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영업의비밀 06] 가격을 깎아주는 것은 협상이 아니다 — 철강 거래에서 조건을 바꾸는 기술](https://www.steelinfosys.com/storage/editor-images/ext_6ae7cf6343a0d3.99992554.jpg)
철강 영업 현장에서 가장 빨리 나오는 질문은 가격이다. 납품 단가가 얼마인지, 경쟁사보다 얼마나 내려줄 수 있는지, 다음 주에는 더 싸지는지부터 묻는다. 그 순간 영업사원이 계약서를 펼치기 전에 계산기를 먼저 두드린다면 협상은 이미 좁아졌다. 철강 거래는 단가 하나로 성립하지 않는다. 같은 열연 300톤이라도 누가 운송을 맡는지, 언제 돈을 회수하는지, 어느 규격을 몇 회로 나눠 인도하는지에 따라 실질 손익은 달라진다.
가격 할인은 상대방에게 경제적 가치를 무조건 이전하는 행위다. 협상은 그 가치에 상응하는 조건을 교환하는 행위다. 두 행동의 차이는 언어보다 거래 후 현금흐름과 손익에서 드러난다. 단가가 그대로라도 외상기간이 길어지고 품질 책임이나 배송 범위가 확대되면 판매자는 사실상 할인한 것과 다르지 않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반대로 단가를 일부 내리더라도 출하비용과 자금점유 기간을 줄여 전체 거래기여도를 높이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하의 고객 요청, 거래가격, 비용 및 수익 계산은 모두 영업교육을 위해 구성한 가상 사례이며, 실제 국내 시황·견적·금리를 나타내지 않는다.
같은 300톤인데, 세 가지 조건의 이익은 다르다
한 판재류 유통업체가 범용 열연강판 300톤을 판매한다고 가정한다. 매입원가는 톤당 78만원, 절단·출하 등 직접 가공비는 톤당 8,000원이다. 최초 제안은 도착지 납품 기준 톤당 83만원이며, 판매자가 부담하는 운송비는 1만2,000원이다. 재고 매입부터 판매대금 회수까지의 자금점유를 45일, 연 6% 단리로 가정하면 금융비용은 톤당 약 5,770원이다. 아래에서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6,000원으로 반올림했다.
구매자가 톤당 1만5,000원 인하를 요구한다고 가정하자. 인도 방식과 외상기간을 그대로 둔 채 가격만 81만5,000원으로 낮추면, 원가와 직접비는 변하지 않는데 거래기여도는 급감한다. 다른 안은 가격을 82만원으로 조정하되 구매자가 창고에서 직접 인수하고, 판매대금 회수에 필요한 자금점유일을 7일로 단축하는 것이다. 이 경우 판매자의 운송비는 없어지고 금융비용은 톤당 약 900원으로 줄어, 표에서는 1,000원으로 단순화했다.
| 항목 | 최초 제안 | A: 무조건 할인 요구안 | B: 조건 교환 합의안 |
|---|---|---|---|
| 물량 | 300톤 | 300톤 | 300톤 |
| 판매단가 | 830,000원/톤 | 815,000원/톤 | 820,000원/톤 |
| 매입원가 | 780,000원/톤 | 780,000원/톤 | 780,000원/톤 |
| 직접 가공·출하비 | 8,000원/톤 | 8,000원/톤 | 8,000원/톤 |
| 판매자 운송비 | 12,000원/톤 | 12,000원/톤 | 0원/톤 |
| 판매자 금융비용(반올림) | 6,000원/톤 | 6,000원/톤 | 1,000원/톤 |
| 톤당 거래기여도 | 24,000원 | 9,000원 | 31,000원 |
| 300톤 거래기여도 | 720만원 | 270만원 | 930만원 |
주: 거래기여도는 판매단가에서 매입원가·직접 가공비·판매자 운송비·가정 금융비용을 뺀 교육용 지표다. 부가가치세, 고정비, 손실충당금, 세금, 재고평가 및 채권손실 등은 제외한다. A는 구매자 요구 조건일 뿐 성립한 계약이 아니다. B의 창고 인수·조기 결제는 구매자가 명시적으로 수락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중요한 차이는 B의 판매단가가 최초보다 1만원 낮다는 사실이 아니다. 운송과 회수 조건을 바꾸는 대가로 단가 조정을 제공했기 때문에 판매자의 거래기여도는 오히려 300톤 기준 210만원 증가한다. 구매자에게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구매자가 기존 복귀 운송 차량을 활용해 톤당 5,000원에 물량을 인수할 수 있다면 구매자의 총 조달단가는 82만5,000원으로, 당초 도착지 납품가격 83만원보다 5,000원 낮다. 구매자 절감액은 300톤에 150만원이다. 다만 구매자의 실제 운송·하역·선결제 부담이 이 가정보다 크다면 B는 불리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협상의 본질이다. 양측이 서로 다른 비용구조를 가지고 있을 때, 거래조건을 다시 배치해 공동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모든 거래가 이러한 상호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영업사원은 가격을 포기하기 전에 그 가능성을 계산해야 한다.
할인 요구 뒤에 숨어 있는 구매자의 제약을 읽어야 한다
구매자가 단가만 이야기하더라도 실제 문제는 내부 승인 예산, 월말 실적, 작업라인 중단 위험, 입고 시간, 창고 부족, 재고자금 또는 여러 공급처의 단가 비교일 수 있다. 공급업체가 2만원 인하하면 고객이 원하는 문제가 해결되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일정에 맞춰 분할입고하거나, 확정 발주분을 우선 배정하거나, 규격 혼재를 줄여 가공 손실을 낮추는 편이 구매자에게 더 큰 가치일 수도 있다.
예컨대 제강사 철근 납품과 판재류 코일 가공납품은 협상 항목이 다르다. 철근은 현장 반입 창과 차량 배차, 검수 및 공정 지연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냉연도금재는 고객 승인강종, 두께·폭·도금량, 표면등급, 코일 중량, 밀시트와 클레임 귀책범위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가격 할인으로 품질·납기 리스크가 자동 사라지지는 않는다.
협상해야 할 것은 단가 외에 일곱 가지 더 있다
첫째, 물량의 확정성이다. 연간 1,000톤을 '예상'한다는 말과 취소 조건이 명시된 월별 확정 주문은 전혀 다르다. 물량할인은 예상치가 아니라 계약으로 묶인 실행가능 물량에 연동해야 한다. 둘째, 결제와 신용이다. 현금 결제와 60일 외상은 같은 판매가격이라도 자금점유와 채권위험이 다르다. 할인 여부는 단가표가 아니라 회수조건과 함께 승인해야 한다.
셋째, 운송·하역 책임이다. 창고 출고와 현장 인도, 상차와 하차의 책임 경계는 비용뿐 아니라 파손·대기·재운송 위험을 바꾼다. 넷째, 납기와 출하 분할이다. 긴급 소량 출하가 반복되면 고객이 요구한 단가 인하보다 배차비 증가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일정에 맞춘 일괄 출하가 가능하면 비용을 줄일 여지가 생긴다.
다섯째, 제품과 규격의 범위다. 범용재와 비정형 규격, 주문 생산품은 재판매 가능성이 다르다. 여섯째, 품질문서와 클레임 처리다. MTC 제공 범위, 가공 책임, 검수기간, 반품 비용을 미리 합의해야 한다. 일곱째, 가격 유효기간과 조정 조건이다. 원료가격이나 수입환율이 변동할 수 있는 시장에서 장기 고정가격을 약속한다면 수량 확정과 공급기간, 조정 메커니즘을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수출입 거래는 운송구간과 위험 이전을 정확히 적어야 한다. 국제상업회의소(ICC)의 Incoterms® 2020 공식 안내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인도·비용·위험 분담을 구체화한다. 그러나 실제 지급기일, 품질 보증, 소유권 이전 등은 별도 계약 조항을 살펴야 한다. 국내 창고 인수거래에서도 단순히 '상차도'라는 말만 쓰고 운송·상하차·검수 책임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
제철소·유통·가공·트레이더의 협상 손익은 다르다
철강사는 대량 생산과 가동률을 함께 보므로 일정한 주문 패턴과 강종·규격 표준화가 의미 있는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제강사는 철근·형강 등 제품별 생산계획과 공사현장 인도시점의 균형을 보아야 한다. 재압연사나 가공업체는 모재 가격뿐 아니라 수율·로스·설비 가동시간·작업 전환비를 단가에 반영해야 한다. 유통업체는 재고회전과 회수기간, 트레이더는 환율·선적조건·수입 계약의 클레임 책임이 협상손익을 좌우한다.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이 항목들은 분리할 수 없다. 판매부서는 매출총이익률을, 물류부서는 운송 단가를, 자금부서는 회수일수를 서로 다른 화면에서 관리하기 쉽다. 영업팀이 한 장의 거래손익표로 이를 결합하지 않으면 가격을 내린 영업사원만 계약의 공을 인정받고, 비용을 부담한 다른 부서가 손실을 떠안게 된다.
좋은 협상은 합의서에서 완성된다
철강 영업의 가격협상은 '얼마까지 내려주겠다'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어떤 물량을, 어느 장소에서, 언제 인도하고, 누구 비용으로, 어떤 품질기준에 따라, 언제 대금을 회수하는 대신, 이 가격을 적용한다'까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양보하는 항목과 확보한 조건을 동시에 기록하고, 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가격도 재협의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음 협상에서 영업사원이 먼저 꺼낼 질문은 할인 가능 금액이 아니라 이 질문이다. 그 가격을 적용받기 위해 고객은 어떤 확정된 조건을 제공할 것인가. 가격을 깎는 사람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가격 밖의 조건에서 거래의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이야말로 영업의 책임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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