후퇴 |
2010~2024년 국내 통계와 2025년 세계철강협회 통계를 연결해 보면, 2025년 생산량은 2010년과 2011년 사이 수준으로 내려왔다. 2018년 이후 생산 감소가 일시적인 설비보수나 특정 제철소의 사고 때문이 아니라 국내 철강산업의 전반적인 축소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생산보다 더 빠르게 줄어든 국내 철강 소비
생산 감소보다 심각한 부분은 국내 철강 소비다. 2025년 한국의 철강 명목소비는 4,360만 톤으로 2024년 4,780만 톤보다 8.8% 감소했다. 2021년의 5,600만 톤과 비교하면 4년 만에 1,240만 톤, 22.1%가 줄었다.
2025년 소비 규모는 2002년 이후 23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국내 철강시장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연간 5,000만 톤대 수요 기반이 무너지고 4,000만 톤대 중반 시장으로 축소됐다는 의미다.
| 연도 | 철강 명목소비 | 전년 대비 | 2021년 대비 |
|---|---|---|---|
| 2021년 | 5,600만 톤 | - | - |
| 2022년 | 5,130만 톤 | -8.4% | -8.4% |
| 2023년 | 5,240만 톤 | +2.1% | -6.4% |
| 2024년 | 4,780만 톤 | -8.8% | -14.6% |
| 2025년 | 4,360만 톤 | -8.8% | -22.1% |
한국의 1인당 철강 명목소비도 2021년 1,080.9kg에서 2025년 843.7kg으로 줄었다. 여전히 세계 평균 209kg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한국 경제의 높은 제조업 비중을 고려하면 소비 감소 속도 자체가 산업활동 둔화를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건설 침체가 생산 감소의 출발점
국내 철강 소비가 급감한 가장 큰 원인은 건설경기 침체다. 주택 착공 감소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지방 미분양 증가, 건설사의 재무구조 악화가 이어지면서 철근과 H형강을 중심으로 한 봉형강 수요가 크게 줄었다.
철근과 형강은 건축·토목공사의 기초와 골조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된다. 건설 수주나 인허가가 늘더라도 실제 착공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철강 구매는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시장에서는 건설경기 지표가 일부 개선되더라도 철근과 형강의 실수요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건설 부진의 영향은 봉형강에만 머물지 않는다. 건축용 강관과 아연도금강판, 칼라강판, 데크플레이트, 구조용 후판 등의 판매도 함께 감소한다. 철강 유통과 가공업체의 재고 회전이 느려지고, 제강사와 재압연사의 가동률이 떨어지는 연쇄적인 수요 위축으로 이어진다.
한국철강협회와 포스코경영연구원도 국내 철강 수요의 핵심 위험으로 건설과 제조업의 회복 지연을 지목한 바 있다. 중국 부동산 침체와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외 시장에서 가격 압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조선 호조만으로 건설 감소분 메우기 어려워
자동차와 조선은 국내 철강 수요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다. 자동차 생산은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아연도금강판, 전기강판 수요에 영향을 주고, 조선 수주는 후판과 형강, 강관 소비로 연결된다.
그러나 자동차와 조선에서 발생하는 수요가 건설 부문의 감소를 모두 상쇄하기는 어렵다. 자동차용 강판은 고강도·경량화가 진행되면서 차량 한 대당 철강 사용량이 과거처럼 증가하기 어렵고, 조선용 후판은 수주와 실제 강재 투입 사이에 장기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데이터센터, 해상풍력 등 새로운 산업투자가 늘더라도 전체 철강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제한적이다. 신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기존 주택·상업시설 건설에서 사라진 철강 물량을 단기간에 대체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수출이 내수 감소를 방어했지만 보호무역 장벽 높아져
한국 철강산업이 국내 소비 감소에도 6,000만 톤 이상의 조강 생산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출이 있다. 한국은 2025년 철강재 2,790만 톤을 수출해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수출국에 올랐다. 수입량은 1,260만 톤으로 순수출 규모는 1,540만 톤이었다.
| 구분 | 2025년 물량 | 세계 순위 |
|---|---|---|
| 철강재 수출 | 2,790만 톤 | 3위 |
| 철강재 수입 | 1,260만 톤 | 13위 |
| 순수출 | 1,540만 톤 | 3위 |
문제는 내수에서 밀려난 생산물량을 해외시장으로 돌리는 전략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 시장이 관세와 수입쿼터, 원산지 규정,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한국산 철강재의 수출비용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철강사의 수출 확대도 부담이다. 중국 내수 부진으로 발생한 잉여물량이 아시아와 중동, 유럽시장에 유입되면 한국 철강사는 가격과 납기, 금융조건을 놓고 중국산과 경쟁해야 한다. 내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수출 채산성까지 악화되면 철강사는 생산량을 줄이거나 저가 수출을 통해 가동률을 유지해야 하는 선택에 직면한다.
고로 비중 73%…생산 축소가 곧 원가 부담으로
한국의 2025년 조강 생산 가운데 전로 생산 비중은 73%, 전기로 생산 비중은 27%였다. 세계 평균 전로 비중 69.4%보다 높은 구조다.
고로 일관제철은 대규모 생산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장치산업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하지 못하면 톤당 고정비 부담이 급격히 높아진다. 반면 수요가 줄었다고 생산을 계속 유지하면 재고와 유통물량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한다.
철강사 입장에서는 생산량을 줄이면 원가가 올라가고, 생산량을 유지하면 시장가격이 떨어지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국내 수요 감소가 단순한 판매 부진을 넘어 철강사의 설비 운영과 원가구조까지 흔드는 이유다.
세계 주요 철강사 순위에서 포스코홀딩스는 2025년 3,736만 톤으로 8위, 현대제철은 1,795만 톤으로 20위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생산량을 합하면 국내 조강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수급 조정과 제품구조 재편이 사실상 양대 철강사의 생산전략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26년 상반기 2.1% 증가…본격 회복으로 보기는 일러
2026년 상반기 한국의 조강 생산량은 3,170만 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했다. 5월 생산량은 540만 톤으로 3.3% 증가했지만, 6월에는 530만 톤으로 0.9% 감소했다.
| 구분 | 조강 생산량 | 전년 대비 |
|---|---|---|
| 2025년 연간 | 6,220만 톤 | -2.2% |
| 2026년 1~5월 | 2,640만 톤 | +2.7% |
| 2026년 상반기 | 3,170만 톤 | +2.1% |
| 2026년 6월 | 530만 톤 | -0.9% |
상반기 생산 증가만으로 추세적인 회복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전년 생산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가 포함돼 있고, 국내 건설 수요가 뚜렷하게 살아나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량이 늘면 유통재고와 가격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6월 생산량이 다시 감소했다는 점은 시장 회복이 아직 안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반기 생산 증가가 실수요 회복에 따른 것인지, 제철소 가동 정상화와 수출물량 확보에 따른 것인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철강사 대응, 생산량보다 판매 가능한 물량이 기준돼야
국내 철강사의 첫 번째 과제는 생산능력보다 실제 판매 가능한 물량을 기준으로 설비를 운영하는 것이다.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생산을 유지하고 물량을 유통시장에 밀어내는 방식은 가격 하락과 재고 증가, 유통업체의 외상거래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
철근과 형강처럼 구조적인 공급과잉이 나타난 제품은 비효율 설비의 휴지와 생산일수 단축, 품목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열연강판과 냉연·도금강판은 수입재와의 경쟁을 고려해 범용재 생산을 조정하면서 자동차·에너지·전기전자용 고급 강종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후판은 조선용 물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해상풍력, 원전, 에너지 플랜트, 극저온 저장설비 등으로 수요처를 확대해야 한다. 전기강판과 고강도 자동차강판, 저탄소 강재는 단순한 판매제품이 아니라 해외시장의 규제와 인증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전략제품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수출도 물량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통상장벽이 낮은 지역에 범용재를 대량 판매하는 방식보다 현지 가공과 유통, 고객사 공동개발,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시장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 6위보다 중요한 것은 6,000만 톤 체제의 생존력
한국은 당분간 세계 6위 철강 생산국의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튀르키예와의 생산량 차이가 크고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글로벌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순위는 국내 철강산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7,000만 톤 생산을 전제로 구축된 설비와 유통망이 6,000만 톤 수준의 생산과 4,000만 톤대 내수시장에서도 지속 가능한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철강사에는 생산설비와 제품군의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유통업체에는 물량 확대보다 재고 회전과 현금흐름 관리가 중요해진다. 정부도 불공정 수입 대응에 그치지 않고 공공 인프라, 모듈러 건축, 전력망, 해상풍력, 원전 등 철강 신수요를 실제 발주로 연결해야 한다.
세계 6위라는 외형을 지키는 것이 한국 철강산업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생산과 내수가 과거로 후퇴하는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산업구조로 바뀌고 있는지, 지금 철강업계가 답해야 할 질문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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