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철의 세상] ‘와 예술이다’ 하는 정치를 보고 싶다
  • 편집국
  • 등록 2023-10-09 08:15:51

기사수정


‘신념이 없는 낭만주의자는 모두 환상주의자에 지나지 않고, 신념이 없는 리얼리스트는 모두 센티멘탈리스트에 불과하다’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짧은 소설 ‘부모’ 마지막 부분이다. 로만티스트와 판타지스트를 우리말로 바꿨는데 느낌이 살지 않는다. 



현실주의자, 감상주의자로 번역해 보더라도 별 차이는 없다. 노벨상 작가가 이 문장에서 무엇을 강조하려 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신념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각각의 무슨 주의자들을 설명하려는 것인지 명쾌한 자료가 없다.





추계예술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기업경영과 문화예술’이란 과목을 어떤 내용으로 구성할지 여러 의견을 구해 보았다. 경영을 예술에 접목하라는 의견과 문화 예술에 경영적 요소를 가미하라는 의견이 비슷한 비율로 나왔다. 



예상대로다. 어떤 대상이 훌륭할 때 사람들은 ‘우와 예술이다’ 라고 격찬 한다. 맛이나 옷가지, 멋진 경치, 환상적인 골, 호쾌한 드라이버 샷 등에도 적용되는 찬사다.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에도 적용된다. ‘그 사람은 경영을 예술처럼 한다’, 즉 ‘아티스트 CEO(최고경영자)’라는 얘기다.



홍대순은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경영 컨설팅을 수행하고 아서디리틀 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다. 그 경험을 담은 ‘아트 경영’에서 기존 경영과학은 종말을 고하고 아트경영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대 봤다. 제품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어서 미래를 창조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노동자가 아니라 ‘예술가’로 변모해야 성공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 예술계에서는 경영의 어떤 부분을 활용해야 할 것인지 학생들과 토론해 보았다. 학생들 중에는 문화예술 분야 기업을 경영하는 대표들도 있고 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 자연스럽게 ‘기업가 정신’이라는 개념으로 귀결된다. 조셉 슘페터가 주창한 ‘앙트러프러너십’이 문화 예술계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1954년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카라얀은 독일의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마폰과 손잡고 30년간 2억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음반 시장을 지배했다. 예술가인 동시에 제품을 생산하는 장인이자 CEO로서 카라얀은 고객-상품-성과-리더십으로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끈 탁월한 지휘자였다. ‘마에스트로여 앙트러프러너가 되라’의 전형적인 본보기다.



원자탄 발명의 길잡이 아인쉬타인은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나는 상상력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예술가다. 단 한 번도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발견한 적이 없다’고 털어 놨다. 과학의 영역에 있어서도 훌륭한 것은 예술이라 부르고 있는 모양이다.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먼저 ‘휴머니스트’가 되라는 주문이 아닐까.



교육학 박사 루스 고티안은 ‘위대한 성취’에서 40년에 걸쳐 세계적인 경영자, 의사, 변호사, 교육자, 스포츠 스타, 작가 등을 대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내적 동기, 인내심, 탄탄한 기초, 지속적인 학습’ 이 네 가지를 성공의 요소로 꼽고 있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프로페셔널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커다란 차이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 방식이다. 즉, 프로는 자신이 이룬 성취에 대해 결코 대견스러워 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훈련과 학습이 동반되는 것이다.



기업 경영과 문화예술이 맥락을 함께 하는 이유는 ‘인간이 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경영을 예술처럼 하는 아티스트 CEO가 드물지 않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문화예술계의 거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인간이 하는’ 정치 영역은 도무지 ‘예술처럼’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영국이 나은 세계적인 극작가 버나드 쇼가 처칠에게 연극표 두 장을 건네며 말했다. "제 연극에 초대합니다. 혹시라도 동행하실 친구분이 계시다면 함께 오십시오" 처칠은 동행할 친구조차 하나 없은 외톨이라는 점을 비꼰 것이다. 처칠이 응수 했다. "첫날은 바쁜 사정으로 어려우니 다음날 가지요. 연극이 하루만에 끝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한 미모의 여성이 노동당의 남부재건정책을 반대한 사실을 들어 "처칠 의원님! 지금 의원님 앞에 재건을 반대한 사람이 있습니다!"라며 처칠의 반응을 살폈다. 처칠은 깊게 팬 그의 가슴을 힐끔 쳐다본 뒤 말했다. "부인! 부인께서 재건(Reconstruction 유방재건수술)하신다면 그것은 신성모독행위가 될 것 같습니다!



‘바야흐로 내년 총선은 대선 전초전 성격이 강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죽기 살기식 네거티브 혼전이 예상된다’고 정가 입들이 벌써부터 방아를 찧고 있다. 합리적인 유권자들은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교체냐’로 심각하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이제 경제, 사회, 문화 선진국이 된 만큼 정치도 수준 높은 모습을 보고 싶다. 괴물의 정치가 아닌, 인간들의 그 것, “와우 정치가 예술인데” 하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덧붙이는 글

철강정보원에 게재된 원본 및 재인용 내용은 의사 결정을 위한 제안이 아닌 참고용입니다. 원본 내용의 저작권은 철강정보원 및 원저자에 있으며, 재인용 시에는 철강정보원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또한 일부 재인용된 내용은 더 많은 정보의 전달과 철강 지식의 확산, 의사 소통의 원활함을 위한 것입니다. 철강정보원은 모든 인용의 견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내용의 정확성과 무결성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부주의로 저작권을 위반한 경우 연락 바랍니다. 확인 후 저작권 소유자의 요구 사항에 따라 관련 콘텐츠를 즉시 수정 또는 삭제합니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주간 톱기사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
-
하루 동안 이 창을 다시 열지 않음