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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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제조·유통 현장의 영업 전략 ⑨] 주문은 폭증했는데 실수요는 제자리…허수 주문을 걸러내는 영업의 눈



제철소에는 주문이 몰렸다는 보고가 올라오는데 가공센터 출하장은 평소보다 한산하다. 대리점 주간 주문표에는 큰 물량이 적혀 있지만 최종 수요가의 생산계획은 바뀌지 않았다. 어느 숫자를 믿어야 할까. 철강 제조·유통에서 수주량과 실수요의 차이는 단순한 전망 오류가 아니라 주문·배정·입고·실사용을 같은 사건으로 처리할 때 생기는 공급망 정보의 왜곡이다.


공급이 부족하면 대리점은 배정량을 지키려고 필요한 양보다 많은 물량을 요청할 수 있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같은 최종 수요가의 견적 문의가 복수 유통 경로를 통해 제조사에 중복 접수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복수견적이나 예비 발주가 모두 허위인 것은 아니다. 규격 검토, 대체 공급선 확보, 공정 일정 조율은 정상적인 구매활동이다. 따라서 영업의 목표는 고객을 거짓말쟁이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의 현재 단계와 확정 조건을 가려내는 일이다.


제철소가 판 500톤과 수요가가 쓴 300톤은 다른 숫자다

제철소에서 대리점과 가공센터로 넘어간 물량이 곧 최종 산업의 강재 소비를 뜻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가공센터가 코일 500톤을 사서 300톤만 가공·출하하고 나머지 200톤을 보유한다면 제철소 출하실적은 500톤이지만 최종 사용처에 도달한 물량은 300톤이다. 이른바 셀인(sell-in)과 최종 고객 판매·사용 흐름인 셀아웃(sell-out)의 간극이다. 여러 유통단계를 거친 동일 제품을 각각 별도 신규 수요처럼 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상류 주문의 변동이 최종 소비보다 커지는 불휩 효과(Bullwhip Effect)는 공급망 연구에서도 알려진 문제다. Lee·Padmanabhan·Whang의 1997년 연구는 수요정보 갱신, 물량 배정 경쟁, 주문 묶음, 가격 변동을 주문 왜곡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철강에서는 제품별 강종·규격, 가공 납기와 재고·여신구조가 이러한 왜곡을 증폭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


주문 1,500톤 중 오늘 확정된 것은 얼마인가

다음 수량과 가격은 모두 교육용 가상 사례이며 특정 업체의 2026년 실적이나 현재 시세가 아니다. 한 철강사가 판재류 1,500톤의 신규 요청을 받았다고 가정한다. 영업관리표를 최종 수요가와 구매 확정 조건별로 분해하면 표면상 주문량과 실행 가능한 물량의 차이가 보인다.


주문 분류요청량확인된 근거배정·매입 판단
실사용 확정600톤최종 수요가·규격 승인·실사용일·구매승인 확인계약·여신 확인 후 우선 배정
복수 공급처 중복 문의450톤동일 프로젝트가 여러 경로로 접수됨최종 공급자 선정 전 중복 합산 제외
규격·공정 승인 대기300톤도면·예산·사용일 일부 미확정다음 확인일 지정, 조건부 예측으로 관리
물량 선점·선매입150톤구매 요청은 있으나 실사용처 불특정재고·신용·판매 이력 별도 심사
합계1,500톤확정 600톤, 검증대기 900톤1,500톤을 모두 확정 생산으로 보지 않음


검증대기 900톤이 반드시 취소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음 주 실제 발주로 전환될 수도 있다. 다만 600톤과 900톤을 똑같이 확정 수주로 잡으면 제철소 생산 배치와 가공센터 원단 구매, 대리점 재고계획이 동시에 부풀려질 수 있다. 수량만 아니라 확정 증빙과 다음 결정 날짜를 함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허수 주문은 왜 만들어지는가

첫째, 배정 경쟁이다. 제조사가 요청량의 일정 비율만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면 고객은 원하는 양보다 많이 요청한다. 둘째, 동일 최종 프로젝트의 중복 견적이다. 원청·하청 가공업체·유통사가 같은 최종 수요를 각각 별도 주문처럼 올릴 수 있다. 셋째, 가격의 시차다. 인상 예상 시 선매입과 재고 비축, 하락 예상 시 발주 유예가 실제 사용량과 다른 발주 흐름을 만든다. 넷째, 최소 주문단위와 운송 효율이다. 한 주에 조금씩 사용하는 자재를 한꺼번에 주문하면 주간 주문량의 변동성이 커진다.


제조사 입장에서 주문 잔고가 늘면 생산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대리점에 넘긴 제품이 다시 재판매될 뿐이라면 출하는 늘어도 유통망 전체 재고가 늘어난다. 반대로 유통사는 공급이 불안정할 때 안전재고를 확보해야 고객 납기를 지킬 수 있으므로 선매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같은 주문이라도 제조사는 생산 투입의 근거, 가공센터는 설비 배치의 근거, 유통사는 재고 포지션의 근거를 각각 다르게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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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톤을 잘못 확보했을 때 남는 것은 운전자금 부담이다

확정되지 않은 물량 900톤을 실제 수요로 오판해 구매하고 45일간 판매하지 못했다고 가정하자. 톤당 76만원, 연 자금비용 6%, 보관·취급비 톤당 1만원, 이후 가격 인하 톤당 2만원은 손익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이다.


항목가정금액
구매재고900톤 × 76만원/톤6억8,400만원
금융비용재고대금 × 연 6% × 45/365일약 506만원
보관·취급비900톤 × 1만원/톤900만원
가격 인하로 인한 차이900톤 × 2만원/톤1,800만원
추정 부담 합계직접 가정비용의 합약 3,206만원

주: 상기 계산은 설명용 시뮬레이션이며 실제 시세·금리·운송계약과 무관하다. 가격 하락분을 평가손실과 실현손실에 중복 반영하지 않아야 하며 세금·손실보전 여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철강사에는 재고 또는 가동 조정 부담, 가공센터에는 라인 배치·세팅 손실, 대리점에는 이자와 장기재고 비용이 남는다. 무엇보다 잘못 준비한 전용 규격은 다른 고객에게 쉽게 돌릴 수 없다. 수요가가 요구한 도금부착량·표면 조건·치수·품질인증을 충족하지 못하면 명목상 같은 판재류라도 판매처가 달라진다.


주문을 거절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

주문번호를 최종 프로젝트 또는 실사용처와 연결하고 고객의 생산 투입일을 확인한다. 승인되지 않은 도면과 아직 확정되지 않은 규격은 판매 확정으로 보지 않는다. 동일 프로젝트의 여러 견적은 중복번호로 연결해 집계하고, 고객과 공급사 사이에 정해진 납기·취소조건·결제조건을 분리해 확인한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요청량을 그대로 배정기준으로 삼기보다 과거 실판매와 계약 이행기록, 고객 재고를 함께 보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예외가 있다. 주문의 실수요 확정성이 낮다는 내부 판단이 계약상 취소권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미 효력이 발생한 매매계약이라면 취소·납기 변경은 계약조건과 법률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또한 신규 고객에게 과거 실판매가 없다고 공급을 원천 제한하면 시장개척을 막을 수 있으므로 합리적 예외 절차가 필요하다.


영업부와 구매부가 공유할 것은 한 줄짜리 총주문이 아니다

다음 영업회의에서는 총 문의량과 별도로 확정 주문량·승인 대기량·중복 견적량·선매입량·실제 최종 출하량·고객 재고량을 보고해야 한다. 제품별 재고회전과 다음 승인 날짜까지 묶어야 숫자가 현장 행동으로 연결된다. 고로재 판재류의 생산 계획과 가공센터의 세팅 일정, 유통 대리점의 현금 회수는 모두 다른 시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문이 많은 시장이 언제나 수요가 강한 시장은 아니다. 고객이 보내온 물량을 의심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 물량이 어디서 한 번 더 집계됐는지, 언제 강재로 실제 사용될지, 누가 대금을 지급할지 확인해야 한다. 철강 영업의 경쟁력은 주문표를 크게 만드는 능력보다 주문표를 실물 흐름으로 번역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자료: Lee·Padmanabhan·Whang, Information Distortion in a Supply Chain: The Bullwhip Effect, Management Science, 1997; Stanford Graduate School of Business, Eliminating the Bullwhip Effect in Supply Chains. 사례와 가격은 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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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요약: 주문은 늘었는데 실제 철강 사용량은 늘지 않는 이유를 제조·유통 공급망에서 찾았다. 확정 600톤과 확인 대기 900톤으로 나눈 가상 사례, 재고비용 계산과 수주 검증 기준을 통해 허수 주문을 걸러내는 방식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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