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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격변 ③] 빵값은 다시 거리를 흔들었다…2008 식량위기에서 아랍의 봄까지



1789년 프랑스와 1917년 러시아에서 빵은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낸 가격이었다. 1923년 독일에서는 화폐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그렇다면 이런 일은 현대 경제에서도 반복될 수 있을까.


21세기에 들어 가장 주목할 사례는 2007~08년 세계 식량위기와 불과 2~3년 뒤 중동·북아프리카를 뒤흔든 아랍의 봄이다. 높은 청년실업, 정치적 억압, 부패, 경제적 기회 부족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이미 누적돼 있었고 식량가격 급등은 이를 일상의 문제로 바꾸는 촉매 가운데 하나였다.


2007~08년, 세계 곳곳에서 식량 소요가 발생하다

기상 악화와 낮은 재고, 에너지 가격 상승, 바이오연료 수요 증가, 일부 국가의 수출규제 등이 겹치면서 쌀·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 세계은행은 2007~08년 기록적인 세계 식량가격 상승기에 48개국에서 시위와 폭력적 소요가 발생했다고 정리한다.


식량가격은 왜 다른 물가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가

저소득 가계에서는 식품가격 상승이 소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된다. 특히 빵·쌀·옥수수·식용유처럼 매일 소비하는 필수품은 대체하기 어렵다.

식량가격 상승률 × 식비 비중 × 실업률 × 환율 하락 × 정부의 보조금 지급 능력이 동시에 악화되면 국제 원자재시장의 충격이 국내에서 큰 사회적 충격으로 증폭될 수 있다.


2008년 위기는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구조는 남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자재와 식량가격은 한때 급락했지만 기상 문제, 재고, 에너지 비용, 바이오연료 수요, 수출제한과 신흥국 식량수요라는 구조는 남아 있었다. 2010년 다시 가격이 상승했고 2011년 초 세계 식량가격은 2008년 고점에 근접했다.


지표당시 상황의미
2007~08년 식량가격 관련 시위·소요48개국식량 충격의 세계적 확산
세계은행 식량가격지수2010.10~2011.1 +15%단기간 급등
2011년 1월 가격 수준2008년 최고점의 3% 아래2차 식량위기 수준
추가 극빈층 추정약 4,400만명2010년 6월 이후 가격 상승 영향
MENA 국내 식품가격2007년 이후 평균 약 40% 상승국제가격의 국내 전이
일부 MENA 국가 식품보조금GDP의 최대 약 3.5%정부 재정 부담


세계 최대 밀 수입지역에서 가격 충격이 발생했다

중동·북아프리카는 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었다. 국제가격 상승은 수입비용을 높이고 정부가 소비자 가격을 억제하려 할수록 식품보조금과 재정 부담이 커졌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 → 수입비용 증가 → 정부 식품보조금 증가 → 재정 부담 증가라는 구조다. 정부가 보조금을 유지하면 재정이 악화되고, 줄이면 소비자가 가격 상승을 직접 부담한다.


튀니지에서 불이 붙었다

2010년 12월 튀니지의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 이후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사건의 배경에는 지방정부 규제와 단속, 실업, 경제적 기회 부족, 정치적 억압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다. 이후 이집트, 리비아, 예멘, 시리아 등으로 정치적 격변이 확산됐다.


그러나 ‘식량가격→아랍의 봄’이라는 공식은 틀렸다

식량가격은 유일한 원인이 아니었다. 더 정확한 구조는 높은 청년실업 + 정치적 억압 + 부패·불공정 인식 + 경제적 기회 부족 + 식량가격 상승 + 생활수준 악화 = 사회불안의 임계점 하락이다.


식량가격은 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쌓여 있던 가연성 물질에 불꽃을 던지는 역할을 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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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과 유가의 순환

정치불안이 산유지역으로 번지면 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 유가는 비료, 농기계, 트럭과 선박 운송비를 통해 다시 식량가격에 영향을 준다.

식량가격 상승 → 사회불안 → 산유지역 정치불안 → 유가 상승 → 비료·운송·농업비용 상승 → 식량가격 추가 상승이라는 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정부가 가격을 막아주면 문제는 사라지는가

보조금은 가격 충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정부로 이전한다. 국제가격이 급등했는데 국내 판매가격을 동결하면 정부가 차액을 부담한다. 이는 재정적자와 국채 또는 외채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재정이 한계에 도달해 보조금을 줄이면 억눌렸던 가격 충격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2026년을 볼 때 주목해야 할 지표

어느 나라에서 정치적 격변이 일어날지를 예측하기보다 경제적 취약성을 보는 것이 유용하다. 식량·에너지 수입 의존도, 가계의 식비 비중, 청년실업, 통화가치와 외환보유액, 정부부채·재정적자, 보조금 규모와 제도 신뢰를 함께 봐야 한다.


철강시장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식량위기와 철강은 에너지를 사이에 두고 연결된다. 유가 상승은 철광석·원료탄·스크랩의 해상·내륙운송비를 높이고 전력·가스 가격 상승은 전기로와 압연공장의 생산비를 끌어올린다.


반면 생활비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자동차·가전·주택 소비가 위축된다. 원료·에너지 비용 상승 + 운송비 상승 + 금리 상승 + 최종수요 둔화라는 철강업계에 어려운 조합이 만들어진다.


다만 사회불안과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면 정부 지출이 에너지 안보, 항만, 철도, 전력망, 저장시설, 국방과 공급망 인프라로 이동할 수 있다. 민간 주택·소비재용 철강이 약해지는 동안 후판, 강관, 조선용 강재, 에너지·전력망 및 방산용 강재 수요가 상대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21세기에도 빵은 여전히 정치적 상품이다

가격 상승 자체가 혁명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가격 상승이 실업·불평등·부패·부채·정치적 불신과 만날 때다. 그때 경제문제는 더 이상 경제 안에 머물지 않는다.


다음 4부에서는 시계를 2026년 현재로 옮긴다. 과거와 달리 지금 세계에는 고유가·식품가격 상승·고금리·막대한 국가부채·저성장이 동시에 존재한다. 지금의 세계경제가 과거의 위기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살펴본다.


자료: World Bank, FAO / 철강정보원 재구성·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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