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 유통 기반에서 케이블트레이·가공사업으로 외형 확대
공장 투자와 수익성 부진, 거래처 자금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
문배·대동·승원철강 등 철판 공급업체 피해 여부에 업계 촉각

철판 유통업체가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은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진영에스텍의 법정관리 신청은 국내 철강 유통·가공업계가 안고 있는 외상거래와 과잉투자의 위험을 다시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박성진 대표가 운영하는 진영에스텍이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관할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결정과 구체적인 채무 규모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진영에스텍은 철판 유통과 가공을 기반으로 케이블트레이, 시스템찬넬, 절단·절곡·레이저가공 등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박 대표 역시 철강 유통업계 출신으로, 단순 철판 판매에서 벗어나 하이테크 케이블트레이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제조사업 진출 이후 충분한 이익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공장과 건물 투자, 설비 증설, 운전자금 부담이 동시에 커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주요 거래처로 알려진 이엔지 관련 업체의 자금 사정 악화도 매출채권 회수와 신규 수주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 구분 | 주요 내용 |
|---|---|
| 기존 사업 | 철판 유통 및 가공 |
| 확대 사업 | 케이블트레이, 시스템찬넬, 건설용 철강제품 |
| 부담 요인 | 공장·설비 투자, 인건비, 원재료 매입대금 |
| 위험 요인 | 제조 수익성 부진, 매출채권 회수 지연 |
| 업계 영향 | 철판 공급업체의 미회수 채권 발생 가능성 |
철강 유통업은 재고 회전과 외상매출금 관리가 핵심이지만, 제조업은 설비 가동률과 제품별 수익성, 납품대금 회수기간까지 관리해야 한다. 매출이 늘어도 원재료 대금은 먼저 지급하고 제품대금은 늦게 회수하는 구조가 지속되면 자금난이 빠르게 심화될 수 있다.
한 철강 유통업체 관계자는 “공장과 설비가 늘었다고 해서 회사의 현금창출력이 좋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며 “제조업 전환 과정에서 적정 가공비와 안정적인 수주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외형만 커지고 손실은 누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문배, 대동, 승원철강 등 복수의 철판 업체가 진영에스텍과 거래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업체별 채권액과 어음 보유 규모, 담보 확보 여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철판 공급업체들은 외상매출금과 받을어음 등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해야 한다. 실제 회수 가능 금액은 채권 성격과 담보 여부, 법원이 인가하는 회생계획에 따라 달라진다.
시장 일각에서는 진영에스텍이 건물과 공장을 완공한 이후 회생절차를 신청한 시점을 두고 법률대리인과 사전에 신청 시기를 검토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기업이 회생 신청에 앞서 변호사와 자금 상황을 협의하는 것은 일반적인 절차인 만큼, 신청 시점만으로 고의성이나 채권자 기망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안은 국내 철강 유통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보여준다. 판매 경쟁이 심화하면서 유통업체들이 가공과 제조사업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설비투자와 외상거래가 동시에 확대되면 거래처 신용에 의존해 적자를 버티는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
철강 공급업체 역시 거래처의 매출 증가나 공장 신축만으로 신용한도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 결제기간 연장, 어음 비중 증가, 반복적인 만기 연기, 저가 판매와 과도한 재고는 이미 유동성 악화를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한 철강전문가는 “철강업체의 부실은 갑자기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전부터 결제 지연과 매출채권 증가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며 “외형보다 영업현금흐름과 실제 채권 회수기간을 기준으로 거래처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충정로에 본사를 두고 고양에 공장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신한종건의 부도설도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부도 여부와 피해업체는 확인 단계에 있어 별도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진영에스텍 사태는 결국 철강 유통업계에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거래처의 공장과 매출 규모만 보고 철판을 공급해 왔는가, 아니면 그 회사가 원재료 대금을 갚을 현금을 실제로 만들고 있는지까지 확인해 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