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3일 (목)

[강철의 계절⑧] 무너진 7월 인상, 월말 가격전쟁

제강사 가격은 91만 원대인데 시장 저점은 다시 85만 원대

월말 자금과 장마·폭염이 겹친 철근시장…오세진은 마지막 가격선을 지킬 수 있을까



월요일 오전 7시 10분, 삼우철재 철근 창고 위로 뜨거운 햇볕이 쏟아졌다.

장마가 물러난 자리에는 폭염이 들어섰다. 빗줄기는 멎었지만 건설현장이 곧바로 정상화된 것은 아니었다. 물에 젖은 지반을 정리해야 했고, 일부 현장에서는 한낮 작업시간을 줄였다.

철근을 실으러 오는 화물차도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오세진 대표는 출하사무실에서 주간 가격표를 받아 들었다.

국산 철근 SD400·10㎜ 기준 86만~87만 원.

일부 현금 매물은 85만 원대.

지난주와 비교하면 약보합이었다.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85만 원이라는 숫자가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이달 둘째 주 제강사 가격 인상과 함께 철근 유통가격은 5주 만에 반등했다. 시장이 바닥을 지났다는 기대도 잠시 살아났다. 하지만 지난주 1만 원 하락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약세가 계속됐다.

제강사의 7월 인상은 사실상 출발점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대표님, 남부철재에서 85만5천 원에 나왔답니다.”

영업부장이 말했다.

“조건은?”

“현금, 상차도입니다. 물량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많지 않다는 게 얼마야?”

“정확히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오세진은 가격표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철근시장에서 저가 물량은 반드시 많아야 위협적인 것이 아니었다. 100톤이든 1천 톤이든 85만 원이라는 거래가 확인되는 순간 모든 구매자는 그 가격을 기준으로 협상하기 시작한다.

“우리도 85만 원대에 맞춰야 합니까?”


오세진은 대답 대신 창고를 바라봤다.

지난주보다 재고는 줄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았다. 더구나 월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제강사 결제와 은행 이자, 운송비와 직원 급여가 차례로 기다리고 있었다.

가격을 지키면 재고가 남는다.

가격을 내리면 손실이 확정된다.

그에게 남은 선택은 둘 중 하나뿐인 것처럼 보였다.


91만4천 원과 85만 원

같은 날 오전, 한백스틸 영업회의실에서는 철근 판매대책회의가 열렸다.

윤태성 영업본부장은 경쟁 제강사와 유통시장 가격을 한 화면에 띄웠다.


국내 주요 제강사의 유통향 철근 판매가격은 여전히 91만 원대였다. 현대제철은 이달 6일부터 톤당 91만7천 원을 적용했고, 동국제강은 톤당 91만4천 원을 제시했다.

동국제강은 이번 주에도 판매가격을 91만4천 원으로 유지했다. 2주 연속 동결이었다.

그러나 실제 유통시장에서는 국산 철근이 86만~87만 원에 거래됐고 저점은 85만 원대까지 내려왔다.


고시가격과 시장 저점의 차이는 6만 원 안팎으로 벌어졌다.

“7월 인상 전 가격으로 완전히 돌아갔습니다.”

수도권 영업팀장이 보고했다.

“그동안 출하를 조절했는데도 말인가?”

“수요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유통업체들이 월말 현금 확보에 나선 영향도 있습니다.”

“추가 할인 요구는?”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윤태성은 화면을 바라봤다.

7월 인상의 목표는 최소 5만 원이었다. 인상 직전 시중가격이 85만~86만 원까지 내려온 만큼 제강사 판매가격을 91만 원대로 끌어올려 시장의 기준을 바꾸려 했다.

처음에는 유통가격이 2만 원가량 반등했다.

하지만 제강사 가격표가 시장을 움직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장마와 폭염이 현장을 멈췄고 건설사들은 필요한 물량만 주문했다. 월말이 가까워지자 유통업체들은 제강사 고시가격보다 현금 확보를 우선했다.

“가격은 유지한다.”


윤태성이 말했다.

“91만 원대 기준을 흔들면 안 된다.”

영업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통업체들이 주문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낮은 가격으로 물량을 늘려봐야 손실만 커진다.”

“공장 가동률은 어떻게 합니까?”


윤태성은 대답하지 못했다.

제강사가 가격을 지키려면 생산과 출하를 줄여야 했다. 그러나 감산이 길어질수록 톤당 고정비는 올라간다. 공장을 돌리면 시장에 물량이 늘고, 멈추면 원가가 상승한다.

철근시장의 모든 선택에는 다른 손실이 붙어 있었다.


“비는 그쳤지만 공사는 못 합니다”

오전 11시, 세륜건설 현장소장이 삼우철재에 전화를 걸었다.

“이번 주 물량을 절반만 보내주십시오.”


오세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난주에는 장마가 끝나면 출하를 늘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반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폭염 때문에 오후 작업도 줄였습니다.”

“이미 현장별로 물량을 확보해 놨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정상화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주에도 다음 주라고 했습니다.”


현장소장은 잠시 말을 멈췄다.

“우리도 공정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결제는 예정대로 됩니까?”


이번에는 침묵이 더 길었다.

“자금팀에 확인해 보겠습니다.”

“출하량은 바로 줄이라고 하면서 결제일은 확인해야 합니까?”


오세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표님, 현장을 멈추려고 물량을 줄이는 게 아닙니다.”

“우리 창고에 철근이 쌓이는 동안 제강사 결제일은 멈추지 않습니다.”

통화는 결론 없이 끝났다.


오세진은 거래처별 출하계획을 다시 확인했다. 세륜건설 물량뿐 아니라 다른 중소 현장 주문도 줄어 있었다. 장마가 끝나면 한꺼번에 출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대기 물량이 또다시 뒤로 밀렸다.

비는 그쳤지만 수요는 돌아오지 않았다.


85만 원짜리 주문

화요일 오후, 청람철강 김민철 상무에게 오세진의 전화가 걸려 왔다.

“김 상무, 철근 쓰는 거래처 하나 소개해줄 수 있나?”

“또 현금이 급합니까?”

“급하다는 표현까지는 쓰지 말자고.”

“가격은요?”

“85만5천 원.”


김민철은 잠시 말을 멈췄다.

“지난주에도 그 가격 아니었습니까?”

“그때는 제한 물량이었고, 이번에는 조금 더 가능해.”

“그러면 시장에서 85만 원이 굳어집니다.”

“내가 안 팔아도 다른 회사가 팔고 있어.”

“다른 회사가 내린다고 모두 따라 내리면 84만 원도 금방입니다.”


오세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월말에 제강사에 줄 돈이 있어.”

“한백스틸과 결제 연장을 협의해 보십시오.”

“받아주겠나?”

“말은 해봐야죠.”

“제강사는 시장가격을 지켜달라고 하면서 자기들 결제일은 하루도 미루지 않아.”


김민철도 더는 반박하지 못했다.

유통업체가 저가 판매를 하는 이유를 탐욕이나 투매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재고를 현금으로 바꾸지 못하면 가격을 지키고도 회사를 지키지 못할 수 있었다.

“얼마나 팔아야 합니까?”


김민철이 물었다.

“월말을 넘길 만큼.”

“톤수가 아니라 금액을 보고 있군요.”

“지금은 철근을 파는 게 아니라 시간을 사는 거야.”


한백스틸의 제안

수요일 오전, 오세진은 한백스틸 윤태성 본부장을 찾아갔다.

두 사람 앞에는 삼우철재의 재고와 결제계획이 놓여 있었다.


“월말 결제 일부를 다음 달 초로 넘겨주십시오.”

오세진이 말했다.

윤태성은 서류를 살펴봤다.

“삼우철재만 예외를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결제를 맞추려면 재고를 팔아야 합니다.”

“판매하셔야죠.”

“85만 원대에 팔 수밖에 없습니다.”


윤태성이 고개를 들었다.

“그 가격에 물량을 내놓으면 시장이 더 내려갑니다.”

“그러니까 결제를 조금 늦춰달라는 겁니다.”

“제강사도 스크랩 대금과 전력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유통업체만 기다릴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런 뜻이 아닙니다.”


오세진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시장가격을 지키려면 비용이 듭니다. 그 비용을 유통업체 혼자 부담하라고 하면 안 됩니다.”


윤태성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삼우철재가 대량의 철근을 85만 원대에 내놓으면 수도권 시세 전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재고평가 손실을 우려해 뒤따라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컸다.

제강사의 91만 원대 판매가격은 더욱 현실과 멀어진다.

“결제금액 전부를 연장할 수는 없습니다.”


윤태성이 말했다.

“일부는 예정대로 지급해 주시고, 나머지는 다음 달 초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대신 무엇을 원합니까?”

“85만 원대 대량 판매를 중단하십시오.”

“시장에 이미 그 가격이 있습니다.”

“삼우철재가 더 확대하지는 말아달라는 뜻입니다.”


오세진은 웃지 않았다.

“결제 연장 승인이 먼저입니다.”

“본사와 협의하겠습니다.”

“승인되면 우리도 가격을 지키겠습니다.”

두 사람이 악수하지는 않았다.

제강사와 유통업체 사이의 합의는 신뢰보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었다.


고정된 고시가격, 움직이는 거래가격

목요일 오후, 정원증권 강현우 연구위원은 철근시장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는 제강사 고시가격과 유통가격 사이의 격차를 그래프로 표시했다.


구분가격시장 상황
현대제철 유통향 판매가격91만7천 원/톤7월 6일부터 적용
동국제강 유통향 판매가격91만4천 원/톤2주 연속 동결
국산 철근 유통시세86만~87만 원/톤전주 대비 약보합
일부 저점 물량85만 원대/톤월말 추가 하락 압력


고시가격은 움직이지 않았다.

거래가격은 그 아래로 내려갔다.


강현우는 보고서에 적었다.

“제강사 가격 동결은 시장가격을 지지하려는 신호지만, 실수요와 유통업체 현금흐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제 거래가격과의 괴리만 확대될 수 있다.”

후배 연구원이 물었다.

“월말에 85만 원 선이 무너질까요?”

“가능성은 있다.”

“제강사 출하 조절이 이어지는데도요?”

“출하량만 보면 공급이 줄어든다. 하지만 유통업체가 보유한 재고가 현금 매물로 나오면 단기적으로는 제강사 출하 감소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장마가 끝나면 수요가 회복되지 않습니까?”

“폭염이 이어지고 있고 건설경기도 약하다. 이연된 물량이 일부 출하되더라도 신규 주문이 따라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합니까?”


강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제강사가 가격을 동결하고 유통업체와 결제조건을 조정하면 저가 매물을 줄일 수 있다. 지금 시장의 하락 여부는 생산량보다 월말 현금이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하루를 번 가격

금요일 오후, 한백스틸에서 삼우철재로 공문이 도착했다.

월말 결제금액 가운데 일부를 예정대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다음 달 초로 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일시적인 조치였고 추가 연장은 어렵다는 조건이 붙었다.


오세진은 공문을 두 번 읽었다.

“85만5천 원 물량은 어떻게 할까요?”

영업부장이 물었다.

“중단해.”

“문의가 들어온 곳이 있습니다.”

“86만5천 원을 제시해.”

“거래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버틸 수 있어.”


영업부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을 나갔다.

오세진은 창고로 내려갔다. 뜨거운 햇볕 아래 철근 다발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출하량은 여전히 많지 않았지만 아침보다 화물차가 두 대 늘어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로 김민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85만5천 원 판매 취소. 결제 일부 연장 승인.”


김민철의 답장이 곧 도착했다.

“가격을 지킨 게 아니라 시간을 번 겁니다.”

오세진은 화면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맞는 말이었다.

유통가격은 여전히 86만~87만 원에 머물렀다. 저점 85만 원대가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장마가 끝났지만 폭염과 건설경기 부진은 계속됐고 월말 현금 매물도 다른 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


삼우철재가 한 번의 저가 판매를 멈췄다고 시장이 반등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날 오후 5시, 영업부장이 다시 창고로 내려왔다.

“대표님, 86만5천 원에 200톤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결제는?”

“현금입니다.”


오세진은 철근 다발 사이로 들어오는 화물차를 바라봤다.

85만 원의 문턱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가격이 지켜졌다는 뜻은 아니었다.


제강사가 결제를 며칠 늦춰주고 유통업체가 판매가격을 1만 원 올려 받은 결과였다. 시장의 바닥은 수요 회복이 아니라 서로가 조금씩 시간을 양보한 자리에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다.

화물차에 철근이 실리기 시작했다.

한 다발, 두 다발.

오세진은 출하되는 물량을 세다가 멈췄다.

이번에 판 것은 철근 200톤이 아니었다.

월말을 건널 수 있는 며칠이었다.



이번 주 소설 속 시장 배경

구분가격흐름의미
국산 철근 SD400·10㎜86만~87만 원/톤약보합월말과 비수기 부담 지속
일부 저점 매물85만 원대/톤하락 압력현금 확보성 판매 가능성
현대제철 유통향 판매가격91만7천 원/톤유지7월 인상가격
동국제강 유통향 판매가격91만4천 원/톤2주 연속 동결가격 방어 의지
고시가격–시장 저점 격차약 6만 원/톤확대제강사 인상분 시장 안착 실패


7월 넷째 주 국산 철근 유통가격은 SD400·10㎜ 기준 톤당 86만~87만 원으로 전주 대비 약보합 출발했다. 일부 저점 물량은 85만 원대까지 확인되면서 월말 추가 하락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이달 초 유통향 판매가격을 각각 91만7천 원과 91만4천 원으로 올렸다. 인상 직전 85만~86만 원이었던 유통시세를 고려하면 최소 5만 원가량의 가격 회복이 목표였지만, 시장 저점은 다시 인상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동국제강은 이번 주 판매가격을 91만4천 원으로 2주 연속 동결하며 가격 방어에 나섰다. 다만 장마 이후 폭염이 이어지고 건설현장의 작업 정상화도 늦어지고 있어 실수요 회복은 제한적이다.

월말에는 유통업체의 결제와 현금 확보성 매물이 시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제강사의 출하 조절이 하락 폭을 제한하더라도 저가 재고가 시장에 나오면 85만 원 선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가상 회사와 인물, 주문 및 결제 협상은 모두 허구다. 현대제철·동국제강의 판매가격과 철근 유통시세 등 시장 배경은 2026년 7월 21일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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