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슬래브 수출 사상 최대…동남아 열연·반제품 가격 하단 압박
미국 판재류는 공급 부족으로 고가 유지…유럽은 수요보다 규제가 거래 좌우
가격 방향보다 지역별 상승·하락 원인을 구분해야 할 시점

[산업시론]
글로벌 철강시장을 하나의 가격 방향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7월 15~23일 아시아에서는 중국산 열연과 반제품의 수출 압력이 커졌고, 미국은 제한적인 현물 공급으로 판재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튀르키예에서는 수입 스크랩 가격이 반등했지만, 철근 수요는 원가 상승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미국과 튀르키예는 상승하고 아시아는 하락했다. 그러나 이를 글로벌 철강 수요가 지역별로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공급 부족, 튀르키예는 원료비 상승이 가격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실수요가 가격을 지지한 지역은 제한적이며 유럽 역시 여름철 비수기와 통상 규제 불확실성으로 거래가 위축됐다.
이번 주 시장의 핵심은 가격 등락 자체가 아니다. 같은 철강재라도 지역별 공급구조와 무역장벽에 따라 전혀 다른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시장] 열연보다 반제품 수출이 더 큰 변수로 부상
중국산 주력 열연 수출가격은 톤당 500달러(FOB) 부근을 유지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강종과 도착지에 따라 이보다 낮은 가격이 나타났다. 중국산 Q195 열연 2만 톤은 베트남향 톤당 497달러(CFR)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의 주력 재압연용 열연 수입가격도 톤당 520~525달러(CFR)로 전주보다 3~5달러 하락했다. 인도산 오퍼는 520달러 안팎이었고 인도네시아산도 비슷한 수준에서 구매 문의가 형성됐다. 베트남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공급국이 동일 시장을 놓고 경쟁하면서 가격 하단이 낮아지고 있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의 반제품 수출이다. 중국의 6월 슬래브 수출은 90만9,845톤으로 전월보다 118.6%, 전년 동월보다 658% 증가하며 월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가 42만6,859톤으로 전체의 약 47%를 수입했고, 이탈리아향 물량도 16만501톤에 달했다.
중국산 슬래브는 톤당 465~480달러(FOB), 동남아·동아시아 도착도 가격은 485~500달러(CFR) 수준이었다. 완제품보다 반제품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현지 리롤러와 재압연사의 원료 선택 폭은 넓어졌지만, 기존 슬래브 공급업체에는 직접적인 가격 인하 압력이 되고 있다.
중국의 상반기 아랍에미리트(UAE)향 빌렛 수출도 32만8,70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450% 증가했다. 중국 철강사가 내수 부진을 슬래브와 빌렛 수출로 해소하면서 동남아뿐 아니라 GCC 시장까지 공급 구조가 바뀌고 있다.
[미국 시장] 높은 열연가격, 수요 회복보다 공급 부족의 결과
미국 중서부 열연가격은 7월 21일 쇼트톤당 1,164.60달러(미터톤 환산 약 1,284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도착도 가격은 쇼트톤당 1,180.80달러(미터톤 환산 약 1,302달러)로 더 높았다.
아시아 열연 수출가격과 비교하면 미국 내수 가격은 미터톤 기준 두 배를 훨씬 웃돈다. 그러나 이 격차를 미국 실수요의 강한 회복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제한된 현물 물량과 지역별 공급 부족이 프리미엄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납기 수입재가 미국 내수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제시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변수다. 관세와 운임, 납기 위험을 감안하더라도 수입재 도착물량이 늘어나면 미국 철강사의 추가 가격 인상은 제약받을 수 있다.
현재 미국 가격은 글로벌 공통가격이라기보다 보호무역과 공급 부족이 결합해 형성된 지역 고유가격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튀르키예 시장] 스크랩이 철근을 끌어올렸지만 수요는 따라오지 못했다
튀르키예 수입 스크랩 시장은 거래 공백을 끝내고 반등했다. 미국산 HMS 1&2(80:20)는 톤당 375달러(CFR), 슈레디드와 보너스 스크랩은 395달러에 성약됐다. 벨기에산 HMS 1&2도 368달러에 거래됐다.
스크랩 가격 상승에 따라 튀르키예 제강사들은 내수 철근가격을 톤당 578~580달러(EXW), 수출 오퍼를 575~580달러(FOB)로 높였다. 주초 실거래 가능 가격이 560~565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 폭이 작지 않다.
다만 철근가격 상승은 건설 수요 개선보다 원가 전가 성격이 강하다. 제강사가 스크랩 가격 상승을 철근에 반영하려 하고 있지만 여름철 건설 비수기와 수출시장 부진으로 구매자가 이를 모두 수용할지는 불확실하다.
중국산 빌렛이 톤당 510~515달러(CFR)로 제시됐지만 튀르키예에서는 거래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러시아산 빌렛 4만 톤은 490달러(CIF)에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성약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스크랩 상승기에 저가 빌렛이 전기로 생산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은 튀르키예 제강사의 원료 조달 전략에 중요한 변수다.
[유럽 시장] 가격보다 탄소비용·쿼터·원산지 관리가 우선
유럽 판재류 시장은 명목가격보다 거래 부진이 두드러졌다. 북유럽 열연의 실거래 가능 가격은 톤당 700~710유로(EXW)였으나, 720~740유로의 높은 오퍼는 폭넓은 구매로 이어지지 못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수요가 둔화된 가운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배출량 산정, 세이프가드 쿼터가 계약가격과 수입 가능 여부를 좌우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의 상반기 EU향 슬래브 수출은 약 102만 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283.7% 증가했다. 이는 CBAM 시행을 앞두고 슬래브의 원산지와 탄소배출량이 유럽 조달시장의 핵심 경쟁요소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수입업체에는 이제 저렴한 오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쿼터 가용성, 탄소배출 자료, 실제 도착 시점과 추가 비용을 모두 반영한 최종 도착원가가 구매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시장지표]
| 지역·품목 | 기준 | 최근 가격·물량 | 시장 의미 |
|---|---|---|---|
| 중국 열연 수출 | FOB, 미터톤 | 500달러 | 표면상 보합이나 목적지별 가격 경쟁 심화 |
| 베트남 열연 수입 | CFR, 미터톤 | 520~525달러 | 전주 대비 3~5달러 하락 |
| 중국산 슬래브 | FOB, 미터톤 | 465~480달러 | 아시아 반제품 가격 하단 압박 |
| 중국 6월 슬래브 수출 | 월간 물량 | 90만9,845톤 | 전월 대비 118.6%, 전년 대비 658% 증가 |
| 중국 상반기 UAE향 빌렛 | 누적 물량 | 32만8,700톤 | 전년 대비 450% 증가 |
| 미국 중서부 열연 | 제철소 FOB | 1,164.60달러/short ton | 미터톤 환산 약 1,284달러 |
| 미국 서부 열연 | LA 도착도 | 1,180.80달러/short ton | 미터톤 환산 약 1,302달러 |
| 미국산 튀르키예향 HMS 1&2 | CFR, 미터톤 | 375달러 | 7월 15일 대비 6달러 상승 |
| 튀르키예 수출 철근 | FOB, 미터톤 | 575~580달러 | 스크랩 원가 반영 시도 |
| 브라질 상반기 EU향 슬래브 | 누적 물량 | 약 102만 톤 | 전년 대비 283.7% 증가 |
주: 미국 가격의 미터톤 환산값은 1미터톤=1.10231쇼트톤을 적용해 반올림했다. 출처는 시장 자료다.
시장 참여자 반응
“아시아 열연시장의 명목가격은 톤당 500달러를 지키고 있지만, 반제품 수출까지 늘고 있어 실제 체감가격은 더 약하다.”
— 아시아 철강 트레이더 관점
“미국 열연가격을 세계적인 수요 회복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제한된 현물 공급이 만든 프리미엄이어서 수입재가 도착하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 북미 서비스센터 관점
“튀르키예 철근가격은 스크랩을 따라 올랐지만 최종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 제강사의 마진만 다시 압박받을 수 있다.”
— 중동 철근 수입업체 관점
[전망 및 전략 제언]
단기적으로는 아시아 열연과 반제품의 약보합 가능성이 가장 높다. 베트남 열연 수입가격이 톤당 520달러(CFR)를 지키는지, 중국산 슬래브가 465달러(FOB) 아래를 시험하는지가 다음 가격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아시아 수입업체와 재압연사는 대량 재고 확충보다 짧은 구매주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열연과 슬래브, 빌렛의 도착원가를 동일 기준으로 비교하고, 수출국별 반덤핑 위험과 원산지 규정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현물 공급 부족이 당분간 가격을 지지하겠지만 10월 납기 수입재의 실제 도착량을 확인해야 한다. 서비스센터는 높은 내수가격만 보고 재고를 늘리기보다 수입재와 철강사 계약물량의 입고 시차를 고려하는 것이 안전하다.
튀르키예 제강사는 스크랩가격이 추가 상승할 경우 철근 판매가격을 올리거나 빌렛 투입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제품 판매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료만 상승하면 가동률 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피터 드러커의 통찰처럼 격변기에는 변화 자체보다 과거의 기준으로 시장을 판단하는 일이 더 위험하다. 지금 철강시장에서 필요한 것도 ‘글로벌 가격이 오르는가, 내리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어느 지역의 가격이 수요로 움직이고, 어느 지역이 공급 부족이나 원가·규제로 움직이는지를 구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