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와 스크랩 기업의 새로운 생존협약…한국형 철원료 조달체계를 다시 설계할 때
가격 인하와 공급 중단의 악순환, 제강사와 유통업체 모두 경쟁력 훼손
시장가격·가공비·품질 프리미엄 분리…품질과 공급 안정성에 합당한 보상 필요
장기계약·공동투자·디지털 품질검수로 거래 불확실성 줄여야
2027~2029년 단계별 개편 제안…단기 가격경쟁에서 장기 원료 경쟁력 확보로 전환

한국 철스크랩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제강사의 구매가격인가. 스크랩 유통업체의 영업방식인가. 아니면 슈레더와 선별설비에 대한 투자 확대인가.
이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제강사와 스크랩 기업이 서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거래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국내 스크랩 시장은 오랫동안 가격을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제강사는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구매가격을 조정하고, 유통업체는 더 높은 판매가격과 유리한 거래조건을 찾아 물량을 이동시킨다.
시장가격이 상승할 때는 원료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하락할 때는 재고 손실과 구매량 축소로 갈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구조는 단기적으로 시장의 수급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가격 변동의 충격이 장기적인 설비투자와 품질 개선까지 위축시킨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으로 스크랩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가격 경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거래구조가 오히려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강사는 양질의 철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가공업체는 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비를 회수하고 적정한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 유통업체는 발생원과 수집망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어느 한쪽이 일시적으로 가격 경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산업 전체의 경쟁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스크랩 산업이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은 가격을 얼마나 높이거나 낮출 것인가가 아니다.
가격이 변하더라도 공급망의 품질과 신뢰가 훼손되지 않는 거래질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다.
■ 5부작이 확인한 한국 스크랩 산업의 구조적 모순
이번 기획특집은 국내 스크랩 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가격, 수급, 가공, 국제 경쟁이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살펴봤다.
첫 번째 문제는 가격 변동에 대한 취약성이다.
제강사의 생산량과 구매가격이 변동하면 스크랩 유통업체의 수익성과 재고 가치도 크게 흔들린다. 특히 금융비용과 설비 고정비를 부담하는 기업은 가격 하락기에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양적 자급률과 질적 공급능력의 차이다.
국내 스크랩 자급률은 높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그 배경에는 철강 생산과 수입 물량의 감소가 작용했다. 더욱이 고급강 생산에 필요한 저불순물 스크랩의 조달능력은 전체 자급률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가공산업의 경제성이다.
슈레더와 정밀 선별설비를 설치해도 제강사가 가공에 따른 품질 개선을 구매가격에 반영하지 않으면 투자비 회수가 어렵다. 설비의 기술 수준만큼이나 가공비와 품질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는 거래구조가 중요하다.
네 번째는 글로벌 조달환경의 변화다.
일본과 미국, 유럽의 저탄소 제강 전환은 장기적으로 스크랩 소비구조와 국제 교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도 국내 원료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해외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각각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제강사의 구매가격이 낮아져 유통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가공설비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설비투자가 줄어들면 고품질 스크랩 공급능력의 개선도 지연된다. 이후 국내외에서 고급 스크랩 수요가 증가하면 제강사는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 해외 원료를 확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현재의 단기 원가 절감이 미래의 원료 조달비용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영업전략뿐 아니라 거래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
■ 첫 번째 해법, 스크랩 가격을 세 가지 가치로 구분하자
한국형 스크랩 거래체계 개편의 출발점은 가격을 구성하는 요소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현재도 국내 스크랩 구매가격은 품목과 등급, 지역, 운송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제강사별로 구매가격과 검수기준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품목에는 특별구매나 가격 가산이 적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품질별 가격 차등 자체가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문제는 가공과 품질 개선에 따른 추가 가치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되고, 장기적으로 유지되는가에 있다.
앞으로는 스크랩의 거래가격을 원료 자체의 가치, 가공서비스의 가치, 품질 개선의 가치로 나누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시장가격이다. 국내외 수급과 제강사의 구매 상황을 반영하는 기본 원료가격이다.
둘째는 가공비다. 절단·압축·파쇄·선별 등 특정 가공서비스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합리적인 수익을 반영한다.
셋째는 품질 프리미엄이다. 불순물 저감이나 성분관리, 규격 안정화가 제강사의 실제 조업 및 제품 품질에 제공하는 추가적인 가치를 반영한다.
여기에 운송비와 거래조건에 따른 조정항목을 별도로 둘 수 있다.
표 1. 한국형 스크랩 거래가격의 구성 제안
| 항목 | 반영 내용 | 산정 원칙 |
|---|---|---|
| 기본 원료가격 | 스크랩 등급별 시장가치 | 합의한 시장 기준가격에 연동 |
| 가공서비스 대가 | 절단·압축·파쇄·선별 | 공정별 비용과 효율성 검증 |
| 품질 프리미엄 | 잔류원소·이물질·규격 개선 | 검증된 품질성과에 따른 차등 |
| 물류비 조정 | 운송거리·하역·납품조건 | 실비 또는 계약상 기준 |
| 수율·검수 조정 | 회수율·이물질·수분·규격 차이 | 사전 합의한 측정·정산기준 |
자료: 철강정보원 제안 모델. 현행 업계 공통계약 또는 법정 가격산식이 아니라 개별 기업 간 도입을 검토할 수 있는 거래구조다.
이러한 구분이 필요한 이유는 원료가격과 가공비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료가격은 시황에 따라 비교적 큰 폭으로 변할 수 있다. 반면 가공설비의 감가상각과 인건비, 유지보수비 등은 시장가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스크랩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서 슈레더 설비의 감가상각비가 같은 비율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모든 비용과 수익을 단일 구매가격에 포함하면 가공업체는 원료가격 변동을 통해 가공비까지 회수해야 하는 불안정한 구조에 놓이게 된다.
가격항목을 구분하면 제강사는 시장가격의 변동을 구매원가에 반영하면서도 필요한 가공서비스의 대가를 별도로 관리할 수 있다.
가공업체 역시 원료가격 상승만을 기대하는 대신 실제 가공성과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 방식이 모든 거래에서 자동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다. 계약 상대방의 업무 범위와 원료 소유권, 수율 위험의 부담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
가공업체가 원료를 직접 매입해 완제품을 판매하는 경우와 제강사가 원료를 제공하고 가공비만 지급하는 위탁가공은 서로 다른 손익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 시장가격 연동형 계약, 가격을 고정하지 않고도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장기계약이라고 하면 일정한 기간 동안 구매가격을 고정하는 방식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철스크랩 시장에서 장기간 가격을 고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국내 철강 수요가 급격히 변하거나 국제 스크랩 가격, 환율, 운송비가 크게 움직이면 고정가격 계약은 어느 한쪽에 과도한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장기계약의 핵심은 고정가격이 아니라 가격산정 기준의 예측 가능성에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월별 원료가격은 양측이 합의한 기준지표에 따라 조정하되, 가공비와 품질 프리미엄은 별도의 평가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구매자와 공급자는 가격 조정 시점과 기준, 적용 품목, 품질 불일치에 따른 정산방식을 사전에 합의한다.
이 경우 시황 변화는 인정하면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일방적인 거래조건 변경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시장가격의 기준은 어느 한쪽이 임의로 결정하는 가격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계약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지표여야 한다.
독립적인 가격조사기관의 지표, 사전에 합의한 복수의 공시가격, 실제 거래자료를 검증한 지표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가격지표가 중단되거나 시장을 충분히 대표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한 대체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가격 변동을 막는 것이 아니라 변동의 규칙을 사전에 정하고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다.
■ 실제 계약에서는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가격산식 시뮬레이션
시장가격 연동형 계약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가상의 스크랩 거래를 설정해 볼 수 있다.
기준 원료가격은 톤당 42만원, 가공서비스 대가는 1만8,000원, 품질 프리미엄은 7,000원으로 가정했다.
운송조건에 따른 가산액은 5,000원, 수율·검수 조정에 따른 감액은 3,000원으로 설정했다.
이 경우 계산상 정산단가는 톤당 44만7,000원이 된다.
표 2. 시장가격·가공비·품질 프리미엄 분리형 가상 계약
| 정산항목 | 금액 |
|---|---|
| 기본 원료가격 | 420,000원/t (300.00달러/t) |
| 가공서비스 대가 | +18,000원/t (+12.86달러/t) |
| 품질 프리미엄 | +7,000원/t (+5.00달러/t) |
| 물류비 가산 | +5,000원/t (+3.57달러/t) |
| 수율·검수 조정 | -3,000원/t (-2.14달러/t) |
| 최종 정산단가 | 447,000원/t (319.29달러/t) |
주: 실제 시장가격이나 제강사 계약조건이 아닌 설명용 가정이다. 모든 단가는 판매 가능한 제품 1메트릭톤 기준이며, 환율은 1달러=1,400원을 적용했다. 수율 조정은 실제 계근·검수조건에 따라 별도 정의해야 한다.
이 가상 계약에서 기본 원료가격이 5% 하락하면 톤당 39만9,000원이 된다.
가공비와 품질 프리미엄, 물류·검수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최종 정산단가는 톤당 42만6,000원이 된다.
반대로 원료가격이 5% 상승하면 최종 정산단가는 톤당 46만8,000원이다.
표 3. 원료 시장가격 변화에 따른 계약 정산 시뮬레이션
| 구분 | 원료가격 | 최종 정산가격 |
|---|---|---|
| 시장가격 5% 하락 | 399,000원/t (285.00달러/t) | 426,000원/t (304.29달러/t) |
| 기준 상황 | 420,000원/t (300.00달러/t) | 447,000원/t (319.29달러/t) |
| 시장가격 5% 상승 | 441,000원/t (315.00달러/t) | 468,000원/t (334.29달러/t) |
주: 표 2와 동일한 가상 조건. 가공서비스 대가·품질 프리미엄·기타 조정항목의 합계는 톤당 2만7,000원으로 고정했다.
이 모델의 장점은 원료가격 변동과 가공서비스의 가치를 분리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가격이 하락하면 제강사는 낮아진 기본 원료가격의 이점을 확보할 수 있다.
가공업체는 품질과 가공서비스의 계약조건을 충족하는 한 해당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정해진 방식으로 산정할 수 있다.
물론 가공업체가 원료를 직접 매입하는 경우에는 보유재고의 가격 변동위험이 여전히 남는다.
따라서 실제 계약에서는 원료 매입가격과 판매가격의 연동 시점, 재고 보유기간, 가격 조정의 시차 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장기계약 하나로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험을 어디서, 누가, 어떤 기준으로 부담하는지 명확하게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가공비를 보장하면 기업이 살아날까…핵심은 최소 처리량
가공업체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공서비스의 대가뿐 아니라 안정적인 처리물량도 중요하다.
슈레더와 선별설비를 보유한 기업은 감가상각과 유지보수, 기본 인력 운영에 필요한 고정비를 부담한다.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처리물량이 부족하면 고정비를 충분히 회수하기 어렵다.
따라서 제강사와 가공업체가 장기계약을 체결할 때는 단순히 톤당 가공비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연간 또는 월간 최소 물량에 대한 협의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월간 가공량 9,000t을 기준으로 톤당 1만8,000원의 가공서비스 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을 가정해 보자.
가공업체의 변동가공비는 톤당 1만1,000원, 월간 고정비는 5,500만원으로 설정한다.
이 경우 가공량별 손익은 다음과 같다.
표 4. 위탁가공형 계약의 처리량별 손익 시뮬레이션
| 월간 가공량 | 가공서비스 매출 | 비용 합계 | 월간 손익 |
|---|---|---|---|
| 7,000t | 1억2,600만원 | 1억3,200만원 | -600만원 |
| 8,000t | 1억4,400만원 | 1억4,300만원 | +100만원 |
| 9,000t | 1억6,200만원 | 1억5,400만원 | +800만원 |
| 10,000t | 1억8,000만원 | 1억6,500만원 | +1,500만원 |
주: 실제 업계 평균이 아닌 가상 위탁가공 사업모델이다. 원료는 위탁자가 소유하고 가공업체는 서비스 대가만 받는 것으로 가정했다. 변동비 11,000원/t(7.86달러/t), 가공대가 18,000원/t(12.86달러/t), 고정비 월 5,500만원(약 3만9,286달러). 부가세와 법인세, 별도 금융·재고위험 등 미반영 비용은 제외했다.
이 사업장의 손익분기 처리량은 약 7,857t이다.
월간 처리량이 9,000t이라면 800만원의 이익을 확보하지만 7,000t으로 줄어들면 6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 결과는 가공업체가 일정한 가공단가를 받더라도 처리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적자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장기계약에서는 일정한 가공대가와 함께 최소 처리량, 예약 생산능력, 공급 부족 시 책임 범위를 사전에 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제강사가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원료를 무조건 구매하도록 하는 계약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대신 일정한 가공능력을 확보해 두는 데 대한 보상과 실제 처리량에 따른 정산을 구분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제강사와 가공업체가 가동률 위험을 일방적으로 떠넘기지 않고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것이다.
■ 두 번째 해법, 품질 프리미엄을 감각이 아니라 데이터로 결정하자
스크랩 거래에서 품질은 오래전부터 중요한 요소였다.
제강사들은 중량과 경량, 생철, 슈레더 등급을 구분하고 규격과 이물질 혼입 여부에 따라 가격을 조정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외형적 분류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고급강 생산이 확대되면 구리와 주석 등 잔류원소, 비철금속 혼입, 발생원 이력, 성분 편차 등이 원료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세계철강협회도 철스크랩의 잔류금속 함량을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강판 등 품질 요구가 높은 판재류 생산에서는 원료의 잔류원소 관리가 중요하다.
따라서 국내 스크랩 시장의 품질평가도 외형적 등급에 성분과 이물질, 가공품질 등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제강사와 가공업체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품질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표 5. 스크랩 품질 프리미엄 평가항목 제안
| 평가항목 | 주요 확인 내용 | 정산 방식 |
|---|---|---|
| 화학성분 | Cu·Sn 등 잔류원소 | 강종별 허용범위와 실제 성분 |
| 이물질 | 비철금속·비금속 혼입 | 사전 합의한 검수·감액 기준 |
| 규격 | 크기·밀도·형상 | 장입 적합성 및 규격 일치율 |
| 발생원 이력 | 제조공정·해체·혼합 여부 | 추적가능성과 분석자료 |
| 품질 일관성 | 납품 로트별 편차 | 누적 성과에 따른 평가 |
| 공급 안정성 | 계약물량·납기 준수 | 별도 공급성과 평가 |
자료: 세계철강협회 기술자료를 참고한 철강정보원 제안. 구체적인 성분 허용범위와 가격 가산율은 생산 강종과 제강사별 필요조건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품질 프리미엄을 지급하기 위해 반드시 모든 납품물량에 고가의 성분분석을 실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발생원 관리가 가능한 제조공정 스크랩은 생산이력과 표본검사를 결합할 수 있다.
혼합 노폐 스크랩은 파쇄·선별공정의 관리기록과 로트별 검사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검수시스템도 이러한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스크랩의 외형과 등급, 이물질을 판정하고 검수의 일관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영상 기반 판정만으로 구리와 주석 등 모든 화학성분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형검수와 성분분석을 구분하고, 필요에 따라 두 방식을 결합해야 한다.
또한 품질판정 결과에 이견이 발생할 경우 재검수와 제3자 검사, 검수기록 보관 등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품질 프리미엄의 목적은 특정 업체에 더 높은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검증 가능한 품질 개선에 대해 그 경제적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공급업체가 지속적으로 투자할 유인을 만드는 것이다.
■ 세 번째 해법, 일방적인 가격 통보를 예측 가능한 거래규칙으로 바꾸자
국내 스크랩 시장에서 제강사의 구매가격 조정은 원료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매가격이 인하되면 유통업체는 보유재고의 판매시점을 조정해야 하고, 추가 하락이 예상되면 출하가 앞당겨지거나 매입이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가격 상승기에는 유통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가격 자체보다 가격 변화의 예측 가능성과도 관련이 있다.
가격 인하나 인상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야 하지만, 거래 당사자들이 그 기준과 적용 시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 거래업체에 대해서는 가격 조정 방식과 통보 시점, 이미 운송 중인 물량의 적용가격, 검수 후 정산절차 등을 계약에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격 변경이 통보된 시점과 실제 납품·검수 시점이 달라 발생하는 분쟁을 줄여야 한다.
공급업체 역시 계약한 물량의 납품과 품질기준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가격 상승기에 더 높은 구매가격을 제시하는 거래처로 물량을 일방적으로 이동하거나 계약상 공급의무를 반복적으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신뢰관계가 유지되기 어렵다.
다만 가격 변경 통보의 방식과 시점은 개별 계약과 거래조건에 따라 합의해야 하며, 산업 전체에 획일적인 인상·인하 주기나 가격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경쟁사업자 간 구매가격이나 판매가격, 거래물량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시장가격의 자유로운 형성을 유지하면서 거래절차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개편의 핵심이다.
■ 네 번째 해법, 제강사의 직접 투자와 전문 가공업체를 경쟁만 시킬 것인가
최근 국내 철강사들이 고급 스크랩 확보를 위해 자체 가공시설과 관련 공급망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변화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고품질 철원료의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조달비용을 관리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대형 제강사가 모든 스크랩 가공기능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반드시 최선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스크랩은 발생원이 지역별로 분산돼 있고 종류와 품질도 다양하다.
수집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역 제조업체와 해체업체, 중소 유통업체 등과의 관계가 필요하다.
대형 설비를 운영하는 것과 소규모 발생원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경쟁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제강사의 직접 투자와 전문 가공업체의 사업이 반드시 대립할 필요는 없다.
제강사는 필요한 품질과 공급량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전문 가공업체는 이를 충족하는 원료를 생산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제강사가 원료 조달 안정성을 위해 특정 가공시설에 투자하더라도 지역 수집업체와 전문 가공업체의 역할을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전문 가공기업이 독자적으로 설비투자를 추진하더라도 제강사와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해 투자위험을 낮출 수 있다.
중소 수집업체와 대형 가공업체의 분업도 가능하다.
발생원 확보와 분리수집, 물류, 정밀 가공, 품질관리 등 각 단계의 경쟁력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공동투자와 협력 과정에서는 거래의 공정성과 경쟁제한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공동으로 가격이나 공급량을 결정하는 방식보다 개별 기업의 자율적인 계약과 설비·기술 협력을 중심으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다섯 번째 해법, 정부는 가격이 아니라 산업의 생산성을 지원해야 한다
스크랩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는 정부와 산업단체의 역할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국내 스크랩 가격을 직접 관리하거나 특정 가격 수준을 보장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가격은 국내외 수급과 철강 생산량, 원료의 품질 및 물류비용을 반영해 형성돼야 한다.
인위적인 가격 유지는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특정 이해관계자에게 편익이 집중되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가격 자체보다 산업의 생산성과 거래 기반을 개선하는 데 있어야 한다.
우선 국내 스크랩 발생량과 회수량, 국내 소비량, 수출입 물량에 대한 통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품질별 발생·가공·소비 통계를 추가하면 고급강 생산에 필요한 원료의 수급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가공설비 현대화와 정밀 선별기술 개발, 성분분석 및 품질인증을 위한 기술적 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설비투자 지원은 기업의 경영능력과 사업성을 충분히 평가한 뒤 추진해야 한다.
제강사의 실제 수요가 충분하지 않거나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설비투자만 확대하면 과잉설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관리와 관련한 규제의 합리적인 적용도 중요하다.
스크랩 가공시설은 소음과 비산먼지, 잔재물 처리 등 환경적 관리가 필요한 사업장이다.
이러한 환경적 책임은 유지하되 기술개선과 시설 현대화를 통해 환경관리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업단체는 시장가격을 조정하는 역할보다 품질 표준화와 검수기준 개선, 산업 통계, 전문인력 교육 등 공동의 기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표 6. 스크랩 산업 개편을 위한 참여자별 역할
| 참여자 | 핵심 역할 | 우선 추진과제 |
|---|---|---|
| 철강사·제강사 | 원료 구매·품질 수요 제시 | 장기계약·품질 보상·조달 다변화 |
| 가공업체 | 스크랩의 원료화 | 수율 개선·선별기술·품질관리 |
| 수집·유통업체 | 발생원 확보·공급망 유지 | 분리수집·재고관리·납기 신뢰 |
| 정부 | 산업 기반과 제도 정비 | 통계·기술개발·설비 현대화 지원 |
| 산업단체 | 공통 기술기반 구축 | 표준·교육·검수 전문성 |
| 금융기관 | 합리적인 투자금융 | 계약 기반 현금흐름·투자위험 평가 |
자료: 철강정보원 제안. 정책 및 기업별 실행전략 검토를 위한 역할 구분이며 확정된 정부 정책은 아니다.
■ 2027~2029년, 한국형 스크랩 조달체계 개편의 3단계 실행계획
한국 스크랩 산업의 구조개편은 단기간에 완성되기 어렵다.
시장가격 연동형 거래방식과 품질 프리미엄, 장기계약을 동시에 전면 도입하면 제강사와 공급업체 모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우선 적용 가능한 품목과 거래처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실제 성과를 검증한 뒤 확대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철강정보원은 다음과 같은 3단계 실행계획을 제안한다.
1단계: 2027년 — 거래와 품질의 기준을 정비한다
첫해에는 기존 시장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거래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제강사와 스크랩 업체는 주요 품목의 구매가격과 품질평가 기준, 검수 분쟁의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발생원 관리가 가능한 생철이나 특정 슈레더 제품 등을 대상으로 품질 평가와 가격 차등 시범계약을 추진할 수 있다.
특히 원료가격과 가공서비스 대가를 구분한 거래가 실제로 제강사의 조달비용과 공급업체의 수익성을 개선하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2단계: 2028년 — 검증된 계약모델과 가공투자를 연결한다
시범계약의 성과가 확인되면 장기 공급계약과 설비투자를 연계하는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
제강사는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원료의 품질과 물량을 제시하고, 가공업체는 이에 맞춰 설비 현대화와 선별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
공동투자나 위탁가공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계약에서 보장하는 물량과 가공수익이 투자금 회수에 충분한지 분석해야 하며, 시장 수요가 변할 경우의 위험분담 방안도 포함해야 한다.
3단계: 2029년 — 품질 중심의 조달체계를 확대한다
제강사별 시범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품질관리와 계약방식을 확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기업별 구매정책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검수·성분 측정과 데이터 관리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고급 스크랩의 회수·가공능력이 충분히 확대됐는지 평가하고 부족한 품질은 해외 원료와 DRI·HBI 등 대체 철원료를 통해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표 7. 한국형 스크랩 산업 개편 3개년 로드맵
| 추진과제 | 2027년 | 2028년 | 2029년 |
|---|---|---|---|
| 거래가격 구조 | 시범 설계 | 적용 확대 | 성과 검증·개선 |
| 품질 평가 | 기준 정비 | 성분·이력 관리 확대 | 고도화 |
| 장기계약 | 시범계약 | 물량·투자 연계 | 확대 검토 |
| 가공설비 | 경제성 평가 | 선별 투자 확대 | 생산성 개선 |
| 산업 통계 | 품질별 항목 설계 | 데이터 축적 | 정례 분석 |
| 해외 조달 | 취약 품목 파악 | 공급선 다변화 | 포트폴리오 최적화 |
자료: 철강정보원 제안. 정부 또는 특정 기업의 확정된 투자계획·시행일정이 아니다.
이 계획의 목표는 모든 기업이 동일한 계약방식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장가격의 자율성과 경쟁을 유지하면서 품질 개선과 공급 안정성이 합리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거래환경을 확대하는 데 있다.
■ 성공 여부를 판단할 지표도 바꿔야 한다
스크랩 시장의 구조개편이 성공했는지 평가하려면 단순한 구매가격이나 유통업체의 매출액만을 살펴봐서는 안 된다.
제강사의 경우 톤당 구매가격 외에 실제 장입 가능한 철원료의 원가와 품질 안정성, 납품 지연 및 검수 분쟁 비용 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가공업체는 설비의 명목 생산능력보다 실제 가공수율과 가동률, 톤당 가공마진, 투자금 회수능력을 관리해야 한다.
수집·유통업체는 매입·판매가격 차이뿐 아니라 발생원과의 계약 유지율, 재고 회전율, 납기 준수율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산업단체 역시 단순한 스크랩 자급률 외에 고급 스크랩 공급능력과 품질별 수입 의존도, 정밀 가공능력 등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표 8. 참여자별 스크랩 산업 경쟁력 관리지표
| 구분 | 기존 중심지표 | 추가 관리지표 |
|---|---|---|
| 제강사 | 평균 스크랩 구매단가 | 유효 철원료 원가·품질 편차·납품 안정성 |
| 가공업체 | 처리량·판매단가 | 가공수율·가동률·가공마진 |
| 유통업체 | 매매차익·매출액 | 재고 회전·발생원 유지·계약 이행 |
| 산업 전체 | 총 발생량·자급률 | 품질별 자급능력·고급 가공능력 |
| 투자사업 | 설비 처리능력 | 실제 현금흐름·투자금 회수기간 |
자료: 철강정보원 제안.
기업이 무엇을 측정하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경영의 방향도 달라진다.
제강사가 구매가격만을 평가하면 구매 부서는 단기 원가 절감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품질과 조업 안정성, 장기 조달비용을 함께 평가한다면 가공업체의 품질 개선이 제강사의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가공업체도 단순히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 것보다 실제 가공수익과 현금흐름을 중시해야 불필요한 설비투자를 피할 수 있다.
■ 제강사와 스크랩 기업은 협력하되 경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제강사와 스크랩 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모든 거래에서 상대방의 수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시장의 경쟁은 유지돼야 한다.
가공기술이 부족하거나 품질관리가 미흡한 업체까지 동일한 가격을 보장받을 이유는 없다.
제강사 역시 원료 조달을 위한 비용 절감과 공급처 경쟁을 지속해야 한다.
그러나 가격 경쟁만으로 공급업체를 평가하면 가공과 품질 개선에 투자한 기업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은 경쟁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기준을 바꾸는 일이다.
누가 더 낮은 가격으로 스크랩을 공급하는가뿐 아니라 누가 더 안정적인 품질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가공업체는 기술과 품질로 경쟁하고, 유통업체는 발생원 확보와 재고관리, 납품 신뢰로 경쟁해야 한다.
제강사는 이러한 경쟁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구매조건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서로에게 합리적인 경제적 이익이 존재해야 장기적인 협력관계도 유지될 수 있다.
이는 일방적인 상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 마지막 관전 포인트, 스크랩 가격보다 시장구조가 먼저 변하는가
앞으로 국내 스크랩 시장은 철강 수요와 제강사 가동률, 글로벌 원료가격에 따라 계속 변동할 것이다.
건설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봉형강용 스크랩 수요는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고급강 생산에 필요한 전기로 설비가 확대되고 저탄소 제품 수요가 증가하면 특정 품질의 스크랩에 대한 요구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스크랩 전체가 공급 과잉이라고 하더라도 저불순물 원료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시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시장 전체의 가격 흐름보다 품질별 가격 차이와 장기 공급계약의 확대 여부가 산업 변화의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다.
관전해야 할 변수는 다섯 가지다.
첫째, 제강사들이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반영한 구매정책을 실제로 확대하는가.
둘째, 고급 스크랩 가공업체들이 품질 프리미엄을 확보하고 투자금 회수능력을 개선하는가.
셋째, 국내 스크랩의 품질별 공급능력이 높아져 특정 수입 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는가.
넷째, 신규 전기로의 실제 가동률 상승과 스크랩 소비 증가가 어느 시점에 나타나는가.
다섯째, 거래 당사자들이 가격 변동기에도 계약과 품질기준을 일관되게 지키는가.
이러한 변화가 확인된다면 국내 스크랩 산업은 단순한 거래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철강산업의 중요한 원료 제조·공급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스크랩 시장의 미래,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를 지키는 능력이다
이번 기획특집의 출발점은 국내 스크랩 시장이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가격 변동과 거래 신뢰의 문제였다.
가격이 상승하면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가격이 하락하면 재고 손실과 구매가격 인하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제강사는 원가 절감을 추구하고, 유통업체는 생존을 위한 수익 확보에 집중한다.
각자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경영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전체가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만 대응한다면 장기적인 원료 공급능력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한국 철강산업은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전환기에 진입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로 생산이 확대되고 고급강 생산에서 저불순물 스크랩의 중요성이 높아진다면 원료 조달 경쟁력은 철강사의 생산원가와 제품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국내 스크랩 산업 역시 단순한 고철 수집·유통업에서 벗어나 가공과 선별, 성분관리, 안정적인 공급을 담당하는 철원료 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강사의 구매정책과 공급업체의 경영전략은 함께 변화할 필요가 있다.
제강사는 가공과 품질 개선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가공업체는 설비투자를 실제 품질과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해야 한다.
유통업체는 단기적인 가격 차익을 넘어 안정적인 발생원과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단체는 가격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생산성과 기술, 통계, 품질 표준화 등 산업 기반을 개선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이뤄진다면 제강사의 원가 경쟁력과 스크랩 산업의 수익성은 반드시 충돌하는 관계가 아닐 수 있다.
품질이 높아지고 공급이 안정되면 제강사의 생산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다. 공급업체는 기술과 가공서비스의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할 수 있다.
그 결과 국내 철원료 공급망이 강화되고 해외 의존에 따른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스크랩 시장에 필요한 것은 가격을 올리기 위한 협약이 아니라, 가격이 변하더라도 함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거래규칙이다.
가격은 시장이 정해야 한다. 품질은 기술로 증명해야 한다. 신뢰는 계약과 이행으로 지켜야 한다.
이 세 가지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한국 스크랩 산업은 단순한 고철시장을 넘어 탄소중립 시대의 전략적인 철원료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강사가 살아야 스크랩 기업도 살고, 스크랩 공급망이 강해야 제강사의 경쟁력도 유지된다.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는 어느 한쪽이 가격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있지 않다.
함께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을 구축하는 데 있다.
[기획특집 5부작을 마치며]
철강정보원은 이번 「스크랩 시장 생존전략」 5부작을 통해 국내 철스크랩 시장의 가격과 신뢰 문제, 양적 자급과 질적 공급능력의 차이, 스크랩 가공산업의 경제성, 글로벌 원료 확보 경쟁, 제강사와 공급업체의 새로운 거래질서 구축 방안을 살펴봤다.
철스크랩은 더 이상 단순히 철강 생산의 보조 원료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핵심 자원이다. 앞으로 철강산업의 생산공정이 저탄소 체제로 변화할수록 고품질 스크랩을 확보하고 가공·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번 연재에서 제안한 가격산식과 품질 보상체계, 장기계약 및 실행계획은 완성된 해법이라기보다 시장 참여자들이 함께 검토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강사와 스크랩 기업이 서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다.
철강정보원은 앞으로도 철스크랩을 비롯한 철원료 산업의 구조변화와 시장질서 개선, 기업의 생존전략을 지속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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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요약: 국내 철스크랩 시장이 반복적인 가격 변동과 거래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면 시장가격과 가공비, 품질 프리미엄을 분리한 새로운 거래체계가 필요하다. 철강정보원 기획특집 최종회는 제강사와 스크랩 기업이 함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한국형 장기계약·품질평가 모델과 2027~2029년 실행계획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